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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7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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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포럼] 졸업식 유감- 류성기(진주교대 국어교육과 교수)

  • 기사입력 : 2015-02-17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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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월은 졸업식 계절이다. 나는 뒤늦게 셋째 딸을 두어, 몇 년 전 고등학교 졸업식에 참석한 적이 있다. 모든 졸업생들과 이들을 보내는 재학생들이 체육관에 가득 모여 그동안 학창 생활에 대한 감회와 감사와 서운함과 앞으로의 삶에 대한 희망을 이야기하며, 학부모들의 축복 속에 뿌듯한 졸업식을 하는 것을 보았다.

    그런데 대학교의 졸업식은 참으로 대학 4년 동안 학문을 한 지성인이라면 해서는 안 되는 졸업식을 하고 있다. 졸업식장인 대강당에는 수상자 정도만 앉아 있고, 다른 학생들은 식장 밖에서 꽃다발을 안고, 학사복과 학사모를 쓰고, 축하객인 부모님, 친척들, 친구들과 사진을 찍고 있느라 무척 바쁘다.

    그런데 수상자들도 수상하지 않는다면 아마 졸업식장에 남아 있지 않을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어느 한 대학만의 풍경화는 아니다.

    우리나라 전국의 거의 모든 대학의 그림이다. 그래서 몇 년 전 둘째 딸아이의 석사학위 수여식이 호주 모 대학에서 있었는데, 딸아이에게 그 대학의 졸업식도 우리나라와 같이 수상자만 식장에 앉아 있고, 나머지 학생들은 식장 밖에서 사진만 찍고 있느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그렇지 않고,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모든 학생들과 학생 친지들이 식장 안에 앉아 식을 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대학 졸업식장의 모습은 왜 이렇게 됐을까?

    내가 수상자라는 주인공이 아니면 졸업식이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말인가. 대학을 4년 동안 다니면서 학문을 연마하고 인격을 도야하면서 정말 동료가 수상을 하면 박수를 쳐줄 수 있는 인격을 갖춘 사람이 되지 못했다는 말인가.

    졸업식에서는 지난 4년 동안을 생각하면서 자신이 변화된 모습을 그려보기도 하고, 내가 졸업할 때까지 지금의 내가 되도록 키워준 교수님, 직원들, 선배, 후배, 동료 학생들의 따뜻한 마음도 되새겨보고, 마음의 빚이 있다면 어떻게 갚을 것인가도 생각해보고, 앞으로의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에 대한 생각도 해 본다면 얼마나 멋진 일이겠는가.

    졸업식장 밖에서 부모, 친척, 친구들과 사진 찍는 일이 자신이 주인공이 되는 일이지만, 식장에 참석하는 일도 자신이 주인공이 되는 일이다. 비록 수상을 하지는 않지만 비수상자로서가 아니라 졸업생으로서 주인공이 되는 일이다.

    그런데 이러한 생각을 하지 못하고 마치 수상자가 아니라면 자기는 들러리나 서는 관객이라고 생각하고 졸업식장에 참여하지 않는데, 이러한 행위가 얼마나 옹졸한 일인가.

    우리는 여기에서 우리 교육의 문제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부모가 자기 자식에 대한 교육 방식에 있어, 교사가 학생들에 대한 교육 방식에 있어, 국가가 학생들을 지도하는 교육 방식에 있어 무엇이 잘못돼서 이러는가. 이는 아마 가정이나, 학교나, 국가의 교육 방식이 경쟁관계를 통한 지도 방법에 있을 것이다. 경쟁 관계는 서로가 서로의 적이기 때문에 남이 잘되는 것을 보지 못한다. 내가 잘돼야 한다. 다른 동료를 밟아 딛고 올라가야 한다. 그래야 내가 잘될 수 있다.

    이러한 교육 풍토 속에서 교육 받아 온 학생들이 어찌 남이 상 받는 것을 볼 수 있겠는가. 볼 수 없는 것이다. 그래서 졸업식장에 참여하지 않고, 내가 제일인 곳, 곧 식장 밖에서 자신의 동료나 부모로부터 축하받는 것이다.

    이제부터는 전체적 차원에서 교육 방식을 경쟁을 통한 방식에서 협력을 통한 교육 방법으로 바꿔 나가야 할 것이다. 서로가 서로를 필요로 하고, 서로 협력하는 교육 방법으로 말이다. 그래야 남을 필요로 하고, 남을 위한 인성이 개발되고, 그를 통해 서로가 존중하고 존중받으며, 칭찬해 주고, 함께 사회를 형성해 가는 일들이 일어날 것이다.

    류성기 진주교대 국어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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