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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6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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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가끔은 오롯이 음악만 들어보자- 김종렬(NH농협 밀양시지부장)

  • 기사입력 : 2015-01-23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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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족들이 볼일이 있다며 집을 나가고 모처럼 만에 혼자인 시간을 갖게 됐다. 불현듯 예전에 좋아하던 산울림의 노래가 듣고 싶다는 생각에 오디오 전원을 켰다.

    어떤 곡은 잔잔한 시 같은 가사가 좋았고, 어떤 곡은 가슴을 시원하게 하는 강렬함이 기분 좋다. 내친김에 오래 묵혀 두었던 LP까지 먼지를 털어내고 바늘을 올려놓는다. 바늘이 읽어내는 오래된 노래의 멜로디에 특유의 칙칙하는 소리까지 정성스럽게 챙겨서 듣는다. 좋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예전에는 참 많이도 했던 일이다.

    자기 몸통보다 큰 건전지를 달고 있는 트랜지스터 라디오를 듣다가, 카세트 테이프가 들어가는 녹음기의 소리를 처음 들었을 때, 트랜지스터에서는 들리지 않았던 중저음 때문에 얼마나 흥분했던가. 그 소리가 좋아서 직장을 구하자마자 제일 먼저 한 것이 당시에는 전축이라 불리던 오디오를 구입한 일이었다. 그리곤 월급을 받을 때마다 LP판을 구입했고, 그 당시 유행하던 음악다방을 찾아 다니는 등, 참 많은 시간을 음악과 함께했던 것 같다.

    그러던 것이 사는 것이 바빠서라는 이유로 음악을 잊어버리고 지냈고, 어쩌다 듣는다 하더라도 운전하는 차 안이나, 운동을 하면서 이어폰으로 흘려 듣는 것이 전부였다.

    MP3나 스마트폰이 보급되면서 우리는 너무나 쉽게 음악을 들을 수 있게 됐다. 편하고 쉽게 얻을 수 있으면 그만큼 소중함도 덜하게 된다. 음악 역시 접하기 쉬운 만큼 대수롭지 않게 흘려 듣게 되는 것 같다.

    그러나 가끔은 오로지 음악만 정성스럽게 한번 들어보면 어떨까 싶다. 그 음악이 달콤하고 부드러운 팝송이건, 가슴 뛰게 하는 박진감 넘치는 록이건, 악기들의 개성이 그대로 묻어나는 재즈건, 끈적거리지만 귓가에 착착 감기는 블루스건, 자연이 주는 편안함을 그대로 가지고 있는 클래식이건 상관없이 말이다. 그러면 흘려 들을 때 들리지 않았던 감춰져 있는 섬세한 소리와 숨겨진 감동이 함께하는, 음악만이 줄 수 있는 또 다른 행복한 시간을 만나게 될 것이다.

    김종렬 NH농협 밀양시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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