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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쇠사슬로 분단된 ‘3·15’와 ‘가고파’- 이상목(사회부장)

  • 기사입력 : 2016-07-26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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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고파의 예향’, ‘불의에 항거한 민주성지’. 마산을 웅변하는 상징문구이자 어느 지역도 갖지 못한 문학적·정신적 자산이다. 시민들은 어느 하나 포기할 수가 없다.

    민주성지는 재론이 필요 없고, 마산이 예향으로 자리매김하기까지 노산 이은상(1903~1982)이라는 걸출한 문재(文才)의 족적을 빼놓을 수 없다. 기록에 의하면 노산은 일제의 회유에 굴하지 않고 우리 말과 글을 지키는 일과 민족문화의 발굴 선양에 공헌했다. 그 과정에서 두 차례 옥살이도 했다. 사화집, 수필집, 역사서, 시조집 등 간행서적만 46권이요, 발표한 시조가 2000수에 달한다.

    이러한 족적에도 해방 후 독재정권에 부역했다는 논란이 발목을 잡고 있다. 조선일보 1960년 4월 15일자 ‘마산사건의 수습책’ 제하의 문답기사가 시발이다.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되짚어 보자.(신문과 노산이 문답하는 형식)

    <△마산사건이 촉발된 근본원인은? “도대체 불합리 불합법이 빚어낸 불상사다.” △시위가 확대돼 가는 것을 어떻게 보나? “지성을 잃어버린 데모다. 앞으로는 더 확대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자고로 과오와 과오의 연속은 필경 이적(利敵)의 결과가 되고 만다.” △당국의 수습책을 옳다고 보나? ‘역시 관(官)의 편견이 너무 강했던 것 같다. 비상시 정치에는 무엇보다 성실과 아량이 필요하다. 왜 과감한 정책을 쓰지 못하는가.” △마산사태를 시급히 수습하자면? “정부에서도 비정상적인 사태 앞에서는 비정상적인 방법과 기술이 필요하다. 그리고 여야 지도자들은 좀 더 냉정한 지도정신을 발휘해야 하며 좀 더 ‘스케일’이 커야 한다. △마산시민에게 보내고 싶은 말씀은? “내가 마산 사람이기 때문에 고향의 일을 걱정하는 마음이 더 크다. 분개한 생각이야 더 말할 것이 있으랴마는 무모한 흥분으로 일이 바로잡히는 법이 아니다. 좀 더 자중하기를 바란다. 정당한 방법에 의하지 않으면 도리어 과오를 범하기가 쉽다.” △당국에 하고 싶은 말씀은 “(전략) 여야를 막론하고 참으로 나라를 사랑하는 지도자가 있다면 초당적 연립적, 아니 거국적이요 비상시적인 노장(老壯) 유능한 내각을 구성해 그야말로 국민이 원하는 새 국면을 열어야 한다. 이것은 부분적인 각료 경질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개각 여부는 별문제로 실지로 책임적인 전체적인 경질을 말하는 것이다.”>

    문인협회와 3·15의거기념사업회는 이를 놓고 수십년째 갈등을 이어오고 있다. 문인협회는 ‘기사 전체 맥락을 봐야 하는데 거두절미하고 일부만 발췌해 오해를 증폭시켰다’는 주장이다. 반면, 3·15기념사업회는 ‘불의에 항거한 시민의거를 <지성을 잃어버린 데모> 등으로 폄하했다’며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노산의 박정희 유신지지 성명(경향·서울신문 1972년 10월 25일자) 등도 거론한다. 급기야 기념사업회는 한 장소에 설치된 <의거기념탑>과 <은상이샘> 중간에 ‘분단 쇠사슬’을 쳤다. 탑의 방향도 90도 틀어 등지게 했다. 공존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작금 두 단체의 극단적 반목을 지켜보는 시민들은 착잡하기만 하다. 기록에 의존하는 필자도 평가를 함부로 할 수는 없다. 다만 양측이 공존상생의 지혜를 발휘할 수는 없는 것인지 안타까운 마음으로 관망할 뿐이다. 진정 ‘전부가 아니면 전무’식의 힘겨루기를 피할 길은 없는가.

    이상목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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