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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시론] 그래도 지방이 우리의 미래다- 최낙범(경남대 행정학과 교수)

  • 기사입력 : 2016-05-02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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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4월 13일 국회의원 선거 결과 집권당인 여당이 참패했다. 300석 가운데 과반수에 훨씬 미치지 못하는 122석으로, 123석을 차지한 제1 야당에게 제1당의 자리를 내줬다. 제2 야당의 출현으로 야당이 161석을 차지하는 여소야대의 정국이 제20대 국회에서 펼쳐지게 됐다. 대통령의 불통이 선거 참패의 요인이라고 한다. 선거가 끝난 13일 만인 4월 26일에 대통령은 소통을 위한 자리를 마련했다. 언론사 편집·보도국장 46명이 청와대에서 간담회를 했다. 그런데 그 자리에는 서울 지역 이외의 언론사는 참석할 수 없었다. 지방은 소통의 대상이 아니었다. 대통령은 지방에 사는 국민들을 안중에 두고 있지 않는 것 같다.

    지방을 홀대하고, 무시하고, 불신하고, 중앙의 종속물로 여기는 서울 중심의 중앙집권적 행태는 언론사 청와대 간담회 뿐만이 아니다. 여야를 막론하고, 지방의 의회의원들은 그 지역의 국회의원과는 주종의 관계다. 중앙의 국회의원이 지방의 의회의원 후보자 공천권을 행사하고, 국회의원 선거 과정에 지방의 의회의원들은 선봉대에 선다. 지방 주민의 여론을 형성하고 의사를 대표하는 본연의 임무는 그다음 일이다. 다른 나라에는 지역 정당이 있다는데, 우리나라는 지방에 의한 지방을 위한 지방의 정치는 없다.

    중앙집권적 행태는 정치만의 문제가 아니다. 행정,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부문에 걸쳐 만연돼 있다. 우리나라의 국민 주권은 국민 전체의 이해관계에 관한 일은 중앙정부가 책임지고, 지방 주민의 이해관계에 관한 일은 지방정부가 스스로 책임지는 자치 시스템에 의해 실현되는 통치 구조다. 지방정부가 구성된 지 올해로 25년이다. 그동안 지방정부를 구성했다가 해산하고 재구성해서 오늘에 이르렀다. 25년의 역사는 그리 오래됐다고는 할 수 없지만 성년의 나이는 지났다.

    현재 지방정부의 자치 시스템은 잘 가동되지 않고 있다. 아직도 장관이 도지사를 지배하고, 도지사는 시장·군수를 지배하는 중앙집권적인 행정 관행들이 지방정부의 자치 행정에 깊게 뿌리박고 있기 때문이다. 지방의회는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 중앙정부는 지방정부를 파트너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전에 그러했듯이 그들의 하급 행정기관으로 취급하면서 복종을 강요하고 있다. 독립된 법인격을 가진 지방정부는 중앙정부의 하급 행정기관일 수 없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중앙과 지방의 지배·복종 관계는 여전하다. 지방에 지방은 없고 중앙의 그림자만 있다.

    한강의 기적이라 불리는 우리나라 경제발전은 국민소득 2만달러를 넘어선 지 10년째 3만달러의 벽을 넘지 못하고 있다. 선진국 따라잡기 정책인 대기업 재벌 위주의 총력전은 여기까지라는 한계점이 드러나고 있다. 그동안 대기업들은 원천 기술 개발 노력 없이 성장이 가능했다. 구조조정의 바람이 불면 가장 먼저 연구 개발의 인력과 자금을 줄였다. 대기업에 종속된 중소기업들은 손발이 묶여 그들의 기술 개발 능력을 발휘할 기회를 가지지 못했다. 원천 기술이 없는 대기업 중심의 경제 시스템은 더 이상 세계 시장에서 작동하지 않고 있다.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 우리 사회를 옭매고 있는 중앙집권적 정치, 행정, 경제 행태를 타파하는 일이 급선무다. 중앙집권적 행태는 지식정보시대의 국가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지난 시대의 산물이다. 정치와 행정은 중앙정부가 지방정부의 자치 능력을 발전시키고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지방분권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 기업은 대기업 중심 아닌 중소기업 중심의 원천 기술 경쟁력 확보를 통해 우리나라 경제발전을 이끌어 갈 수 있도록 중앙정부가 정책적 뒷받침을 다해야 한다. 지방이, 중소기업의 발전이 우리의 미래다.

    최낙범 (경남대 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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