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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6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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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습기자 생존기] 김재경(1) 어리바리하고 있을 수만은 없다

  • 기사입력 : 2015-09-09 16:4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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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작하면서: 경남신문 신입기자들이 좌충우돌 수습과정을 솔직하고 재미있게 중계합니다. 주인공은 지난 7월 경남신문 47기로 입사한 수습 듀오, 도영진·김재경 기자인데요, 이 열혈 청춘들의 편집국 생존기는 주1회에 걸쳐 전합니다.>

    날씨가 제법 쌀쌀해졌다. 하지만 동기와 나의 옷차림에는 변화가 없다. 지난 7월 23일 제47기 수습기자로 합격등록을 하러 가던 날, 면접을 보러 갔던 날보다 더 가슴이 설레였다. 기자직에 잘 어울리는 사람처럼 보이고 싶었다. 인터넷을 보곤 신뢰감을 준다는 파란 계통의 정장을 골랐다. 동기와 나는 그날부터 지금까지 넥타이를 매고 정장을 입고 다닌다. 누군가가 수습 땐 반드시 옷차림을 그렇게 해야 한다고 시키진 않았지만, 우리 수습기자에겐 나름의 기자 정신(?)이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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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습기자 김재경은 어디에??= 지난 12일 창신대 대강당에서 열린 ‘배움의공동체 전국세미나’ 현장. 사진은 전강용 사진부장

    7월 마지막째 주 사내교육을 마치고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8월, 수습기자라면 반드시 거쳐야 할 사회부 경찰서 순회 교육이 시작됐다. 사회부 교육 첫날, 사수선배를 따라 경찰서 형사계, 교통조사계에서 기사가 될만한 사건을 취재했다. 다음날부터 나는 혼자 해야 했다. 경남신문 수첩은 아직 명함이 나오지 않은 나에게 마치 무기와도 같았다.

    “안녕하십니까? 경남신문 수습기자 김재경입니다. 밤사이 사건·사고 현황 알아보러 왔습니다”라고 인사하면 “밤사이 조용했어~”라며 “진짜 별일 없었어. 기삿거리 하나도 없어”라고 건성으로 대답하기 일쑤였다.

    “선배님! 밤사이 별일 없었답니다”라고 순진하게 보고했다. 그 보고를 받은 선배는 “밤사이 사건·사고가 하나도 없는 게 말이 돼요?”라며 “기사꺼리가 될지 안 될지는 기자가 판단하는 것”이라고 따끔히 충고했다. 나 자신이 부끄러웠다. 나는 분명 강력한 무기를 들었지만 사용하는 방법을 몰랐던 셈이다.

    사실 아직도 기사가 될만한 사건인지 판단이 잘 서지 않는다. 그래서 사건·사고의 경중은 따지지 않고 전부 취재한다. 지금은 그 과정을 배우고 있는 것 같다.

    지난달 12일 창신대학교에서 열린 ‘제6회 사토마나부 교수와 함께하는 배움의 공동체 전국세미나’에 취재 차 참석했다. 그동안 경찰서 순회 교육을 받으며 경찰서 브리핑에 참석하기도 하고 폭염 현장 취재도 참석했지만 모두 사수선배를 따라가 지도받았기에 책임지고 취재하고 기사를 써야 한다는 부담감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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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마음 처럼(?) 새하얀 노트북은 내 보물 1호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갑작스러운 홀로 취재였지만 어리바리하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무릎엔 노트북으로 연설을 받아쓰고, 의자 손잡이엔 휴대전화로 녹음을 했다. 취재를 마치곤 녹음기를 반복해서 들으며 기사를 작성하여 선배님께 보내드렸다. 나중에 신문에 나온 기사를 보니 나의 미흡한 기사에 비해 새로 쓴 기사 수준이었다. 연신 ‘우와 우와 역시 선배님’하며 몇 번이고 따라 적었다.

    ‘초년 3년이 기자생활 전체를 좌우한다’는 한 선배의 조언을 가슴에 담아 ‘수습 3개월이 기자생활 전체를 좌우한다는 마음’으로 달라지는 내 모습을 발견했다.

    먼저 한눈에 경남신문 기자임을 알 수 있게 하는 로고가 부착된 새하얀 신형 노트북은 ‘초심을 잃지 말라’는 뜻같아 내 보물 1호가 됐다. 또 어느 땐가부터 어디를 가도 두리번두리번하며 ‘아니, 저 차는 왜 저기 인도 위에 있는 거지? 저거 문제 있는 거 아니야?’하며 불법 주·정차 기사를 먼저 생각하게 됐고, 주변 사람에게 “요즘 뭐 불편한 거 없어요?”라고 묻고 있었다. 심지어는 어젯밤 내 꿈에 취재원이 찾아와 내가 묻는 말에 대답을 안 하고 괴롭히는 악몽(?)을 꾸기도 했다.

    수습기자로서 받는 교육이 일상생활로 이어지고 있는 요즘이다. 김재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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