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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역사는 깊다- 100년 전 오늘, 무슨 일이 있었을까

  • 기사입력 : 2015-06-19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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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05년경 한성은행. 한성은행은 1897년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은행이다.


    100여 년 전. 현재 가장 근접한 날짜에 우리나라에는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그리고 그에 대한 교훈은?

    1896년 6월 16일. 서울 광통교 옆 화폐교환소에 김종한, 안경수, 이완용, 이채연, 이근배, 윤규섭, 이승업 등 7인이 모였다. 이들은 통상(通商)업무나 외교 사무소를 담당한 덕에 외국 사정에 상대적으로 밝았던 ‘개명 관료’들과 개성상인, 개항장 객주 등이었다. 이 자리에서 이들은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적 은행 설립계획을 마련했다.

    설립배경은 국고금을 취급하는 은행으로, 이름은 ‘대조선은행’이었다. 같은 달 25일 ‘독립신문’에 주식모집 광고를 실기도 했다.

    1894년 갑오개혁 때 모든 세금을 돈으로 받기로 하자 이후 국고금을 취급하는 은행이 필요로 했고 이들이 설립 발기인으로 나선 것이다. 하지만 이들의 생각에는 은행으로 ‘돈놀이’만 해도 큰 이익을 볼 수 있다는 것이 자리 잡았다. 창립 발기인들은 ‘염불보다는 잿밥’에 관심이 많았으며, 마음속에 공익(公益)의 비중은 아주 작았다.

    결국 대조선은행은 국고금 취급을 위한 은행으로서의 처음 포부와는 달리 대부업만으로 근근이 명맥을 유지하다 3년 후 끝내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공공(公共)을 돌보지 않는 은행은 천한 고리대금업체와 다를 바 없었다는 것이 100여 년 전 6월에 있었던 우리나라의 상황이었다.

    오늘로 들여다본 어제, 오늘이 말해주는 내일을 책으로 엮은 것이 ‘우리 역사는 깊다’(1·2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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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무의미게 보이는 듯한 ‘오늘’을 ‘역사’로 되살려 ‘대한민국’을 곱씹고 있다.

    그때그때 날짜에 맞춰 총 60개의 주제를 선정했기 때문에 꼭지들 간 연관성은 거의 없다. 하지만 모든 꼭지를 관통한 저자의 문제의식은 역사란 시간·공간·인간의 유기적이고 총체적인 변화라는 생각이다. 저자는 수많은 작은 ‘오늘’들의 다양한 시간과 공간과 인간의 이야기들을 통해 100년 전과 현재가 얼마나 어떻게 다르고 같은지를 살핀다. 저자가 풀어놓는 어제의 ‘오늘’들은 낯설지만 흥미롭다. 저자가 어제의 ‘오늘’들로 지금의 ‘오늘’에 던지는 메시지는 쓰지만 통렬하다.

    즉 과거의 ‘오늘’이 현재의 ‘오늘’에 말해주는 것들을 서술한 것이다.

    한 예로, 6월 10일. 우리에게 이날은 1926년 6월 10일 대한제국의 마지막 군주였던 순종의 장례식을 기해 일어난 독립만세운동이나, 1987년 전두환 전 대통령의 ‘4·13 호헌조치’ 발표 후 이에 반대하는 6월항쟁의 시발점으로 기억된다. 반면 저자는 ‘시(時)의 기념일’이라는 다소 낯선 역사를 들려준다.

    1921년 일본은 기원후 60년경 누각(漏刻)이라는 시계를 만들었다고 전해지는 덴치(天智)왕을 기리고 시간을 엄수하는 문화를 만들자는 취지에서 6월 10일을 ‘시(時)의 기념일’로 선포하고 조선에도 적용했다. 하지만 일제는 우리에게 정오의 오포(午砲) 소리를 듣게 하는 것뿐이었다. 오포는 일본 도쿄의 표준 시계에 연결된 발신기가 일본 제국 전역의 주요 지점에 설치된 수신기에 알려준 시각이었다. 그러나 이는 잘 맞지 않았다. 일본 제국주의자들에게 식민지 원주민의 시간은 크게 고려할 사안이 아니었다.

    이렇듯 책은 100여 년 전부터 근래까지. 경복궁 잔디밭과 일제의 공간정치, 경무대에서 청와대로의 개칭 등 1월에서 12월까지 역사 속의 오늘을 60여 개의 주제로 얘기하고 있다. ‘오늘’을 만드는 ‘어제’, ‘내일’을 위한 성찰의 토대로 삼고, 미처 알지 못했던 많은 역사들을 생생하게 재연했다는 점에서 저자의 발간 의도를 엿볼 수 있다.

    전우용 저, 푸른역사 간 1권 1만6500원

    전강준 기자 jkj@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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