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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6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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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포럼] 미더덕보다 오만둥이 즐겨 먹은 데는 이런 이유 있었다

미더덕, 오만둥이에 대한 기록- 박태성(두류문화연구원 연구위원)

  • 기사입력 : 2015-04-07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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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더덕에 대한 최초의 기록으로는 ≪자산어보 玆山魚譜≫(1814년)에 한자어로 ‘음충(淫蟲)’, 속어로 ‘오만동(五萬童)’이라 한 것에서 찾아볼 수 있다. 물론 그 훨씬 이전부터 존재한 생물이겠지만 기록된 것이 그러하다는 것이다. 오만동은 엄밀히 말하면 미더덕이라 할 수 없다. 미더덕과 오만동, 즉 오만둥이와는 서로 다르다. 요즈음 일반적인 명칭의 미더덕은 참미더덕을 말하는 것이고 자산어보에서 말하는 오만동(오만둥이)는 돌미더덕이라고 한다. 돌미더덕은 생긴 모양이 돌덩이와 같이 생겨서 붙은 이름이며 오만둥이라는 이름은 경상도 말로는 ‘오만(온갖) 데에 다 붙기 때문에 오만둥이’라고 한다는 일설이 있다.

    미더덕이라는 이름은 무슨 뜻일까. 미더덕은 미+더덕으로 구성됐다. 더덕은 산에서 나는 산더덕을 의미한다. 더덕의 껍질이 가로 주름을 이루며 쭈글쭈글해 못생긴 사람을 부를 때 더덕같이 생겼다고도 한다. ‘미’는 물을 뜻하는 우리말이다. 물의 고어는 믈, 밀, 몰(몰밤), 말(말밤), 무(무제, 무지게), 미(미나리) 등이 있다. 기본어인 ‘ㅁ.ㄹ’의 모음 아래 ㅏ(·)가 ㅏ, ㅓ, ㅗ, ㅜ, ㅡ, ㅣ로 얼마든지 변하는 것이 우리말이다. 그러므로 미더덕은 물더덕이라는 의미이며 ‘바다에서 나는 더덕’이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더덕’이라는 말은 덕지덕지 붙어있다는 말에서 비롯된 것으로 추정되나 불분명하다. 더덕 뿌리의 껍질에 굻은 주름이나 혹, 뿌리 등이 더덕더덕 붙어있기 때문에 생긴 이름으로 추정된다. 미더덕과 산더덕은 외피의 주름과 혹처럼 붙은 껍질의 모양이 비슷하다.

    미더덕을 일상적으로 많이 먹기 시작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은 일이다. 현재 우리나라 미더덕의 약 60%를 생산하는 주생산지는 마산합포구 진동면 일대이다. 이는 미더덕 양식이 마산만 진동 앞바다 일대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자연적으로 자라는 미더덕이 전국으로 분포하는 것은 돌미더덕인 오만둥이일 수 있지만 참미더덕이라고 불리는 미더덕은 마산만 일대에 집중되어 있다. 이는 참미더덕의 양식이 처음 이루어지고 대규모로 이뤄진 곳이 마산 진동이기 때문이다.

    미더덕은 원래 어촌에서도 잘 먹지 않았고 다른 해산물 양식을 방해하는 애물단지쯤으로 여겨졌다. 미더덕을 제대로 먹을 줄 모르던 1970년대까지 미더덕은 한마디로 먹을 게 없는 바다 생물이었다. 오만둥이는 있는 그대로 잘라서 된장에 넣으면 씹을 것이라도 있는데 비해 미더덕은 너무도 먹을 것이 없는 주머니에 물만 가득한 먹기 어려운 생물이었다. 그것은 미더덕을 지금처럼 껍질을 벗길 줄 몰라서였다. 1970년대까지는 현재 미더덕을 손질하는 방식처럼 껍질을 얇게 벗기는 방법을 몰랐다. 당시에는 돌이나 바닥에 붙어있는 미더덕을 주워서 꼬리를 칼로 잘라 버리고 몸통을 자르면 안쪽의 내용물이 모두 흘러버리고 조금 남은 껍질과 내장으로 국물을 내어서 먹었다. 그러나 껍질이 너무 질겨서 대부분 국물만 내고 버리게 됐다. 그런데 그러다가 우연한 기회에 미더덕의 껍질을 얇게 벗기는 방법을 알게 되면서 미더덕의 껍질을 대부분 벗긴 뒤 통째로 먹는 방법을 알게 되면서 미덕덕에 대한 인식이 획기적으로 바뀌게 된 것이다. 그때가 70년대 중반 정도이다. 즉 그전에는 껍질 때문에 미더덕은 잘 먹지 않았고 오만둥이만 주로 먹었던 것이다. 지금은 그 지위가 역전됐지만 말이다. 그러나 여전히 오만둥이를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것이 계기가 돼 미더덕의 향긋한 맛이 사람들에게 알려지면서 수요가 증가하게 되고 드디어는 미더덕 양식을 시작하게 됐다. 그러나 미더덕 양식은 처음부터 만만치가 않았다. 미더덕의 생명력이 너무 강하고 번식력과 이식력이 뛰어나 주변의 다른 양식해산물들에 피해를 주는 경우가 생기게 돼 미더덕이 퇴치생물로 인식되기도 했다. 그리하여 정식으로 미더덕 양식허가가 난 것은 1999년이니 불과 15년이다.

    박태성 (두류문화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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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더덕(좌)과 오만둥이(우). /경남신문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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