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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7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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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땅이 흔들린다- 김주현(창원시립합창단 상임지휘자)

  • 기사입력 : 2016-09-29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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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땅이 흔들린다.

    최근 천년고도 경주에서 시작된 지진은 이제는 더 이상 한반도가 지진안전지대가 아님을 분명하게 말한다.

    잠시 현기증이 오는 줄로 착각했다.

    내가 흔들린 건지 책상이 흔들린 건지, 더 흔들린다면 어떻게 해야 할지….

    일찍이 경험하지 못했던 땅의 흔들림은 불변의 안정성이라 여겨 왔던 많은 것들에 대해서도 의문을 갖게 한다.

    마음이 흔들린다.

    믿어 왔던 가치관들, 역사, 종교, 가족 그리고 희생의 숭고함과 사랑의 고결함조차 흔들리는 세상이다.

    우리 동네 창동예술촌으로 들어가는 길 건너편 X락이네 정육점 앞 인도 위에는 스피커 두 개가 놓여 있다.

    스피커에서는 하루 종일 음악이 흘러나온다.

    가요, 팝송, 가끔 클래식도 들린다.

    어느 날 물어보았다.

    혹시 고기맛을 좋아지게 하려고 음악을 틀어놓으십니까?

    꼭 그건 아니고요, 그냥 어릴 적부터 좋아하니까요.

    젊은 주인은 이렇게 말했다.

    그냥 어릴 적부터 좋아서 하는 일들….

    그것들을 나이가 들어서도 순수하게 지켜내는 마음이다.

    땅이 흔들린다.

    의사도 검사도 교수도 흔들린다.

    제약회사와 의사가 너무 친하고 스폰서 검사가 있는가 하면, 교수는 남의 글을 베껴 쓰면서도 부끄러움을 모른다.

    그렇게 모든 것이 흔들거린다.

    누군가의 팔뚝에 문신으로 새겨진 ‘착하게 살자’, 그것보다도 착하지 않다.

    김영란법은 이런 것들을 흔들리지 않게 할 수 있을까?

    땅이 흔들릴 때에는 음악을 듣자!

    어느 누구에게라도 마음속 깊은 곳에 숨어 있을 그 음악을 꺼내어 다시 들으며 부디 흔들리지 않고 오늘을 살자.

    김주현 (창원시립합창단 상임지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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