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4월 27일 (토)
전체메뉴

[촉석루] 숲에 고인 물- 김인성(경남생명의 숲 상임대표)

  • 기사입력 : 2015-04-21 07:00:00
  •   
  • 메인이미지

    ‘곡우에 가물면 땅이 석자가 마른다’는 옛말처럼 봄이 되면 비가 자주 온다.

    이렇게 자주 내리는 봄비는 우리의 마음을 우울하게 만들기보다는 왠지 포근하고 아늑한 느낌을 줄 때가 많다. 그만큼 봄비는 우리 삶에 큰 혜택을 주고 있는 듯하다.

    옛날부터 곡우 무렵은 나무에 물이 많이 올라 깊은 산으로 곡우물을 먹으러 가곤 했다고 한다.

    곡우물은 주로 고로쇠나무, 산다래, 자작나무나 박달나무에 상처를 내어 나오는 물로, 그 물을 마시면 몸에 좋다고 하여 약수로 먹었다고 전한다.

    이처럼 나무가 무성한 숲과 숲 속에 고인 물은 서로 떨어질 수 없는 관계를 유지한다.

    그런 의미에서 ‘숲은 물의 고향’이다. 하늘에서 내린 비가 숲에 떨어져 나뭇가지와 잎을 적시며 흐르다가 낙엽이 쌓인 뿌리 근처에 고여 천천히 스며들면, 숲을 이루고 있는 다양한 퇴적물에 의해 조금씩 저장된다.

    숲을 만들어야 물도 풍부해지고 땅속으로 들어간 더러운 물이 맑게 되어 수질이 좋아진다.

    콘크리트로 막은 거대한 댐은 지금은 일시적으로 물을 가둘 수는 있어도 홍수를 예방할 지속 가능한 방법이 되지는 못하며, 숲의 종 다양성을 유지할 수 없다.

    숲이 침엽수와 활엽수가 섞여 있는 20년생 숲에서 가장 안정된 50년생 활엽수 숲으로 자라면 홍수기에는 62억t의 물을 더 저장해 홍수피해를 줄이며, 갈수기에는 65억t의 물을 더 공급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숲은 물의 양을 조절하는 거대한 ‘초록댐’이라고 부른다.

    4월의 숲속을 걸어가면 다양한 들꽃의 향기도 맡을 수 있어 좋다.

    눈꽃 같은 쇠물푸레나무꽃의 달콤한 향기와 눈여겨보지 않으면 발길에 채여 상처 입을 것 같은 애기풀꽃과 화사한 철쭉의 밝은 미소를 만날 수 있다.

    찌든 일상을 벗어나서 억지로라도 짬을 내어 한 번쯤 초록물 뚝뚝 떨어지는 숲을 걸어보자.

    김 인 성

    경남생명의 숲 상임대표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