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세계 4위 조선소로 명성을 떨치던 STX조선해양이 결국 회생절차(법정관리)를 밟게 됐다.
자율협약에 돌입한 이후 수조원을 쏟아부었지만 경영이 개선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창원이 본사인 STX조선의 운명은 법원의 손에 달렸다.
창원시 진해구 STX조선해양 전경./전강용 기자/
STX조선의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25일 여의도 본점에서 수출입은행, 농협은행, 무역보험공사 등이 참석한 채권단 실무자 회의를 열고 “추가자금을 지원하면서 자율협약을 지속할 경제적 명분과 실익이 없으며, 회사도 회생절차 신청이 불가피한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산업은행은 이달 말까지 채권단 협의회의 논의를 거쳐 자율협약을 종료하고 법정관리로 전환하는 방안을 확정하겠다고 설명했다.
산업은행은 이날 회의에서 재실사 결과 STX조선의 유동성 부족이 심화돼 이달 말에 도래하는 결제 자금을 정상적으로 낼 수 없어 부도 발생이 불가피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산은은 “자율협약 체제에서 내년까지 수주가 남아 있는 선박을 정상 건조해 인도금을 받더라도 부족한 자금은 7000억~1조2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특히 신규 수주가 없고 급격하게 건조 물량이 감소하면 부족자금의 규모는 확대되고 정상 건조가 불가능한 상황도 우려된다”고 설명했다.
이날 채권단이 법정관리를 결정하긴 했지만, STX조선 운명의 실질적인 키는 법원이 쥐고 있다. 법정관리 신청이 승인될 경우 회생을 위한 절차를 밟는 기회를 얻게 되지만, 법정관리 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청산 절차에 들어간다.
◆수주선박 일부 제외하고 계약 취소 전망= STX조선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이미 수주한 선박을 일부 인도하는 것을 제외하면 나머지 수주 선박은 인도를 취소하는 절차를 밟게 될 것으로 보인다.
가혹한 구조조정으로 수익성 개선 기미가 보일 경우 일부 생산설비는 블록공장으로 전환해 가동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다.
산은은 다만 회생절차 개시 후에도 채권단 손실을 최소화하고 회사의 정상 가동을 위해 현재 STX조선이 건조하고 있는 선박을 정상적으로 건조하는 방안을 최우선으로 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STX조선이 현재 수주해 건조 중인 선박은 총 52척이다.
우선 공정이 많이 진행돼 선주에 인도할 시점이 다가온 선박에 남은 재원을 집중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남은 선박은 공정률 등을 고려해 건조 지속이나 건조지 이전, 계약 취소 등을 선택할 것으로 산은은 파악했다. 개별 선박의 건조 지속 여부는 법원과 관리인이 유불리를 검토해 결정할 전망이다.
◆청산될 경우= 채권단은 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더 강도 높은 회생 방안을 마련해 제출할 계획이지만 청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를 법원이 받아들이면 마지막으로 회생 기회를 잡게 되지만 만약 그렇지 않으면 청산 절차에 들어간다.
이 과정에서 대량 실업 사태가 우려된다. STX조선의 인력은 2000여명, 협력사까지 포함하면 최대 9000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또 협력업체에 지급되지 않은 돈만 5000억원에 달해, 대책이 없을 경우 줄도산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이런 가운데 STX조선을 시작으로 성동과 대선조선 등 다른 중소 조선사의 운명도 머지않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김진호 기자·일부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