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0월 19일 (토)
전체메뉴

[청춘과 떠나는 세계여행] 피라미드가 있는 카이로

  • 기사입력 : 2015-04-02 22:00:00
  •   
  • 메인이미지
    피라미드 초입에서 보이는 쿠푸왕 피라미드와 스핑크스.

    카이로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이슬람 도시 가운데 하나이다. 아프리카 대륙이지만 아랍국가에 가깝고 나일강을 따라 남쪽으로 내려가지 않는 이상 이집트 수도 카이로에서는 흑인들을 보긴 힘들다. 인구 1600만명의 카이로는 가이드북에서 알려준 대로 혼돈의 도시였다. 밤늦은 시간에도 엄청난 수의 자동차가 도로 위를 질주하고, 신호등이 무색하게 교통신호를 지키는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길을 건너려면 최소한 목숨은 걸고 건너야 해서 길 건너는 타이밍을 찾지 못해 한참을 서 있기도 했다. 게다가 태양신 ‘라’가 지켜준다고 하더니 날은 밝았으나 파란 하늘을 볼 수 없었다. 거리는 온통 자동차 경음기 소음과 매연으로 가득 차서 도착 첫날부터 귀를 막고 코를 막고 싶은 심정이었다. 회색을 머금은 우중충한 하늘과 색을 잃어버린 모스크. 내 상상 속의 이집트와는 너무 다른 모습에 충격 아닌 충격이었던 카이로의 첫인상이다.

    aa.jpg


    고대 불가사의 피라미드.

    지구상에 남아 있는 유일한 고대 불가사의 중 하나인 이집트 피라미드는 카이로 일정에서 일부러 아껴뒀다. 피라미드를 먼저 보게 되면 이집트 여행이 시시해질까 봐 일부러 마지막까지 남겨뒀는데 탁월한 선택이었던 것 같다. 피라미드와 감격스런 첫 만남을 가지던 날, 때마침 날씨까지 아주 근사했다. 카이로에서 처음 보는 파란 하늘. 여행을 다니다 보면 날씨가 좋은 것만으로도 감사하게 된다.

    약 4500년 전에 인류가 만든 거대한 문화유산을 만나러 지하철을 타고 간다는 것이 아이러니하지만 그 또한 21세기를 여행하는 묘한 매력 아닐까?

    4500년 전 미지의 땅에 발을 디딘 첫 순간 가슴은 콩닥콩닥, 발끝은 찌릿찌릿. 어마어마한 크기의 스핑크스를 보니 그리스 로마 신화 속 스핑크스가 떠올랐다. 지나가는 사람에게 수수께끼를 내고 답을 맞추지 못하면 잡아먹었다던 스핑크스. 신화 속 스핑크스는 엄청나게 무시무시한데 실제로 만난 스핑크스는 형체가 많이 손상돼 안타까운 마음이 먼저 들었다.

    그중에 깎이다 못해 허물어진 코는 보는 이의 가슴을 짠하게 만들었다. 아랍인들의 침입으로 손상됐다는 설도 있고 나폴레옹이 그 위용에 기죽어 총을 겨눴다는 설도 있지만 위풍당당한 그 모습을 보지 못해서 내심 속상했다. 코는 문드러지고 살은 깎여 이제는 볼품없는 몸매를 자랑하지만 여전히 순례자와 여행자를 매료시키는 힘이 그에겐 존재한다.

    전체 길이 57m, 높이 20m에 이르는 천연 석회암 산을 이용해 만든 가장 오래되고 웅장한 녀석이 갑자기 살아 움직이며 수수께끼를 낼 것만 같다.

    메인이미지


    사막 속에서 우뚝 솟아오른 듯한 피라미드는 생각보다 훨씬 더 웅장한 스케일이다. 한발 한발 다가갈수록 더 진한 감동이 다가온다. 멀리서 맨 처음 피라미드를 봤을 때는 어릴 적 책에서 보아온 것을 직접 봤다는 사실이 그저 신기했다. 피라미드가 왕들의 무덤이라는 사실만 안다 할지라도 그 감동과 놀라움은 상상 초월이다.

    풀 한 포기, 돌 하나 없는 이 황량한 사막에 과연 누가? 어떻게? 성인 몸보다 큰 돌들을 옮겨오고 쌓아 올린 건지 생각을 하다가 그만 소름이 돋고 말았다. 가로 2m 세로 1m 평균 2.5t의 무게를 자랑하는 벽돌을 밑변에서 꼭대기까지 230만개 이상 사용해 210단이나 쌓아 올렸다고 한다.

    세 개의 피라미드 중 두 번째로 크며 제일 매끈한 모습을 자랑하는 카프라 왕의 피라미드 안으로 들어갔다. 엄청난 규모와 크기에도 불구하고 피라미드 안으로 들어가려면 내 몸을 한없이 낮춰야 했다. 내부는 생각했던 것보다 더 좁다. 게다가 느낌인지는 몰라도 공기까지 부족한 것 같았다. 괜시리 숨이 턱턱 막히면서 그곳에 머물기가 너무나도 힘들었다. 왕가의 무덤이지만 대부분 유물들이 도굴돼 실질적으로 내부에 볼거리는 하나도 없다.

    낯선 이들이 하루에도 수백명씩 무단침입하는 무례함에 통곡할 노릇이지만, 최대한 예의를 갖추고 다가간다면 그 가치는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나는 이 오묘한 분위기를 만끽했던 것 같다. 잠시 동안 들어갔다 나온 것뿐인데 정말 사후세계 체험을 하고 나온 듯 정신이 아찔하다. 피라미드를 구성하는 4500년 전의 돌 위에 앉아 바람을 느끼고 친구들에게 엽서를 써본다. 4500년 전의 향기와 바람을 담아 설렘과 떨림을 고스란히 전해주고 싶었다.

    메인이미지
    9개의 피라미드가 보이는 뷰포인트 지점.


    기자에서 마지막으로 할 일은 9개의 피라미드가 다 보이는 뷰포인트에 가는 것이다. 가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는데 첫째, 튼튼한 두 다리를 이용해서 걸어서 가기(40도가 넘는 이집트의 더위를 고려한다면, 이건 거의 죽음에 가깝다). 둘째, 흥정의 날개를 펴는 낙타꾼과 협상해 낙타트레킹 하기.

    사막, 피라미드, 낙타 이 묘한 세 단어에 이끌려 낙타트레킹을 선택했다. 낙타를 처음 타본 느낌은 생각보다 엄청 키가 크다는 것이다. 앉았다가 일어설 때 꼭 앞으로 고꾸라질 것 같은 느낌이 스릴 만점이다. 흔들흔들 휘청휘청거리며 점점 피라미드에서 멀어지더니 사막을 향해 나아간다. 풀 한 포기 없는 황량하고 메마른 땅, 건조한 바람이 대지를 가득 감싸는 그곳에 눈으로 보아도 믿기지 않는 9개의 피라미드가 있었다.

    인류가 만들어낸 찬란한 역사의 현장에 서서 나의 모습을 뒤돌아본다. 어제보다 더 나은 오늘을 만들기 위해 차곡차곡 쌓아온 나만의 역사책 한 페이지에 이 무한한 감동을 새겨 넣는다. 내가 이집트에 오게 되다니, 이곳에서 피라미드를 보게 되다니, 사막을 달려 보다니, 람세스를 마주하게 되다니…. 모든 일들이 꿈만 같다. 사막의 모래바람마저도 나를 행복하게 만들었던 기억이 담겨져 있는 곳. 그곳의 모래바람이 다시금 그리워 진다.

    메인이미지
    뷰포인트에 가기 위해 필요한 낙타 호객꾼.


    ★ 여행TIP

    고대유적과 사막에 환상 있다면 추천

    단, 더위와 모래바람, 호객행위 견뎌야


    가라! 고대 유적 유물에 관심 있는 사람. 사막, 오아시스 등 자연경관에 환상을 품은 사람. 덥고 냄새 나고 지저분해도 큰 상관없이 넘어갈 수 있는 사람. 귀찮게 호객하는 이집션을 만나도, 가벼운 사기를 당해도 웃어 넘길 수 있는 긍정적인 사람.

    가지마라! 더운 것은 죽어도 못 견디는 사람. 지저분한 것은 참을 수 없는 사람. 귀찮게 괴롭히는 것에 짜증내는 사람. 코와 입, 귀에 모래가 들어가면 염증이 나는 사람. 현지인과 일일이 흥정하는 게 힘든 사람. 조금이라도 사기당하면 억울해 죽을 것 같은 사람.

    aa.jpg
    △박미정

    △ 1980년 창원 출생

    △합성동 트레블 카페 '소금사막' 대표.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 관련기사
  • 이슬기 기자의 다른기사 검색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