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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비정신과 사랑방 문화- 정영길(원광대 교수)

  • 기사입력 : 2016-03-25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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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인들에게 한국은 어떤 나라며 한국인은 어떤 사람으로 인식되는 것이 바람직할까? 한국인의 정체성이나 이미지를 고취해 나가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경주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이를 위한 국가 외교 정책은 물론 범국민적 정신 운동이라도 일어났으면 좋겠다. 그래야 ‘어글리 코리안’이라는 오명을 벗을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영국 하면 신사의 나라를 연상하게 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우리도 분명한 국가 캐릭터가 있었으면 좋겠다. 과학 기술이 어느 정도 보편화되면 문화가 최고의 상품이 돼 국가 경쟁력의 축이 될 수밖에 없다. 다행히 우리에게는 정신문화의 지렛대 역할을 할 수 있는 좋은 전통이 있다. 선비정신이 바로 이것이다. 조선왕조가 준 최고의 선물이다.

    조선은 세계에서 유례가 드문 장수 국가다. 힘이 아닌 교화를 통해 다스리려는 분명한 의지가 있었기에 500년이나 나라를 유지할 수 있었다. 성리학적 명분에 근거한 왕도정치를 지향했고, 그 바탕에 선비라는 모범적 인간 버팀목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선비는 조선왕조가 설정한 최고의 이상형 인간이었던 것이다.

    원래 선비라는 말은 몽고어 ‘박시’에서 왔다고 한다. 또 신채호는 선의 무리 즉 선배(仙輩)가 어원이라고 하고, 김동욱은 선배(先輩)와 같은 개념으로 신라의 화랑에서 유래한 말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일반적으로는 어질면서도 지식이 충분한 사람을 가리키는 말로 쓰인다. 훌륭한 사람의 자취나 착한 행실은 반드시 좋은 영향을 끼친다는 ‘선비 논 데서 용 난다’는 속담도 이래서 생겨난 듯하다.

    선비는 명분과 의리를 중시하며 학예일치(學藝一致)와 지행합일(知行合一)을 추구했다. 문사철(文史哲)을 통해 이성적 판단 능력을 높이고, 시서화(詩書畵)를 통해 감성 근력을 키웠다. 선비는 이성 교육과 감성 교육을 아우름으로써 삶 자체를 예술로 승화시키려 했다. 머리는 차고 가슴은 따뜻한 인간을 지향했던 것이다.

    원칙을 지키되 그 범위 안에서 상황에 따라 임기응변을 하는 유연성(經經緯史), 남에게 너그럽고 자신에게는 엄격한 정신력(薄己厚人), 공적인 일은 먼저하고 자신의 일은 뒤로 미루는 책임의식(先公後私), 강자에게 당당하지만 약자에겐 도움을 아끼지 않는 따뜻한 마음씨(抑强扶弱) 등이 선비정신의 대표적인 덕목들이다. 부정과 타협하지 않으며 솔선수범을 우선으로 삼는 성기성물(成己成物)의 태도는 물론, 멋과 풍류를 곁들여 삶 자체를 이상화하려는 여유도 가지고 있었다.

    이런 선비정신을 구현하는 열린 공간이 사랑방이다. 우리나라 전통 가옥에서 사랑방은 가부장의 주거공간인 동시에 손님과 정담을 나누는 문화 쉼터이기도 하다. 신독(愼獨)을 위한 개인의 광장인 동시에 인정을 나누는 소통의 마당이었던 셈이다. 이런 전통 덕분인지 70년대만 하더라도 동네 사랑방이 더러 있었다. 공동체 구성원들이 모여서 마을의 대소사를 의논하고 각 가정의 애경사를 같이 슬퍼하고 축하해 주었다. 그러나 요즘은 이런 풍경을 찾아볼 수가 없다.

    더불어 사는 삶을 실천하는 사랑방 문화나 선비정신은 오늘날 되살려야 할 빛나는 우리의 문화유산이다. 국제적으로 자랑할 만한 명실상부한 한류 상품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전통을 살려 나간다면 한국은 동양의 모범적인 신사인 선비가 많이 사는, 정과 품격이 있는 아름다운 나라로 세계인들에게 각인될 것이다. 그러면 우리의 국격도 저절로 상승하리라.

    정영길 (원광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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