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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6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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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칼럼] 노인 요양 병원- 정영선(수필가)

  • 기사입력 : 2015-04-2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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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시대를 살아가는 칠팔십 대의 우리들의 부모님들은 어려운 시대에 태어나 고생만 하시다가 연로해지셨는데 여생을 좀 평안하고 행복하게 지내셨으면 좋으련만 이런저런 병마에 시달리며 사시는 분들을 볼 때마다 가슴이 아파 온다.

    몇 해 전 친정어머니가 노인요양병원에 입원하셨다. 심장수술을 받고 경과가 좋지 않은 데다 팔순의 고령이시라 회복이 늦어 중환자실과 일반 병실에서 두어 달 침상에서만 생활하시다 보니 몸이 앙상하게 마르고 근육도 약해져서 제대로 일어나 앉지도 못하게 돼 재활 치료를 위해 노인요양병원으로 옮기신 것이다. 처음엔 요양병원은 분위기가 어둡지 않을까 내심 걱정했는데 병원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어머니가 입원한 병원은 쾌적하고 분위기가 밝아서 좋았다. 넓고 깨끗한 복도와 휴게실, 그리고 정갈하게 꾸며놓은 환경은 마치 유치원에 온 듯 착각을 자아내게 했다.

    입원 환자들은 주로 치매나 중풍 환자로 반신불수나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분들이었는데 방마다 요양 보호사들이 주야로 근무하며 환자들의 손발이 되어주었다. 대소변을 받아내고 식사와 양치질을 도와주고 목욕까지 시켜주며 참으로 딸같이 친밀하고 살갑게 환자들을 대했다. 또한 병원에서는 하루에 두 번씩 환자들에게 적절한 운동을 시키는데 재활치료실에서 물리치료사와 작업치료사가 환자들의 신체적 정신적 치료를 위해 근육강화와 보행훈련, 감각훈련과 지구력훈련 등 환자마다 적합한 운동을 성심껏 시킨다. 그리고 보행이 가능한 환자들을 위해서는 외부 봉사단체에서 거의 매일 나와서 노래와 율동, 이야기와 레크리에이션으로 무료하고 지쳐 있는 노인 환자들의 마음을 위로하고 달래준다.

    어머니는 그곳에서 열심히 치료받고 운동한 결과 잘 걸을 수 있게 돼 시골에 가 혼자 텃밭을 가꾸며 잘 지내시다가 작년에 돌아가셨다. 지금은 시어머님이 다른 요양병원에 계시는데 2년 동안 일어나지도 못한 채 침상에 누워만 계신다. 오랫동안 병석에 있다 보면 환자나 간병하는 보호자, 심지어 가족 모두가 정신적 육체적으로 지치게 마련이다. 그러나 요즘은 치매나 중풍 환자 등 오랜 투병을 요하는 환자들은 웬만하면 요양병원에서 편안하게 의료진의 진료와 요양보호사들의 간병을 받으며 지내게 되는데, 환자나 보호자를 위해서 참으로 다행한 일이라 할 수 있겠다.

    우리나라도 점점 평균 수명이 높아지는 노령화로 인해 노인 인구가 늘어나는 추세다. 그러나 핵가족시대에 맞벌이 부부가 늘어남에 따라 오랜 기간 병석에 누워 있을 경우 가족이 돌봐 줄 시간적인 여유가 없다. 이에 맞물려 국가의 복지정책으로 노인 요양병원이 많아지고 사람들의 인식도 변해 요양병원에 가는 것을, 보내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받아들인다.

    그러나 지금도 부모를 요양병원에 보내는 것을 불효라고 생각해 기꺼이 자신의 모든 생활을 접고 집에서 종일 손발이 되어드리는 분들도 있다. 그 갸륵한 마음을 누군들 어찌 높여 드리지 않겠는가? 그러나 몇 년씩 희망 없는 질병과 씨름하며 온 가족이 질병의 노예가 돼 매달려 있다 보면 힘들어 지치고 삶이 무의미해져 우울증을 앓기도 하고 가족 간의 불화도 잦아진다고 한다.

    이렇듯 부모를 손수 편하게 모시고 싶은 것이 자녀들의 참 마음이지만, 어쩔 수 없는 여건으로 병원에다 모시든 집에서 모시든 우리 부모님들의 참 마음은 미안해하시고 고마워하시리라.

    정영선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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