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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포럼] 디지털 미디어 시대의 사유법- 김태희(영산대 게임·콘텐츠학과 교수)

  • 기사입력 : 2014-12-23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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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 우리는 본격적인 디지털미디어의 시대에 살고 있다. 인터넷이, 그리고 스마트폰이 우리 생활을 바꾸어 가고 있고 우리 일상에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우리는 이전의 아날로그 세계에서 나서 그것을 경험한 사람들로서, 새로움에 익숙해지고 있는 그러한 세대인 것이다. 인간의 사고는 환경의 지배를 받는다고 했다. 우리가 본격적인 디지털미디어의 시대에 살면서 어떠한 생각의 변화가 요구되며, 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에 대하여 생각해본다.

    동물의 인식은 기본적으로 무언가를 인식하고 정의하는 것에 크게 의존한다. 야생에서 동물들이 살아가기 위하여 가장 중요한 것은, 먹을 것을 찾을 수 있어야 하고, 피해야 할 천적을 구분해 내는 것이다. 숲 속에서 사과를 찾을 수 있어야 하며, 들판에서 사자를 짚어낼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얼마나 신속하고 정확하게 이들을 선별하고 인식하는가는 생존에 직결되는 것이며, 인간의 행동이나 생각에서도 이러한 경향을 찾을 수 있다. 우리 생각의 저변에는 물건 하나하나를 사진 찍듯이 이것은 무엇, 이것은 무엇 하는 그러한 행태가 자리 잡고 있다.

    이는 기계문명시대에 매우 유리한 사고방식이다. 기계는 부품 하나하나가 맞물려 정확하게 돌아간다. 대량생산을 위한 공장의 시스템도 역할분담에 의한 획일적이며, 수직적이며 체계적인 형태를 가지는 것이 유리하다. 체계적인 형태 자체가 정적이라 할 수 있으니, 정적인 사고방식이 통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디지털미디어 시대에는 조금 다르게 보아야 한다. 추상적인 것이 매우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모든 디지털미디어는 컴퓨터가 전제된다. 서비스가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어떠한 형태이든 컴퓨터가 데이터를 처리하고 프로그램을 실행한다. 물론, 컴퓨터에게 일을 시키기 위해서는 사물에 대한 체계적인 정의가 필요하며 이를 컴퓨터에게 정확하게 알려주어야 한다. 그런데 일단 컴퓨터가 실행되게 되면, 그때부터는 상황이 달라진다. 우선 컴퓨터가 실행된다는 것은 ‘시간’ 개념이 발현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일에 있어서 순서가 중요해지는 대목이기도 하며, 시간에 따라 순서대로 이루어지는 일, 즉 흐름이라는 것이 생기게 되며, 꼭 집어서 시키지 않았음에도 흐름에 의하여 일이 이루어지는 것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디지털미디어는 사람을 컴퓨터와 이어준다. 컴퓨터와 사람 간에 관계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따라서 사람은 이 관계에 의하여 ‘경험’을 가지게 된다. 요즘 디자인에서 경험디자인이 중시되는 이유라 할 수 있는 대목이다. 디지털미디어에 의하여 새롭게 제시되는 사고의 방식은 이 외에도 ‘가상’의 개념이 있다. 사이버 공간이라고 하는 가상의 인터넷 공간이 그 대표적이라 할 수 있다. 사람이 물리적으로 살고 있는 이 공간을 초월하여 생각 속의 공간이 얼마든지 만들어질 수 있고, 그 속에서 생활의 일부를 영위할 수 있는 것이다.

    디지털미디어가 만들어가는 세상은 이제 우리 인간이 피할 수 없을 것이다. 디지털미디어는 과거와는 다른 사고를 필요로 한다. 이들 사고는 흐름이라거나, 관계라거나, 가상이라거나 하는, 그동안 우리가 익숙해하던 무엇인가를 정의하고, 맞다 하고, 예측 가능한 그런 사고와는 차이가 있다. 상황에 따라 다르며, 사람에 따라 다르며, 시간에 따라 다른, 그러한 것이다. 그리고 이들은 사람의 생각에 많이 의존한다. 생각의 힘을 필요로 하는 것이다. 우리의 생활과 산업현장에서도, 우리 아이들을 위한 교육에서도 이러한 변화를 깊이 들여다보는 노력이 있어야 할 것을 생각한다.

    김태희 영산대 게임·콘텐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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