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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시론] 설연휴, 가족과 어떻게 사랑을 나눌 것인가- 김명찬(인제대 상담심리치료학과 교수)

  • 기사입력 : 2016-02-03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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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연휴가 다가왔다. 민족 대이동이 이뤄지는 기간이다. 국민의 25% 이상이 살고 있는 서울·경기권의 자녀들 세대가 고향을 향해 일제히 이동한다. 평상시 4~5시간이면 갈 수 있는 고향을 10시간 이상 걸려서, 하루나 이틀 짧은 시간 동안 얼굴을 보기 위해서 찾아간다. ‘가족’이라는 이름이 가진 힘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만큼 가족이 우리 삶에 지니는 의미가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함께 모여서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먹고, 소식을 나누며 즐기는 시간으로써 설연휴는 분명 치유적이고 따뜻한 기간일 것이다. 반면에 역대로 설연휴 후에 언론을 통해 나오는 사회면 소식은 밝은 면보다는 어두운 면이 더 많이 드러나는 것 같다.

    통계청의 자료에 따르면 설이나 추석 기간의 이혼율은 가장 낮은 편이나, 이 기간 이후의 이혼건수는 지속적으로 늘어났다고 한다. 명절 이후의 주요 포털 사이트에는 ‘이혼’이라는 단어의 검색빈도가 평상시에 대비해 30% 이상 증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자료들은 설연휴가 가족들의 사랑을 확인하는 시간인 동시에 가족들 간의 해묵은 갈등이 표면화 되는 기간이라는 점도 추정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명절 기간 동안 가족 간에 서로 상해를 입히거나, 살인을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것은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기 위해서 지내는 명절이 도리어 서로의 갈등을 증폭시켜 파국을 이끌어 낸다는 것으로 이해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인간은 관계를 떠나서는 결코 생존할 수 없다. 따라서 서로가 서로를 의지하고 기대며, 사랑하게 될 때 물리적이든, 심리적이든 생존을 확보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가족은 인간의 생존을 위해서는 너무나도 중요하고 의미 있는 최소 단위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이러한 관계는 아무런 노력 없이 건강하게 유지되고 기능되지는 않는다. 전통적으로 우리 사회는 가족 관계를 중시해 왔다. 이것은 아름답고 좋은 전통이다. 가족이라고 해서 사람 간에 지켜야 할 기본적인 예의가 무시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럴 때 가족 해체의 위기가 높아진다.

    가족 관계도 기본적으로 인간 관계에 해당한다. 가족 간에 사랑한다는 이유로 서로의 경계를 함부로 침범하는 경우가 있다. 부모가 자식 집에 찾아 간다는 이유로 연락도 없이 찾아가거나, 부모님의 재산을 자기가 물려받을 것이기 때문에 무턱대고 재산을 요구하는 경우가 대표적 사례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가족 관계도 인간 관계와 마찬가지다. 오는 것이 있으면 가는 것이 있어야 하고, 서로에 대해 존중하는 태도가 바탕이 돼야 한다. “좋은 게 좋은 거야”라고 하면서 경계 없이 행동하는 것은 상대방에 대한 오해와 미움을 누적시켜 결과적으로 명절이라는 계기를 통해 표출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명절이 되어도 부모님 댁에 찾아가지 않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부모는 자녀를 원망하고, 자녀는 부모를 비난하면서 서로 간에 갈등이 깊어지기도 하는데, 이것은 애초부터 설정하는 인간 관계를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너무 가깝게 설정했다는 점에 있을 것이다. 최근에 명절 기간 동안 해외여행을 떠나는 경우가 많아지는 사례 역시 이러한 갈등의 다른 표출 방식이라고도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서로의 경계를 침범하고 함부로 행동하는 것은 사랑이 아니라 폭력에 가깝다. “가족이니까, 서로 사랑하니까 이런 것은 괜찮겠지”라는 태도는 관계를 악화시키고, 명절과 같은 즐거운 기간을 재앙으로 바꿔놓을 수 있다.

    내가 가장 예의 바르게 대하는 대상만큼 내 가족을 대해 보자. 자녀는 자기 부모와 시부모를, 부모들은 자녀와 며느리, 사위 등을 서로 존중하고, 때로는 어려워 하는 태도를 보일 때 설연휴의 취지에 맞는 즐거운 시간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김명찬 (인제대 상담심리치료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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