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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포럼] 학생부 위주 전형의 교육적 의의- 김경모(경상대 일반사회교육과 교수)

  • 기사입력 : 2015-07-28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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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3일부터 4일간 서울에 있는 코엑스에서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주관한 2016년도 수시대학입학정보박람회가 열렸다. 전국의 204개 4년제 대학 중 137개 대학이 참가했으며 총 6만여명의 학생과 학부모들이 다녀갔다. 역대 최대 규모이다. 이는 메르스 때문에 소규모의 입학정보설명회 등이 취소된 때문이기도 하지만 입시 비중에서 수시가 정시를 능가하게 된 것이 더 중요한 원인이다. 수시모집 비율은 작년 대비 2.2%p 증가한 67.5%이다. 그리고 이 비율은 향후 급속하게 줄어드는 대학입학자원을 선점하기 위한 대학들의 경쟁 속에서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박근혜 정부 들어 추진한 대입간소화 정책에 힘입어 수시 입학전형은 크게 학생부(학교생활기록부) 위주 전형과 논술 및 실기 전형으로 표준화됐다. 이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학생부 위주 전형이다. 2016학년 입시의 경우 이 비율이 85.2%에 달한다. 논술 시험이 일부 수도권 대학에서만 잔존하고 있고, 실기 전형이 예체능 계열 학과에 한정되어 있는 점을 감안하면 수시에서는 학생부가 가장 중요한 평가요소인 셈이다.

    이제까지 우리나라 대학이 신입생을 뽑는 과정에서 주요하게 사용한 평가 자료는 크게 세 가지이다. 대학별 고사와 국가고사, 학생부이다. 80년대 초까지는 본고사로 불렸던 대학별 고사가 가장 중요한 평가요소였다. 고등학교에서의 성취도는 예비고사로 최소한으로 평가됐고 개별 대학의 합격, 불합격은 대학별 고사에 의해 결정됐다. 사교육비 증가의 주범으로 지목된 대학별 고사가 80년대 초에 전격적으로 폐지된 이후 가장 비중이 높아진 평가요소는 국가고사 성적이다. 예비고사에서 학력고사, 수학능력시험 등으로 명칭과 성격이 약간씩 바뀌어 오긴 했지만 국가고사는 2005년을 전후한 시기까지 기존의 대학별 고사가 빠져나간 자리를 채웠다. 내신으로 불리기도 했던 학생부 성적을 같이 평가해 달라는 정부의 권유도 있었지만 적극적으로 수용되지는 않았다.

    대학입시에서 학생부의 비중이 본격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2007년을 기점으로 입학사정관제 전형이 도입되면서다. 이번 정부 들어 2014년부터 시행 중인 고교교육 정상화 기여대학 사업도 학생부 위주 전형의 정착에 기여하고 있다. 학생부가 대학별 고사나 국가 표준화 시험에 비해 점점 그 비중이 높아지게 된 상황은 여러 가지 면에서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그중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우리 사회처럼 고등학교까지의 교육내용과 방법이 대학입시에 매우 탄력적으로 반응하는 사회에서 고등학교에서의 학업과 활동에서의 성취를 주요하게 평가함으로써 고교 교육 자체의 효능감이 높아지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런 과정에서 대학도 단순히 자신들의 눈높이에서 신입생을 뽑는 데 그치지 않고 입시를 통해 고교 교육의 현장을 이해하고 적극적으로 연계하고자 하는 활동을 매우 활발하게 하고 있다. 이는 대학의 사회적 책무성의 완수라는 측면에서도 매우 바람직한 결과로 평가된다.

    학생부 위주 전형이 확대되는 것에 우려의 목소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가장 큰 우려는 학생부에 적힌 내용에 대한 신뢰성과 충실성에 대한 것이다. 최근의 성취평가제에 대한 논의는 학생부 교과 성적의 변별성에 대한 문제 제기를 가능케 할 여지도 있다. 동시에 대학이 의미있게 평가를 할 수 있는 내용이 많지 않다는 입학사정관들의 의견도 새겨들을 만하다. 나아가 수능 성적이 연계되지 않는 수시에서의 학생부 위주 전형이 확대되는 과정에서 고등학교 3학년 교육과정이 1학기에 종료된다는 비교육적 상황에 대해서도 해결 방안이 제시돼야 한다. 그럼에도 고교 교육 현장과 대학이 상시적인 소통을 통해 양측 모두의 교육을 정상화시킬 수 있는 학생부 위주 전형의 교육적 의의는 더욱더 커질 것으로 생각한다.

    김경모 (경상대 일반사회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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