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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시론] 리더의 화(火)- 박승태(창원산업진흥재단 미래산업연구팀장)

  • 기사입력 : 2016-05-09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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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항공, 몽고식품, 대림산업, 미스터피자, 현대비앤지스틸은 경영자들의 이른바 ‘갑질’로 곤욕을 겪은 회사들이다. 리더들의 화내기가 상식의 수준을 벗어나 해프닝에 그치지 않고 기업의 평판에 실제적인 해를 입힌 사례들이다. 하지만 빙산의 일각으로 드러났을 리더들의 화는 조직원들의 사기에 더 큰 악영향을 끼쳐 왔을 것이다.

    리더의 행동은 감정의 전염을 통해서 조직 전체의 사기에 큰 영향을 준다. 리더가 자주 웃고, 기분 좋은 분위기를 전파하면, 조직원들의 마음가짐도 긍정적이고 여유가 넘친다. 그리고 이런 분위기는 흔히 좋은 성과로 이어진다.

    사회 지능과 관련된 연구에 따르면 ‘거울 뉴런(mirror neurons)’이라는 신경세포가 있는데 이 뉴런은 다른 사람의 몸짓을 보거나 말을 듣는 것만으로 마치 자신이 직접 행동하는 것과 같은 느낌을 받게 한다고 한다. 거울 뉴런의 기능은 조직원들이 리더의 감정과 행동을 따라 하는 것을 과학적으로 설명해준다.

    다른 연구에 따르면 가장 성과가 좋은 리더들은 성과가 중간 정도의 리더들보다 부하들을 평균 3배 정도 더 자주 웃게 만들었다. 좋은 분위기 속에서 사람들은 정보를 효과적으로 받아들이고 빨리, 창조적으로 반응한다.

    반대로 화내는 리더들은 항상 조마조마한 발표와 보고, 논의와 토론보다 평가와 질책으로 이어지는 피드백, 그리고 때론 인격적 모독이 발생하는 상황을 만들어 낸다. 이런 리더가 주재하는 회의에서는 보고자뿐만 아니라 참여자들도 그런 리더의 스타일을 내재화시킨다. 비전의 전파가 아니라 절제의 부족과 분노가 맨 위로부터 맨 아래로 전염되어 가는 것이다.

    두려움으로 경영되는 조직을 한 학자는 ‘방어적 사고(defensive reasoning)’에 의해 억압된 조직이라고 표현했다. 이런 조직에선 모두가 자신감에 찬 모습만을 보이기 위해 분투할 뿐이며, 정작 중요한 이슈이지만 어렵거나 당황스러운 주제에 대해서는 얘기하는 것을 꺼리게 된다. 그래서 아이큐 130인 구성원들을 모아 놓아도 결국 전체 아이큐는 60인 조직이 된다고 한다.

    구글은 ‘탁월한 팀의 특성’을 찾아내는 연구 결과를 작년에 공개했는데, 핵심요소 중 첫째는 심리적 안전이었다. 이는 팀원 상호간에 서로 상처받지 않고 자유스럽게 행동할 수 있느냐, 두려움 없이 기꺼이 위험을 감수할 수 있느냐를 의미하며, 심리적 안전이 전제되지 않으면 다른 요소들은 무의미해진다고 했다. 과연 조직원은 안전을 느낄 때 서로 신뢰하고 협력하게 되며, 좀 더 쉽게 위험을 감당할 수 있다. 남들이 비웃지 않을까라는 두려움 없이 좋은 아이디어를 쉽게 내놓을수록 창의적 혁신의 가능성은 높아진다.

    이런 점에서 이른바 카리스마 있는 리더들의 경영능력은 재고돼야 한다. 쉽게 흥분하고 화를 잘내는 리더들은 부하를 불안하게 한다. 오히려 조용한 리더들이 조직원들이 생각을 더 잘할 수 있도록 ‘틈’을 더 준다고 한다. 또한 이들은 조직원들이 본인의 의사를 더 편하게 밝힐 수 있도록 해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더 많이 창출될 수 있도록 한다.

    반면 ‘영웅적인’ 리더들은 일반적으로 자신의 능력을 과대 평가하고 자신감이 높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아이디어를 잘 받아들이지 않는다. 리더의 에고가 너무 커서 조직원들이 숨쉴 공간이 줄어들면 실제적 문제 해결은 더욱 어려워지게 마련이다.

    그러므로 조직원들의 몰입과 열정을 구한다면 우선 안전감을 주어야 한다. 따끔한 야단과 발전적 비판은 때때로 긴요하지만, 리더의 기본 태도는 칭찬과 격려야 한다. 모자란 품성에서 비롯된 화내는 리더들보다는 조용한 리더들이 훨씬 낫다. 산상수훈의 한 구절을 뒤집어 생각해 보자면, 온유한 이들은 조직에서도 땅(입지)을 차지해야 한다. 그래야 행복한 조직이 될 것이다.

    박승태 (창원산업진흥재단 미래산업연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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