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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AIIB와 TPP, 그리고 한국- 이상목(경제부장)

  • 기사입력 : 2015-10-13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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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가경제의 건강성은 지속적 세계시장 확보에 달려 있다. 상품을 잘 만들더라도 팔지 못하면 말짱 도루묵이다. 미국과 중국의 패권다툼도 결국은 그 연장선상에서 이해된다. 지금까지는 미국이 맹주였지만, 어느새 중국이 그 지위를 넘보는 상황이 됐다. 30년간 ‘세계의 공장’으로 기능하면서 경제력이 괄목상대해졌기 때문이다.

    중국은 기축통화인 달러화와 미국 국채를 가장 많이 보유한 나라다. 달러보유고는 8월 말 현재 3조5574억달러, 미국국채 보유액은 1조2000억달러(한화 1350조원)가 넘는다. 가격경쟁력을 무기로 잉여를 잔뜩 쌓았고, 미국이 재정수요로 국채를 발행할 때마다 적잖게 사줬다. 이런 실정이니 중국이 세계경제 맹주를 탐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지사다. 중국이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Asian Infrastructure Investment Bank)’ 창설을 주도한 것은 그 첫 단추다. 지난 2013년 10월, 당시 국가주석이던 시진핑이 아시아 SOC건설 지원을 명분으로 제안하면서 구체화됐다. 이후 올해 4월까지 한국을 비롯해 오대양권 57개국이 가입 서명을 하면서 본궤도에 올랐다. 응당 미국과 일본은 빠졌다.

    지금까지 미국은 자국 중심의 국제 금융질서를 구축, 절대적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아시아개발은행(ADB) 등이 그것이다. 그렇지만 덩치가 커진 중국이 새 금융질서를 구축해 주도권을 획득하려는 전략을 펴면서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예컨대 IMF에는 긴급외환보유기금(CRA), WB에는 신개발은행(NDA), ADB엔 AIIB 창설로 맞장승부를 꾀하고 있다.

    이 국면에서 한국은 ‘좌고우면’이 불가피해 보인다. 인정하기 싫지만 자존감을 발휘하기엔 국력이 미흡한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중국이 주도하는 AIIB에 가입하는 단안을 내렸다. 미국의 반대라는 막대한 기회비용을 무릅쓰고 경제적 실리를 선택했다는 얘기다. 지분율도 3.81%로 중국, 인도, 러시아, 독일에 이어 5번째 위상이다. 기업의 해외진출을 확대하고 건설·통신·교통 분야에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추구하겠다는 복안이 담겨 있다.

    이런 중에 미국 주도의 TPP(Trans-Pacific Partnershi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가 지난주 타결되면서 곤혹스런 지경이 됐다. 중국 주도의 AIIB 견제 의도가 깔렸기 때문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환영성명에서 “중국이 아닌 미국이 세계경제 질서를 써야 한다”라고 밝힌 것도 그런 연유다. 창립국으로 참여하지 않은 우리 정부가 느낄 중압감이 느껴진다. TPP는 1, 3위 경제대국인 미국과 일본을 비롯해 태평양 연안 12개국 간에 추진되는 세계 최대 자유무역협정이기도 하다. 그래서 참여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는 모습이지만, 이 경우 사실상 교착상태에 있는 한·일FTA 체결 효과와 같은 결과가 나기에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만만찮다. 우리 상품이 일제와 맞승부할 경우 득보다는 실이 많을 것이라는 분석 때문이다.

    강대국의 패권다툼에 이리저리 떠밀려야 하는 우리 경제현실은 어찌 보면 운명이다. 어떤 세력이 정부를 담당하든 이 부분에 자유의지를 발동할 여지는 적어 보인다. 하루빨리 사분오열된 국론을 통합해 국력을 크게 키우는 길 밖에 없을 것 같다.

    이상목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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