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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6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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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시론] 얼마나 좋길래- 김상군(변호사)

  • 기사입력 : 2016-04-1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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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정뱅이가 술을 끊기를 바라면 노름을 가르치고, 노름꾼이 노름을 끊기를 바라면 정치를 가르치라는 우스갯소리를 들었다. 술을 마시면서 “한잔만 더” 하면서 차수(次數)를 더해본 경험도 있고, 고스톱을 치면서 “한판만 더” 하면서 밤을 새 본 경험이 있으니, 정치의 중독성은 가히 가공할 만한 모양이다.

    필자는 전혀 정치를 모르지만, 선거철마다 반복적으로 드는 생각은 “얼마나 국회의원 자리가 좋길래 저렇게까지 할까?”라는 의구심이다. 정치인을 실물로 만나볼 기회는 잘 없다. 하지만 선거철만 되면 매연 가득한 도로에서도 비린내 물씬 나는 어시장에서도 정치인을 만날 수 있다. 4년 동안 요새 말로 ‘사이다’ 같은 시원한 활약 한 번 안 하고, 선거철 직전까지 공천 싸움으로 추태를 보이다가 언제 그랬냐는 듯 불쑥 나타나서 표를 달라고 하는 것은 참 염치없어 보인다. 선거철만 되면 하이드(Hyde)가 지킬(Jekyll) 박사가 된다.

    막스 베버(Max Weber)는 ‘직업으로서의 정치’라는 책에서 정치를 직업으로 삼는 사람은 정치를 ‘위해서’ 사는 사람과 정치에 ‘의존해서’ 사는 사람이 있다고 했다. 전자는 순수하게 대의를 위해 헌신하는 사람이고, 후자는 정치를 통해 돈을 벌고자 하는 사람이라고 설명한다. 돈이 많이 드는 정치판이기에, 직업 정치가 중에서는 자기가 부유한 사람이라서 경제적 이권에 휘둘리지 않는 사람도 있는 반면, 재산이 없어서 선거를 통한 보상을 추구할 수밖에 없는 정치가도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필자가 볼 때에 돈이 없는 정치인은 돈이 없어서, 돈이 많은 정치인은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서 ‘돈 되는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싸움’인 선거에 모든 것을 거는 것처럼 보인다.

    ‘진실한 사람, 경제전문가, ○○시(군)의 아들, 패권주의 청산에 적격’ 등의 구호를 외치지만 설득력은 없다. 언제 봤다고, 그들이 언제 그렇게 나를 생각해줬다고 아무 근거 없는 선전을 해대는지 얼굴도 참 두껍다. 그야말로 남들 위에 군림하고 싶은 이기심이거나 돈 되는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몸부림으로 보일 뿐이다. 솔직히 대부분의 정치인은 혐오스럽다.

    우리나라는 하나의 지역구에서 1위 득표를 한 한 사람이 국회의원으로 선출되는 승자독식의 소선거구 다수대표제를 취하고 있다. 지역적 특색이 뚜렷한 양대 정당에 명망가(名望家)를 옹립하는 정당이 가미되고, 진보를 표방하는 정당들 몇 군데를 포함해 선거를 치른다. 투표를 하는 시민 입장에서는 자신이 투표한 후보가 당선으로 연결되기에 상당한 장애가 있는데, 승자독식 선거제도에다가 뚜렷한 지역색을 십분 활용하는 정당이 민주적이지 못한 공천을 통해 국민이 도저히 뽑을 사람이 없게 만들어버리기 때문이다.

    누구나 선거 날에는 빠짐없이 투표를 하자고 한다. 국민은 자신의 수준에 맞는 지도자를 가지므로 투표를 하지 않고 놀러가는 국민은 그 농땡이의 대가를 치르게 된다는 협박성 말도 들린다. 투표를 하지 않고 기권을 하는 것도 분명히 일종의 정치적 의사표현인 것은 틀림없고, 찍을 사람이 없어서 선거를 하지 않는 것뿐인데, 정치적 수준이 낮은 것이라고 비난받아야 할까?

    좌우간 선거날이 지나면 승리한 사람이 결정된다. 어떤 제도든 제도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고, 그것을 운영하는 사람이 나빠서 문제이기는 하다. 앞서서는 직업정치가도 우리가 선택한 선거방식도 다 나쁘다고 말하긴 했다. 그렇지만 이번에 당선되시는 분에게 다시 한 번 “국민들은 당선자가 사리사욕을 채우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는 점을 일깨워주고 싶다. 당선되는 첫날 그 심정을 임기 끝까지 꼭 새겨주시기를 바란다. 국민들은 또 한 번 그걸 믿을 수밖에 없는 처지이기에 그렇다.

    김상군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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