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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6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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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시론] 요지경의 세상- 김 경(시인)

  • 기사입력 : 2015-07-20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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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날 우리 사회는 참으로 요지경의 세상속이다. 그 모든 요지경 중에서도 최근 경남도교육청을 떠들썩하게 한 “경남도교육청 학교설계공모 ‘페이퍼 컴퍼니’ 독식”이야말로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부도덕함의 속살을 들여다볼 수 있는 대목이다.

    보다 깨끗하고 공정한 교육행정을 기대하는 도민들의 기대를 일시에 저버린 사건으로 그 귀추를 주목하고 있다.

    얼마 전 경남도의회 모 의원은 도의회 브리핑룸에서 ‘학교설계 공모사업, 당선 목적으로 설치한 유령업체 계약 의혹 밝혀져야 한다’는 요지의 기자회견을 했다. 내용인즉슨, 최근 경남도교육청이 최근 5개월 사이 발주한 ‘학교설계공모사업’에서 부산에 소재한 특정한 업체가 4건 모두를 독식했고, 더구나 이 특정 업체가 본사를 부산에 두고 운영되는 페이퍼 컴퍼니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기자회견 내용에 따르면, 경남도교육청은 2017년 3월 개교를 계획으로 가촌초등학교, 진양고등학교, 율하2고등학교, 냉천중학교 4곳의 학교 설계를 공모했다.

    공모 결과 4곳의 당선 업체는 사실상 동일 업체이고, 그중 두 학교(가촌초등, 율하2고)는 지역 가점을 얻기 위해 경상남도에 주소만 옮겨 놓고 타 지역(부산)에 본사를 두고 있는 페이퍼 컴퍼니로서 직원이 근무하지 않는 유령업체라는 것이 문제의 요지였다.

    본사의 소재지가 경남 이외 지역인 설계업체는 반드시 경남 소재 건축사무소 개설자와 공동 응모를 해야하기 때문에 유령업체를 만들어 공모한 것이라는 것이다.

    최근 이 같은 사실에 대해 경남도건축사회는 징계위원회와 이사회를 통해 해당업체 대표자에 대해 ‘권리정지 9개월’의 내부징계를 결정짓고 경상남도에 징계요청을 결정했다고 한다.

    우선 건축 환경의 변화를 위한 제도적 개선에 앞장선 경남도건축사회의 빠른 입장정리는 타 지역에 반면교사가 될 것으로 본다. 이러한 일상에서의 책임감 있는 협회 차원의 절차가 중요하다고 보는 것은 한 걸음의 변화가 갖는 나비효과와 같은 정화의 힘을 믿기 때문이다. 이는 경제 윤리의 소위 ‘낙수효과(trickle down effect)’와 맞닿아 있어 건축시장의 경제 질서를 바로잡는 데 매우 중요한 변곡점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항용 우리 사회는 제도를 바꾼 다음에 개인의 태도가 바꿔지기를 기대하는 일이 있지만, 엄밀히 본다면 일상에서 문제점을 인지한 개인 윤리의 자각을 기대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개인의 윤리회복에 대한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것이야말로 어쩌면 인문학이 갖고 있는 사회의 희망일 것이다. 건축이 예술의 한 영역이 자명하다면 건축인으로서 윤리강령을 준수하며 ‘사람이 존재하는 집’을 만들어가는 최전선을 지켜가는 것도 예술가적 자존감이 아닐까,

    그것은 건강한 사회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일상에서의 책임감 있는 전문인으로서의 윤리를 우선하기 때문이다.

    ‘자공(子貢)이 공자(孔子)에게 물었다. “사(師, 자장(子張))와 상(商, 자하(子夏))은 어느 쪽이 어집니까?” 공자가 대답했다. “사는 지나치고 상은 미치지 못한다.” 자공이 다시 물었다. “그럼 사가 낫단 말씀입니까?” 공자가 답하기를 지나친 것은 미치지 못한 것과 다를 바가 없다(子貢問師與商也孰賢. 子曰, 師也過, 商也不及. 曰, 然則師愈與. 子曰, 過猶不及).’ 논어(論語) 선진(先進)편에 나오는 내용이다.

    태풍이 지나간 자리에 상흔처럼 뽑혀나간 나무들의 뿌리 속에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는 글자를 새겨 넣는다.

    김 경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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