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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6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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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데이터를 활용한 지방행정 (2) 부산 해운대구, SNS로 흐름을 읽다

SNS 분석해 ‘소통 관광정책’, 민원 분석해 ‘맞춤 행정서비스’
‘해운대’ 거론한 SNS 글 수만건 수집하고 분석
부당요금 근절·게스트하우스 확충 등 이끌어내

  • 기사입력 : 2015-07-2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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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빅데이터 활용의 장점 중 하나는 인간행동을 예측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인터넷과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의 발달로 인한 데이터 폭증 때문이다.

    하루 동안 생성되는 데이터의 양은 인류 문명 시작부터 2003년까지의 누적 데이터를 초과한다는 보고가 있을 정도다. 특히 스마트폰의 보급과 SNS 활성화로 인해 인간 행동을 예측하기 위한 빅데이터의 활용 가치는 높아지고 있다.

    부산 해운대구청은 관광정책에 SNS를 어떻게 활용했는지를 잘 보여준다. 해운대를 찾는 관광객들의 요구가 무엇인지 미리 파악해 관광서비스를 개선하려는 노력은 흡사 고객의 요구에 선제 대응하는 기업들의 마케팅 기법과도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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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NS로 흐름을 읽다= 해운대구청은 SNS 등 다양해진 정보에 대처해 행정에 과학적인 분석기법을 도입하기 위해 지난 2013년 1월 빅데이터분석팀을 신설했다. 구청은 기존에도 관광정책과 관련해 설문, 현황조사 등 실태 파악을 해왔으나 이 같은 방식은 급변하는 시대적 흐름을 반영하기에는 역부족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안정순 빅데이터분석 팀장은 “기존의 방법으로는 급변하는 동향을 반영하지 못하는 데다 이는 예산 낭비와 행정력 손실로도 이어진다”며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정확한 현실 이해와 미래 예측을 도모하는 것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빅데이터팀은 관광성수기인 5월부터 10월까지 트위터와 페이스북, 블로그 등 SNS에 ‘해운대’라는 키워드로 거론된 글을 수집 분석했다. 방문객의 목소리를 직접 수집해 해운대 관광의 매력요인과 방해요인을 분석하고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과학적 관광정책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해운대’가 거론된 3만8500여 개의 글 가운데 관련성이 있는 1만50건을 분석한 결과, 장점은 ‘해운대해수욕장’과 ‘달맞이길’ 등 수려한 자연경관이었다. 반면 ‘비싼 숙박요금’, ‘교통 체증’, ‘복잡한 버스 노선’이 부정적인 요인으로 꼽혔다.

    이에 따라 구청은 숙박업소의 사전요금 표시제 및 특별지도·점검, 중저가 우수 숙박업소 발굴 관리 사업, 시설개선비 지원 등을 통해 부당요금 근절에 주력하고 숙박비가 저렴한 게스트하우스를 확충하는 방향으로 시책을 펼쳤다. 특히 게스트하우스는 관광객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

    2014년에도 2차 분석으로 5월부터 10월까지 6개월간 SNS 12만7000여 개 글 가운데 관련성이 있는 1만70건을 분석해 관광서비스를 개선해 나갔다.

    안 팀장은 “SNS 분석은 기존 설문조사에 비해 방대한 의견을 수렴할 수 있고 관광객의 다양한 요구를 파악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며 “조사자의 의도가 담길 수밖에 없는 제한적인 설문조사에 비해 SNS 분석은 생각지도 못한 지표를 뽑아 정책에 반영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해운대 야경 7선이 탄생하게 된 것도 SNS 분석의 영향이 컸다. 빅데이터분석팀은 2차 분석에서 야경에 대한 언급이 압도적으로 많은 점에 착안해 야경 7선 선정을 관련부서에 제안했다. 구청은 이를 토대로 SNS 분석 결과와 주민 설문조사 등을 종합해 심의위원회를 구성, 야경 7선을 선정했다. 수요자의 요구를 파악해 관광 콘텐츠를 만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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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행정 데이터도 빅데이터로 활용= SNS뿐만 아니라 수년간 쌓여온 행정 데이터도 빅데이터로 활용된다. 2004년부터 2013년까지 10년간 온·오프라인으로 구청에 제기된 주민의 민원과 건의사항은 2만1094건에 달한다. 자칫 사장될 수 있었던 데이터지만 구청은 이를 빅데이터로 활용해 행정의 효율을 높였다. 분야별, 부서별 민원의 주요 키워드 및 트렌드, 연관어를 분석하고 연도별 변화 추이 등 통계 상황 및 특성을 파악해 시사점을 도출했다.

    이렇게 도출된 자료는 전 부서에 공유돼 향후 예상민원 등 사전 대처 방안에 중요한 자료가 됐다. 실제 구청은 도출된 분석을 근거로 대중교통과 관련한 시설 보수 등 교통 서비스를 개선하고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에 대한 홍보를 강화하는 한편 전담 직원을 배치하기도 했다.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예상되는 민원에도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것이다.

    안 팀장은 “최근 수년간 제기된 각종 민원 자료도 분석해 모니터링 체계를 구축하고 반복적으로 이뤄지는 민원에 적극 대처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해운대구는 해수욕장과 관광지 등이 몰려 있다 보니 쓰레기 무단투기로 인한 민원도 자주 발생한다. 구청은 지역별 무단투기 실태를 파악, 무단투기율을 낮출 시책을 개발하기 위해 빅데이터 분석을 활용했다. 6년간 무단투기 단속건수 1479건을 대상으로 무단투기 집중지역을 시각화했다. 투기자의 성별·연령·월·거주지·장소·투기쓰레기 종류별로 분류하는 한편 무단투기 단속 폐쇄회로TV(CCTV) 설치 구간과의 연관성도 파악했다. 단속카메라 설치 여부가 무단투기 증감에 큰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는 의미 있는 결론도 도출했다. 구청은 이 결과를 토대로 취약지역을 파악, 지역별 맞춤시책을 시행하고 무단투기 단속 CCTV를 보완할 시스템을 확충했다. 쓰레기 무단투기를 방지하기 위해 단순히 CCTV 대수를 늘렸다면 예산 낭비로 이어질 수도 있었다.

    이 외에도 구청은 지역 구직 희망자 7500여명의 데이터를 분석하거나 최근 3년간 25만 건에 달하는 주·정차 위반사례를 분석하는 등 빅데이터 분석을 정책기초 자료로 활용하고 있다.

    안 팀장은 “앞으로도 빅데이터를 활용한 교통 복지 문화 등 각종 데이터를 분석해 정책 기초자료로 활용해 나갈 계획이다”며 “맞춤형 행정을 펼치는 데 빅데이터 활용이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김용훈 기자 yhkim@knnews.co.kr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취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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