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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시론] 생각하는 백성이라야 산다- 김동규(고려대 명예교수)

  • 기사입력 : 2016-06-13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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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각하는 백성이라야 산다. 이 말은 1950년대 말 자유당 시절 함석헌 선생이 당시 한국 지성계의 유일한 대표적인 잡지였던 <사상계>에 쓴 글의 제목으로서 이것 때문에 잡지사와 선생님이 필화사건으로 곤욕을 치렀던 것으로, 요지는 이승만의 장기독재를 비판하고 저항하는 힘을 기르기 위해서는 항상 깨어있는 백성들의 시민정신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선생님은 국민들이 항상 깨어 있으려면 평소에 책을 많이 읽어야 한다고 했다.

    그런데 그로부터 몇십 년이 지난 지금에는 과연 어떤가? 통계 발표로는 국민들의 연간 도서구입비가 평균 1만6000원에 불과하다고 했다. 한두 끼의 밥값 정도이다. 심지어 하루 종일 책 속에 묻혀 있어야 할 대학생들마저 지난해 도서관에서 책을 한 권도 대출하지 않은 숫자가 40%라는 조사보고이고 보면 할 말이 없다.

    수십만원의 술값에는 쉽게 지갑을 열지만 월 1만원 남짓한 신문값이 아까워서 구독하지 않는 국민들이다. 신문 구독률이 점점 떨어지고 서점이 점점 사라지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읽는 것을 귀찮아하는 국민인 듯하다. TV나 스마트폰이 아무리 편리하더라도 정신적인 자양분은 영상을 보고 듣는 것보다는 인쇄물로 된 책을 읽는 것이 더 낫다는 연구보고임에도 말이다.

    1970년 9월, 일본 유학시절 필자가 당시 강원도청의 공무원들이 일본견학을 왔을 때 현지통역 자격으로 일본 북동지방의 아오모리(靑森) 도청을 방문했을 때의 경험이다. 우리 일행이 안내받은 도지사실은 한국의 어느 시골 군수실보다 좁은 공간이었고 그것도 벽면에는 각종 책으로 쌓여 있었다. 공부하면서 도정을 수행하는 지사였다.

    또한 필자가 평소에 잘 알고 지냈던 가토(加藤)라는 중소기업 사장이 있었다. 도쿄 중심가에 위치한 그의 사장실은 온통 사업 관련 서적으로 가득했다. 내가 갈 때마다 그는 항상 최신 외국잡지를 읽고 있었다. 이처럼 책 읽는 도지사, 사장들이 일본을 선진사회, 문화국민으로 만들고 있다고 본다.

    그리고 우리들에게 지하철문고로 잘 알려진 소형 책자도 일본에서 처음으로 고안된 것이다. 회사원들이 출퇴근 시간에 지하철 좁은 공간에서도 손쉽게 핸드백에서 책을 꺼내 읽을 수 있도록 소형문고판으로 제작된 책이다. 그래서 일본의 지하철문고는 세계명작으로부터 각종 교양서에 이르기까지 모든 분야에 걸쳐 출판되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일본의 젊은 세대도 스마트폰족이 늘어나면서 종이책의 매상이 많이 떨어지고는 있지만 그래도 서점은 줄지 않고 있다. 무서운 국민들이다.

    아무리 국민소득이 높고 경제대국이라고 해도 그에 알맞은 문화수준이나 국민들의 의식수준이 뒤따르지 못하면 마치 졸부들처럼 겉멋만 들고 속은 비어 있어 국제무대에서는 조소를 받게 될 것이다.

    우리도 이제 적어도 굶어죽는 국민이 없는 경제수준이니 너무 물질적인 경제성장만을 강조할 것이 아니라 정신문화적인 사회풍토 조성에도 국력을 투입해야 할 것이다. 불경기로 살기가 어렵다고 하면서도 공휴일이나 명절 때 보면 관광명소에는 관광객들로 붐비고 해외여행객들이 공항을 메우고 있다.

    해외조사보고서에 의하면 우리들보다 훨씬 못사는 국민들도 행복지수는 더 높은 나라가 많다. 행복지수는 풍요한 물질보다 정신적인 풍요에서 오기 때문이다.

    독서는 이러한 정신적인 풍요의 기본인 것이다. 이것은 값비싼 명품으로 몸을 치장하는 사람보다는 마음의 화장을 많이 하는 사람이 더 아름다운 것과 같다. 또한 이것이 곧 생각하는 사람의 모습이기도 한 것이다.

    김동규 (고려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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