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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6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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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베이비부머의 인생 2막] 건강식품 사업 정기철씨

취미로 키우던 울금이 ‘사업가 이모작’ 밑거름
[새롭게 꿈꾸자, 경남Ⅱ] (3) 대기업 현장직 정년퇴직 정기철씨

  • 기사입력 : 2015-03-15 2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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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기업 현장 근로자에서 건강식품 제조·판매업자로 변신한 정기철씨가 자신의 사무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전강용 기자/

    대기업 현장 근로자에서 식품 제조·판매업자로 변신한 ‘XXXX푸드’ 정기철(59) 대표.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젊음을 유지하고 있는 정씨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건강식품사업에 뛰어들었다.

    시련 속에서 ‘인생 2막’을 개척해 나가는 정씨의 사연은 은퇴 이후가 두려운 주변의 평범한 베이비부머들에게 용기가 될 것이다.


    ◆울금과의 인연

    정씨는 2012년 6월 포스코특수강에서 57세의 나이로 정년퇴직했다. 평생을 현장에서 기계를 만진 그였지만 내심 퇴직 이후를 크게 걱정하지는 않았다. 주야 교대 근무환경에서 짬짬이 약용식물인 울금을 재배한 경험을 살려 사업화를 구상해 왔기 때문이다. 울금은 간, 심장, 폐경에 작용해 기혈을 잘 돌게 하고 어혈을 없애며, 출혈을 멈추는 효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가 울금과 인연은 맺은 것은 2006년. 당시 그는 건강이 최악이었다. 바둑에 빠져 하루에 담배를 4~5갑 태웠고 탈모가 진행됐다. 게다가 무리한 등산 후유증으로 무릎관절이 안 좋아 다리를 질질 끌고 다닐 정도였다. 그때 일본의 지인으로부터 울금 세 뿌리를 들여와 텃밭에 심었고 정성을 다해 키웠다. 다행히 첫해 작황이 좋아 다음 해에는 150㎡로 늘려 심었다. 울금을 꾸준히 복용했더니 피로가 덜 쌓이는 걸 느꼈다. 신경쇠약과 불면증도 있었는데 잠도 잘 왔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 머리카락이 새로 나고 아픈 무릎도 좋아졌다.

    2009년 진해에 버려둔 임야 6000㎡를 임대 개간해 울금을 확대 재배했다. 근무가 아닌 날은 울금 밭에서 살다시피 했다. 유황을 넣은 퇴비로 울금의 효능을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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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업 초보자의 시련과 도전

    효험을 본 그는 지인들 중 아프다는 사람들에게 울금을 나눠줬다. 처음에는 공짜로 주다가 달라는 사람이 많아지고 영농비가 많이 들어가자 사례로 돈을 주면 받기도 했다. 그런데 이게 화근이 됐다. 식품허가도 없이 판매했다며 누군가 고발을 한 모양이었다. 경찰에 불려 갔다온 이후 그는 차라리 사업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시간 나는 대로 약용작물 공부를 했다. 대학의 평생교육원 약초과정을 이수하고, 한의사 등 전문가를 찾아다니며 실력을 쌓았다.

    “퇴직 당시에 다른 기계 회사에서 같이 일하자는 요청이 와 잠시 고민했지만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해야겠다는 생각에 울금사업을 하기로 했습니다.”

    퇴직과 함께 창원시 의창구 한 빌라 지하에 사무실과 제조공장을 갖추고 식품 제조·가공회사를 설립했다.

    “울금은 체내 흡수율이 낮은 게 단점입니다. 흡수율을 높이기 위해 다른 약재와 섞어 가공했습니다. 울금과 궁합이 잘 맞는 하수오와 검은 콩을 배합한 뒤 이것을 막걸리에 담갔다가 찌고 말리기를 수차례 거듭했습니다. 한방에서 한약재의 효능을 높이는 과정을 법제(法製)라고 하는데, 법제 과정을 거치면서 울금의 쓴맛을 제거해 먹기 좋게 만들었습니다.”

    그는 자신이 만든 ‘울금을 이용한 건강보조식품의 제조방법 및 이를 이용한 건강보조식품’을 특허 등록했다. 울금환, 울금엑기스, 울금분말 등을 상품으로 내놨다. 홍삼과 삼채도 가공해 홍삼엑기스와 삼채분말 제품도 출시하는 등 제품 다양화를 꾀했다. 중소기업청 소상공인지원센터의 마케팅 수업을 받으며 사업을 나름 체계화시켰고,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온라인 판매 시스템과 홍보 팸플릿도 제작했다. 사업은 궤도를 오르며 월 1000만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하지만 시련이 닥쳤다. 복잡한 식품의약법령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건강보조식품에서 써서는 안 되는 문구를 사용했다는 이유로 벌금형을 받았다. 설상가상 친구에게 울금을 위탁 재배했는데, 계약을 어기며 딴 곳에다 팔아버리는 바람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울금이 몸에 좋다고 방송을 통해 알려지면서 전국에 울금 제조·판매업자가 엄청나게 늘었다. 그로서는 또 다른 위기가 닥친 셈이다. 싼 약재를 섞어 만든 저가품들이 쏟아져 나와 매출에 타격을 입었다.


    ◆‘무리하지 않는다’ 신조

    그는 지금 이대로는 사업의 미래가 없다고 판단해 새로운 제품 개발에 도전했다. 울금을 이용한 음료로, 개발은 거의 끝냈으며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는 방안을 찾고 있다. 그는 사업을 시작하면서 절대 무리하지 않는다는 철칙을 세웠다. 그래서 정책자금을 받아 사업을 넓힐 수도 있지만 아직은 그럴 마음이 없다. 자신의 가용자금 한도 내에서 사업을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회사도 혼자서 운영한다.

    “무리하지 않고 소신껏 일하기로 했습니다. 내 가족이 먹는다는 생각으로 일해 왔습니다. 울금을 처음 재배할 때부터 8년 넘게 꾸준히 찾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한탕 장사로 저가품을 만들어 대량 판매했다면 지금까지 유지 못했을 겁니다. 초심을 잃지 않는 게 목표입니다.”

    울금이 어디에 어떻게 좋으냐고 물었더니, 그는 모 식품회사 회장의 방송광고를 들며 “왜 ‘남자한테 참 좋은데, 뭐라고 설명할 방법이 없네’라고 광고한 줄 아느냐”고 되물으면서 “건강보조식품은 어디에 좋다는 얘기를 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울금은 한곳에서 3년 정도 재배하고 나면 땅을 바꿔야 한다. 지금은 경북의 지인 밭에서 재배한 것을 사용하고 있다. 창녕에 밭을 마련하고 가공공장을 옮겨 사업을 도약시킬 구상을 하고 있다.

    ※취재 후기= 사업 면에서 정기철 대표는 아직 성공한 사람은 아니다. 미완이다. 사업 경험이 일천해 실수도 잦았다. 하지만 우직하게 살아가는 그에게서 도전정신과 희망을 찾는다. 그는 실수를 밑천 삼아 천천히 전진해 나가고 있다.

    이학수 기자 leehs@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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