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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칼럼] 감사(Thank You), 그것으로 인생은 충분하다- 김태경(아동문학가)

  • 기사입력 : 2015-04-17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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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종 차별 정책을 폈던 미시시피주에서 가난한 흑인 가정의 사생아로 태어났다. 유년 시절부터 성폭행과 성적 학대를 당했고, 열네 살에는 임신까지 하게 된다. 그리고 그 아이는 몇 주 후 병원에서 숨을 거뒀다.

    한 가닥 희망조차 품을 수 없는 황폐한 삶, 바로 수십억대의 자산을 보유한 성공한 흑인 여성 ‘오프라 윈프리 (Oprah Winfrey)’의 이야기다.

    그녀의 책 ‘내가 확실히 아는 것들 (What I Know For Sure)’에서 ‘감사’가 얼마나 그녀의 삶에 진실하게 작용하는지를 목격할 수 있다. 그녀는 늘 감사해야 할 일을 찾았고, ‘감사 일기’를 통해 끊임없이 자신의 삶에 감사했다. 감사하며 살아가는 것의 힘과 즐거움을 옹호한다는 그녀는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으로, 대중의 사랑과 지지를 받는 리더가 됐다. 감사(Thank You)야말로 그녀의 기적 같은 삶이 탄생할 수 있었던 힘이 아닐까.

    존 크랠릭(John Kralik)의 ‘365 Thank You’ 책에는 삶의 벼랑에 서 있던 변호사, 저자 자신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허덕이는 것에 지친, 소생이 희박한 삶의 절망 속에서 그가 택한 것은 바로 ‘감사’였다. 그는 주변의 모든 이들을 대상으로 평범한 감사 편지를 전해주기 시작한다. 자신의 아들에게, 단골 카페 직원에게, 직장 동료들에게. 그렇게 15개월 동안 365명의 사람들에게 감사 편지가 찾아간다. 놀랍게도 그의 삶이 빛나기 시작하면서 모든 것이 예전보다 더 좋은 상황으로 돌아온다. 일도 가족도 파탄에 이르렀던 경제적인 상황까지도 말이다. 매력적이지 않은가, 우리가 무심히 흘려보냈던 그 순간을 감사로 채웠을 때 벌어지는 마법 같은 일들이.

    우리의 모습은 어떨까. 혼란스러운 나날 속에 서로가 힐책하고 폄훼하기에 바쁜 오늘날이 아닌가. 누구든 입이 모이면 정치, 경제의 조악한 모습을 한탄하고 주변의 사람을 깎아내리기에 바쁘다. ‘감사’라는 것이 삶에서 점점 유리되어 가는 게 아닐까 걱정스럽다. 어린아이까지도 감정의 황폐화를 겪는 지금, 방기해버린 소소한 삶의 조각들이 흩어져간다. 그럼에도 감사의 울림을 통해 꽃을 피우고 향기를 전하는 사람들은 있다. 타인을 위해 기꺼이 자신의 일부분을 나누는 이들은 말한다. 나를 둘러싼 우주의 모든 것에 감사의 마음을 전하다 보면, 더 감사해야 할 일들이 많아진다고.

    삶이란 순간순간 기적과 마주하고 있다. 그 기적이란 실로 대단하거나 생경한 것이 아니다. 은은한 향기로 몸의 긴장을 풀어주는 커피 한 잔에 감사하고, 돌 틈을 비집고 올라온 이름 없는 꽃의 생명력에 감사하다면, 그것이 곧 삶의 기적이 아닐까. 의식적으로, 습관적으로 감사할 거리를 찾아보는 것은 어떻겠는가.

    나는 감사하다. 다시 돌아온 봄, 살갗에 와 닿는 보드레한 봄바람에 감사하고, 눈꽃처럼 흩어지던 벚꽃의 유한했던 시간에 감사하다. 가족의 저녁식사와 그 시간 안에 감도는 편안함과 따뜻함에 감사하다. 숨은 속 얘기를 말할 수 있고, 들어주는 친구가 있어 감사하다. 또한 특별한 이유 없이 가슴 설레는 그런 날들에 나는 감사하다.

    영국 속담 중, ‘감사는 과거에게 주어지는 덕행이 아니라 미래를 살찌게 하는 덕행이다’라는 말이 있다. 성숙한 인간으로 나아갈 수 있는 것, 그것이 곧 삶의 본질을 충만하게 채워 나가는 길이 아니겠는가. 그러니, 우리 삶에서 감사(Thank You), 그것으로 충분한 것이다.

    김태경 (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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