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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칼럼] 윤이상의 선물- 김일태(시인)

  • 기사입력 : 2016-03-1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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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년 연말 통영이 세계 10번째 유네스코 음악창의도시로 지정되는 쾌거를 거뒀다. 국내에서는 처음이고, 아시아에서는 일본에 이어 두 번째라 그 의미는 매우 크다. 국제적 위상이 크게 오른 통영시는 이를 계기로 대규모 음악문화산업단지 조성계획을 세우는 등 그에 걸맞은 도시 형태를 갖추려고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러한 성과를 얻기까지 그 바탕에는 통영국제음악제와 전통적인 통제영문화, 통영국제음악당 같은 각종 인프라 구축과 통영시민들의 문화예술에 대한 절대적 성원, 지자체의 현명한 판단, 축제 관계자들의 고도의 기술이 큰 역할을 했다.

    그런데 성공 요인을 하나하나 짚어 보면 모두가 통영이 배출한 작곡가 윤이상 선생으로 귀결된다. 따라서 통영의 유네스코 음악창의도시 지정은 선생을 낳아 길러주었을 뿐만 아니라 사후에도 흔들림 없이 보듬어준, 당신이 생전 그토록 그리워하던 고향에 바친 선물이라 볼 수 있다.

    그 윤이상 선생의 업적을 기리는 통영국제음악제 시즌이 가까워졌다. 특히 올해는 유네스코 음악창의도시 지정 후 처음 맞이하는 데다가 내년 윤이상 탄생 100주년을 앞두고 열리는 축제인 만큼 그간의 여느 해 행사보다도 의미가 크다.

    오는 25일부터 열흘간 통영국제음악당을 중심으로 화려하게 펼쳐질 2016통영국제음악제는 윤이상 선생과 통영국제음악제가 추구해온 지표와 상통하는 ‘미래의 소리’를 주제로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준비해놓고 있다. 그리고 이 목표를 이루기 위해 크리스토프 에셴바흐, 필립 글래스, 백건우, 마사아키 스즈키, 이상 엔더스, 카잘스 콰르텟 등의 대가들이 올해의 축제 분위기를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그런가 하면 이번 통영국제음악제는 세계 50개국이 참여하고 있는 최고의 현대음악 네트워크 국제현대음악협회(ISCM)가 주최하는 현대음악 작곡가들의 도전의 장 세계현대음악제가 함께 열려 어느 때보다도 풍성해질 전망이다. 국제현대음악협회는 윤이상 선생이 생전에 활동하기도 했으며, 명예회원으로 선정되고 난 이후 서울과 일본에서도 세계현대음악제를 개최한 적이 있다. 그런 세계적인 음악제가 선생의 고향 통영에서 열린다는 것은 윤이상 선생과 통영국제음악제의 위상을 다시 한 번 가늠해볼 수 있는 척도가 된다.

    90년대 후반기, 수산업의 퇴조와 함께 활기를 읽고 시들어가던 부와 문화전통의 도시 통영이 발 빠르게 문화관광의 도시로 방향을 바꾼 이래 불과 20년이 채 안 되는 짧은 기간에 윤이상 선생을 필두로 수많은 예술가들과 자연자원을 활용해 이렇게 세계적인 명품도시로 변모해갈 줄은 아무도 쉽게 예측하기 어려웠다.

    통영은 분명 많은 것을 이루었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은 멀다. 도전을 위한 새로운 시작과 함정이 수없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필자는 처음 통영국제음악제를 치른 직후 유럽 여러 나라의 성공한 축제를 취재하고 벤치마킹한 적이 있다. 결과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문화사업의 성공 비결은 ‘인내심’이며 한순간 방심으로 ‘백년의 성과’를 잃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올해 2016년은 윤이상 탄생 100주년을 앞두고 선생께서 음악을 통해 추구했던 평화와 통합의 정신을 100년 또 100년 어떻게 이어갈지, 그 가치를 정립해야 하는 해여서 연둣빛 선율이 넘실거릴 통영의 봄 축제를 들뜬 마음으로 즐길 수만은 없을 것 같다. 윤이상 선생뿐만 아니라 모든 문화자산은 자신을 이해하고 존중해 줄 때만 그 지역과 사람들에게 지속적으로 선물을 주기 때문이다.

    김일태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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