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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6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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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년차 교사가 지휘하는 감성교육

감성 지휘자, 우리 선생님
창녕 동포초 교사, 생생한 교육현장 담아내
아이들 개성 존중하는 다양한 교육법 소개

  • 기사입력 : 2016-06-17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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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을 읽고 단 한 군데 밑줄을 그으라면 ‘감성’이다.

    저자는 창녕군 남지읍 동포초등학교에 몸을 담고 있는 33년차 교사다.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그냥 해묵은 교사가 아니라 늘 새로운 더듬이를 돋우는 교사’이다.

    군대에서 말년 병장이 되면 그 좋던 심성은 어디 가고 놀부 심보가 들어선다. 제대는 코앞인데 국방부 시계는 더디게 간다. 좀이 쑤신다. 그래서 조그만 일 하나도 까탈 부리고 트집을 잡는다.

    아이들도 고학년이 되면 제 세상을 만난 듯 활개를 친다. 자칫 이런 아이들을 나무라고 혼내게 된다. 이럴 때 교사는 아이들에게 감성으로 다가서야 한다. 그게 더 큰 사단을 예방하는 처방전이 된다.

    30여 년에 이르는 교사생활 중 29년을 6학년 담임으로 보낸 그는 이렇게 토로한다.

    “3월 첫날 아이들 하모니를 조율해 봤다. 스물여섯 개의 현에서 일제히 내놓는 화음이 매끄럽지 못하고 둔탁하다. 몇몇 현에서 불협화음이 났다. 그렇다고 당장에 꼬집어서 바로잡기보다 기다려야겠다. 아이가 성인처럼 멋스럽게 화음을 가린다면 교육이 무슨 소용이냐? 아이는 다소 서툴고, 때론 일탈행동을 하는 게 당연하다. 하루 종일 아이들과 씨름하자면 입에서 단내가 나지만, 교사의 삶은 팍팍하지 않다. 다른 사람이 쉽사리 느껴볼 수 없는 보람을 맛본다. 그 행복은 아이들과 만드는 합창이다. 이 땅의 교사는 그 합창단의 지휘자로 만족하고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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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들은 교사가 저희를 어떻게 대하는지 단박에 알아챈다.

    이 지점에서 교사는 순치냐, 권위냐, 방목이냐를 택한다. 권위적으로 또 지시 일변도로 나가는 것은 쉽다.

    그러나 교육방법으로는 온당치 않다. 강제하는 힘은 오래가지 못하고, 신뢰가 가지 않는 인간관계는 힘만 든다. 그러나 개성을 존중하고 방목하는 감성교육은 이와 다르다. 처음 시도할 때는 자칫 방만해지나, 지속적으로 감성에 호소하고 기다려주면 머잖아 하나의 하모니를 이룬다. 이렇게 이뤄진 감성 하모니는 한데 어우러져 불협화음을 만들지 않는다. 그게 저자의 한결같은 바람이다.

    한때 전교조 교사로서 ‘나쁜 교육’에 맞서 드잡이도 했지만, 지금은 교육문제에 관한 한 주의·주장을 일절 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 대신, 자기 옷을 입는 나무처럼 아이들에 맞는 옷가지를 만드는 데 충실하고 있다. 학교 현장에서 아이들과 호흡하면서, 아이들의 존재를 인정하고 또 칭찬하는 데 교육적 열의를 집중하고 있다. 충분한 경청과 기다림으로 아이들과 하나되기를 하고 있다.

    ‘감성 지휘자, 우리 선생님’은 얼핏 보면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지만, 교사와 학부모는 물론이고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가 읽으면 좋을 큰 울림이 있다. 박종국 저, 살림터 간, 1만5000원. 서영훈 기자 float21@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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