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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근무해도 비정규직인 운동부 코치- 이강헌(창원대 체육학과 교수)

  • 기사입력 : 2016-06-28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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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구의역에서 발생한 스크린도어 사망사건은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비정규직의 문제를 고스란히 드러냈다. 비정규직의 굴레를 벗어나고자 열심히 일해 왔던 19살 청년의 죽음에 많은 사람이 슬퍼했고 추모의 물결이 끊이지 않았다. 이번 일을 계기로 비정규직 근로자들이 부당한 차별이나 고통을 받는 일이 없어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다.

    우리 사회에 많은 비정규직 근로자가 존재하지만 아무리 오랫동안 한 직장에 근무해도 또 아무리 노력해도 비정규직의 굴레를 벗어날 수 없는 직종이 있다. 현행 제도 하에서 체육지도자는 영원히 비정규직일 수밖에 없는 아주 불행한 직종이다.

    프로나 유명 직장 팀에서 선수를 지도하는 코치와 감독 등의 체육지도자 역시 기간제 근로자이지만 이들은 지명도나 성과에 따라 거액의 계약금과 연봉을 받아 많은 사람의 선망의 대상이다.

    그러나 일선 학교에서 학생선수를 지도하는 체육지도자들은 거의 모두가 1년 이하의 단기계약에 의해 근무하는 기간제 근로자로서 평생을 근무해도 무기계약직조차 될 수 없는 악성 비정규직 근로자이다. 이들은 경력과는 무관하게 매년 거의 동일한 급여를 받고 있으며 때가 되면 재계약과 계약해지의 갈림길에서 전전긍긍하고 있다.

    체육지도자들의 근로조건을 악화시키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기간제 및 단시간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과 ‘동법 시행령’이다. 이 법의 4조 ①항 6호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경우 2년을 초과해 기간제 근로자로 사용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고, 동법 시행령 3조 ③항 7호에 예외 직종으로 ‘체육지도자 업무에 종사하는 경우’를 명시한 것이 문제가 되는 것이다.

    비정규직의 확산을 막고 차별 방지를 목적으로 제정된 이 법이 입법의 의도와는 달리 오히려 비정규직을 양산하고 정규직과의 임금격차를 더 크게 해 ‘비정규직 차별법’ 역할을 한다는 사회적인 지탄도 있다. 사실 이 법의 취지는 체육지도자를 2년 이상 기간제 근로자로 고용할 수 있지만 무기계약직으로 전환시켜서는 안 된다는 조항은 아닌 것이다.

    그러나 현장에서 사용자들은 체육지도자를 무기계약직으로 전환시켜서는 안 되는 직종으로 해석해 이를 원천적으로 봉쇄하고 있다.

    학교 운동부를 지도하고 있는 코치들은 97% 이상이 계약기간 1년 이하의 비정규직으로, 경력에 관계없이 160만원에서 180만원의 급여를 받고 있다. 2014년도에 국회 교문위 소속 한선교 의원이 교육부 및 대한체육회로부터 제출받아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시·도교육청으로부터 지원을 받는 전임지도자 4039명의 평균 월급이 164만4000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2015년도 4인 가구 기준 최저생계비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학교체육지도자는 선수들과 함께 동고동락하며 높은 강도의 업무를 수행하면서도 만성적인 고용불안에 시달린다. 그리고 이러한 상황에 대해 아무런 불만도 토로하지도 못하는 ‘을 중의 을’이다. 팀 성적이 떨어지거나 학부모와의 의견이 맞지 않을 경우 혹은 감독의 지도스타일과 맞지 않을 경우에도 너무도 쉽게 코치라는 자리에서 밀려날 수 있는 것이 이들의 처참한 현실이다.

    하루빨리 이들의 근무환경과 대우가 개선돼야 한다. 우선적으로 다른 직종의 기간제 근로자와 동일하게 일정기간 근무하게 되면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한 이들의 역할과 경력에 따라 합당한 급여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조치가 필요하다.

    이강헌 (창원대 체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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