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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6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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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시론] ‘탁란(托卵)’의 계절- 김경(시인)

  • 기사입력 : 2015-11-1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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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우주탐사R&D(연구·개발)센터 유치 양해각서(MOU)를 두고 말이 많다. 서로 상생해야 할 사천과 진주, 두 지역 간의 경쟁과 불신은 고스란히 그 피해가 지역민에게 돌아간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늘고 있다. 지역 이기주의에 매달려 성장의 열매를 딸 수 없다면 불행한 일이라며 걱정한다. 화합과 소통으로 상생발전을 꾀해야 한다고 하지만 사천 시민 마음속에 자리한 피해의식을 이해하지 못하면 소통과 화합은 요원하다.

    1969년 남강 다목적댐이 완공되면서 진주지역 저지대에도 안심하고 건물을 지을 수 있게 됐다. 비가 내리면 물을 가둬 수위를 조절하고 감당하기 어려우면 인공 방수구를 통해 남해안으로 흘려보내는 구조가 이때 만들어졌다. 이 댐은 홍수재난을 막아준 고마운 시설임이 자명하지만 상대적으로 사천 시민에게는 해마다 어업피해를 걱정하는 원인이 된 이야기가 기본 트라우마의 출발이다. 혜택을 입은 진주시민은 물 이용분담금이 면제되고 피해를 입는 사천시민과 남해안 어민은 물 이용분담금을 내고 있다.

    두 번째, 1993년 진주권 광역쓰레기매립장 반입차단 사건이다. 쓰레기매립장 조성은 국비지원을 제외한 나머지 사업비를 옛 진주시가 부담하고 옛 진양군과 사천군은 부지 확보와 민원 해결을 책임지기로 한 행정협정을 맺고 매립장을 조성했다. 그러나 민원을 이유로 반입제한 끝에 경남도의 중재에 의해 4년 정도 사용하다가 결국 사용 중단되면서 통합 사천의 공분을 낳았던 사건이다. 지금도 진주시에 의해 가동 중이고 그 위치는 사천만 가화천 상류이다.

    세 번째, 1973년 지정됐던 정촌지역 개발제한구역의 2003년 전면해제 건이다. 정촌지역은 사천과 진주 사이의 완충 녹지대이며 중선포천의 상류이다. 그린벨트가 해제되면서 들어선 것이 일반산업단지였다. 생산 공정상 악취, 특정대기, 수질 등 유해물질 배출업종은 입주를 제한해 공단개발을 마쳤다. 문제는 그다음인데 진주시는 뿌리산단 조성 계획을 세우고 공단조성 절차를 진행했다. 뿌리산업은 주조·금형·용접·표면처리·소성가공·열처리 등 6개 기술 분야에서 부품이나 완제품을 생산하는 기초산업을 말하는데 이 중 공해배출이 덜한 금형·소성가공·열처리 등 3개 업종을 유치한다는 계획이다.

    지리적으로 남강으로 흐르는 북쪽이 아닌 사천상류 유역인 남쪽에 공단조성 계획을 세워 사천 시민의 심기를 불편케 했다. 진주를 관통하는 남강은 낙동강유역환경청의 오염총량관리 대상유역이다. 관리대상 유역이 목표수질을 2회 연속 초과한 유역의 지자체는 연차별 오염부하량 삭감계획을 세워야 하며 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을 경우 재정지원 중단 또는 폐수배출시설 설치 등의 제한을 받기 때문에 의도적인 것은 아닌가 의심을 갖게 한다.

    우주산업의 발전을 위한 MOU에 사천시가 참여할 수 있었다면 이런 오랜 갈등이 다시 불거졌을까? 정치인의 표 계산과 치적에 대한 과욕에 지역 간의 오랜 갈등만 더 부추긴 이번 사태를 두고, 관련 지역 국회의원은 물론 자치단체장 모두가 참여한 가운데 가진 MOU이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가져본다. 정치인의 표 계산과 치적에 대한 과욕이 우선 달콤해 보이지만 불통과 분열에 대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이 사태에 대한 진정한 소통과 상생은 원인제공자가 결자해지(結者解之)해야 한다.

    몇 닢 남아 흔들리는 감나무에 찾아온 새소리조차 유난한 가을, 새소리를 들으며 불현듯 ‘탁란(托卵)’이란 단어를 떠올려 본다. 탁란이란 남의 둥지에 알을 낳아 제 새끼를 다른 개체로 하여금 기르게 하는 것이다. 항공관련 산업을 두고 탁란의 대표적인 여름뻐꾸기가 붉은머리 오목눈이의 집으로 제 알을 밀어 넣고 있다. 장차 저를 키워준 붉은머리 오목눈이의 은혜도 모를 것이다. 뻐꾸기는 늘 그래왔듯이.

    김 경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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