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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김태호 최고위원이 가야 할 길- 이종구(정치부 서울본부장·국장)

  • 기사입력 : 2015-07-07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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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태호 새누리당 최고위원은 세칭 ‘스펙’이 좋은 정치인이다. 서울대 졸업 학벌은 물론 한나라당 여의도연구소 사회정책실장을 거쳐 지난 1998년 만 36세에 경남도의원, 2002년 만 40세에 거창군수에 당선됐다. 그리고 2004년부터 2010년까지 40대에 경남도지사를 지냈고 2010년 8월에는 이명박정부의 국무총리 후보자에 오르기도 했다. 총리후보자 청문회 과정에서 낙마했지만 2011년 4월 김해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뒤 재선에 성공했다. 지난해 7월 전당대회에선 김무성-서청원 양강구도 속에서 3위로 최고위원에 당당히 당선됐다. 그는 또 언변이 좋고 외모가 준수하다는 정치인으로서 최고 장점이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그가 지사 시절 경남도 행사에서 연설하는 것을 보고 총리후보자로 지명하는 계기가 됐다고 한다. 그러나 김 최고위원은 최고위원이 된 뒤에는 친박과 비박의 틈바구니에서 존재감이 조금씩 잊혀 갔다.

    그러던 그가 최근 튀는 행보로 다시 여론의 주목을 받고 있다.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거부권 정국에서 그는 친박계보다 더 강력하게 유승민 원내대표의 사퇴를 주장해 지난 2일 최고위원회의가 김무성 대표가 중도퇴장하고 욕설까지 나오는 파행의 단초를 제공하기도 했다. 그의 끈질긴 유승민 사퇴 주장에 대해 여권에서는 ‘도대체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당은 물론 본인에게도 이득이 되지 않는 행동이라는 것이다. 일부 친박계 의원들조차도 같은 반응을 보일 정도다.

    김 최고위원의 튀는 행보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10월엔 “대통령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경제활성화법만은 제발 좀 통과시켜 달라’고 하고 있는데도 국회는 ‘개헌 골든타임’이라고 해 대통령에게 염장을 뿌렸다”며 돌연 최고위원직 사퇴를 선언했다가 12일 만에 번복하기도 했다. 또 지난 5월에는 여야가 합의한 공무원연금 개혁안에 대해 “여야 합의안이 과연 진정한 국가의 미래를 걱정해서 나온 안인지 아니면 양당 대표의 미래만을 위한 안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면서 “(최고위원)직을 걸고 철회시켜 나가겠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이와 같이 그가 당 지도부와 계속 각을 세우는 것에 대해 일각에서는 뚜렷한 차기 대권주자가 없는 친박계와의 ‘사전교감설’을 제기하고 있다. 이에 대해 그는 “당·청 갈등의 골이 더 깊어지기 전에 여야 협상의 책임자인 원내대표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소신을 밝히고 있다”고 일축하고 있다.

    그렇게 볼 때 현재 가장 설득력 있는 분석은 최고위원 입성 이후 당 대표와 원내대표에 가려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는 현 상황을 타개하고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해 튀는 행보를 한다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유 원내대표를 지칭해 말했던 ‘자기 정치’를 김 최고위원도 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튀는 행보는 일시적으로 국민들의 관심을 끌 수 있어도 오래도록 국민들의 마음에 남아 있을 수는 없다. 김 최고위원은 최근 기자에게 차기 대선에는 크게 뜻을 두지 않고 있다고 했다. 현재는 대학교수들과 스터디를 하고 각계 인사들을 만나는 등 내실을 다지고 외연을 확대하는 중이라고 했다. 그는 아직 젊다. 그의 말대로 내실을 다지고 외연을 확대하다 보면 대권주자로서 존재감은 자연스레 드러날 것이다. 좀 더 진중한 행보를 하는 김태호 최고위원의 모습을 보고 싶다.

    이종구 (정치부 서울본부장·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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