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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7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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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전 희생자 ‘역사적 정체성’ 조명

베트남 전쟁의 유령들
권현익 저, 박충환·이창호·홍석준 역, 산지니 간, 2만5000원

  • 기사입력 : 2016-06-17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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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트남인들이 ‘미국 전쟁(American War)’이라 부르는 베트남전쟁은 발발 10년 만인 1975년 끝이 났다. 벌써 40년이 지났지만, 많은 베트남인들은 삶의 주변에 이 전쟁으로 인해 비극적인 죽음을 맞이한 유령들이 넘쳐난다고 믿고 있다. 이러한 믿음을 가진 사람들은 정기적으로 향이나 음식 등을 이들에게 바치고, 이들에 관한 이야기를 나눈다.

    베트남 전쟁의 유령들(원제 Ghosts of War in Vietnam)은 영국 케임브리지대학교의 권현익 석좌교수가 1980년대 경제개혁 이후 베트남 사회에서 뚜렷한 문화현상으로 부각된 전쟁유령에 관한 의례에 초점을 맞춰, 전쟁 희생자들에 대한 기억과 이들에 대한 기념 행위가 갖는 사회적, 정치경제적, 종교적 함의를 입체적으로 조명하고 있다.

    냉전시대 베트남에서 발생한 비극적인 역사를 인류학자의 따뜻한 시선으로 조명해왔던 저자는 최근 베트남에서 관찰되는 전쟁유령 현상은 급변하는 물질적·상징적 질서 하에서 발생하는 ‘집단적 망상’ 혹은 ‘문화적 상징’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 대다수 베트남인들에게 일종의 자연적 현상으로 인지되는 존재론적 힘을 가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베트남의 전쟁유령들이 ‘구체적인 역사적 정체성을 가진 실체로서, 비록 과거에 속하지만 비유적인 방식이 아니라 경험적인 방식으로 현재에도 지속된다고 믿어지는 존재’로서 일종의 ‘사회적 사실’을 구성한다고 주장한다. 사실 유령이나 귀신 이야기만큼 진지한 학술적 연구의 대상이 되기 어려운 주제도 없다. 대부분의 인문사회과학자들이 유령이나 귀신은 인류의 사회적 세계를 구성하는 사회적 사실의 범주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러나 저자는 학계의 이러한 지적 전통에 정면으로 맞서, 베트남에서는 유령과 유령을 둘러싼 문화적 담론과 실천이 매우 대중적이고 일반적인 현상일 뿐만 아니라 베트남인들이 역사적 성찰과 자아정체성 표현의 효과적인 수단으로서 인류학적·사회학적·역사학적, 심지어 정치경제학적 연구의 중요한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서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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