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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6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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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포럼] 치국평천하? 치아라, 고마!- 최환호(경남대 초빙교수)

  • 기사입력 : 2015-10-20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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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가 꽃이고 /내가 향기인데 /끝내 나는 내가 누군지 모르고 /헛것을 따라다니다 /그만 헛것이 되어 떠돌아다닌다. /나 없는 내가 되어 떠돌아다닌다(김형영).’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자신을 모르는 데서 모든 불행은 싹튼다. 예컨대 제 깜냥이 사원과 주무관 정도인데 회장과 대통령을 열망하니 억장이 무너질 수밖에. 열망이 성취 못 되면 본인과 가족이 불행하고, 성취되면 회사와 나라가 불행해진다. 미국 작가 데이비드 즈와이그의 비꼬기. “현대의 시대정신 중 가장 요란한 소리를 내는 것이 자신을 과시하는 자기 증폭(Self Amplication)이다(‘Invisible’).”

    광복 70년. 정치, 경제, 언론, 문화, 종교 등 거의 모든 부문을 득세한 속물 중의 속물들이 자기증폭에 꼴값까지 떠는 통에 나라와 국민은 뒷전이고, 오로지 자기와 패거리의 몫을 독식하지 않았던가. 하여 그저 운명에 순종하며 삶을 힘겹게 버티는 민초를 대변하여 씹어 뱉어보자. 설상가상도 유분수라. 오뉴월 똥 무더기에 잡초 나듯, 대선에서 조합장 선거까지 공약(空約)을 공약(公約)으로 착각하는 원흉일수록 사람 구워삶는 재주는 뙤놈 술수 뺨치겄다. 바로 다스리는 놈이 도둑놈(治者卽盜者)임을 만천하에 공개 즉시, 꾸렁내 천지진동이라. 웩 웩 웩-

    “내가 원하는 것으로부터 나를 지켜줘(Protect me from what I want.)!” 빛으로 시를 쏘는 작가 제니 홀저의 이 문구를, 재독철학자 한병철은 우리시대의 상징적 문구로 꼽았다(‘심리정치’). 그간 성공신화에 휘둘리다 탈진할 지경인 나를 정확하게 보고, 자기를 지켜야 하는 시대라는 거다. 게다가 우리 시대가 ‘전 국민이 철부지’인 괴물 사회로 변해 가기 때문이다. 아이는 물론 어른도 성숙을 거부하는 철부지라는 진단임에야. 이 상황을 만든 가장 큰 이유는 모든 것을 할 수 있다는 ‘유아적 만능감’과 과대평가된 ‘자기애적 만능감’을 버리지 못한 탓이다(가타다 다마미. ‘철부지 사회’).

    해법은 자기 자신과 자기 역할을 혼돈하지 않는 것이다. 내면에 자리 잡은 ‘참자기’가 역할을 실행하는 ‘자기’들을 인식하고 통제할 수 있으면 괜찮다(마수드 칸. ‘거짓 자기’)고 한다. 현대 프로이트 학파 중 자기심리학파 학자들은 인간 정신을 설명하는 도구로 ‘자기개념(self concept)’을 제안한다. ‘참자기’의 발현을 성숙하고 자발적인 정신의 척도로 삼는다.

    니체는 “모든 사람은 자기 자신에 대해 가장 먼 존재”라 했다. 왜냐하면 단 한 번도 자기에 대한 탐구를 시도해 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자신과 삶과 세상의 철부지들이 고독과 정적, 침묵 속에서 자기대면(Self-Confrontation)이나 자기대화(Self-Talk)라는 자기탐구를 흉내라도 내 본 적 있느뇨?

    모든 것이 광속으로 변화하고 질주하는 세상, 소위 ‘유동하는 근대(liquid modern world)’에 맞추어 사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내 존재가 사라져버린다면 탁월한 시대적응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 자칫 “사람은 모두 원본(原本)으로 태어나지만, 대부분 누군가의 복사본(複寫本)으로 죽게 된다(권민. ‘자기다움’).” 기실 소, 개가 웃을 꼬라지들이 천지빼가리인즉.

    장자 왈, ‘스스로 자신을 잘 아는 지혜(自知之明)를 가진 사람은 귀하다.’ 핵심은 자신의 장점이 아니라, 단점을 잘 알고 자신을 개선함으로써 참삶을 구가하여 행복할 것인즉. ‘자지지명’의 지혜를 바탕 삼지 않는 한, 나는 허상이고 망상이고 나 없는 내가 되어 떠돌다 꺼꾸러질 터.

    함부로 말하지마라 다 안다꼬? 감히 수신제가(修身齊家)는 커녕 니 주제도 모르는 화상들이 치국평천하(治國平天下)할끼라꼬? 야- 이 사람아. 치아라, 고마!

    최환호 (경남대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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