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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7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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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칼럼] 마음 리모델링- 임성구(시인)

  • 기사입력 : 2016-09-30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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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 낡은 것들은 들어내야 할 시간이다// 반백 년 질질 끌고 돌아다닌 누추한 마음// 해머로 한대 맞고 싶다//새 옷을 입고 싶다(자작시 ‘마음 리모델링’). 가을은 나무의 한 생애가 절정으로 치닫는 시간이다. 산과 들, 도심의 가로수 잎들이 꽃보다 더 아름답게 단풍물을 들이고 있다. 그리고 열매들은 수고한 이들의 마음을 매우 풍요롭게 하는 시간이다. 제 생애를 통째로 아름답게 기부하는 지상에서 가장 행복한 시간이다. 한 잎, 두 잎, 제 잎을 떨어뜨리는 행위는, 아마도 거미줄같이 얽힌 세인들의 마음을 반성하도록 여백의 시간을 마련해 주는 것은 아닐까?

    우리는 가끔 어떤 마음으로 세상을 살아야 할까에 대한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곤 한다. 물론 명쾌한 답은 없지만, 착하게 남을 위해 배려하는 마음으로 살아야 한다는 그 정도는 인식하며 세상을 산다. 그러나 착함과 배려보다 남에게 상처주지 않는 마음이 더 우선돼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야 착하고 배려하는 마음은 ‘척’하는 가짜 모습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필자가 보금자리를 ‘고향의 봄’ 창원에서 ‘그 옛날 파란 물 넘실대던’ 이은상의 ‘가고파’ 고향 마산으로 옮긴 지 백 일이 됐다. 그러나 ‘가고파’의 노랫말을 대변해 줄 그런 도시는 사라졌다. 오직 온전하게 남아 있는 것은 이은상의 ‘가고파’다. 푸르고 맑게 노래한 명시조 한 편이 옛 마산의 정서를 오롯이 드러낸다. 옛것을 보존하면서 새롭게 가꿔 성장하는 지혜가 필요한 법인데, 시인이 머금었던 작품에 대한 그 순수성마저 모두 지우려 한다. 쓰라린 과거의 역사도 있는 그대로 보존해 후대의 참된 교육의 지침서를 마련해야 되는데, 매립으로 인한 바다가 지워졌다고 해서 어떤 사람은 ‘가고파’까지 지우려고 한다.

    마산의 얼이 무엇인가? 마산 하면 3·15, 4·19, 이은상, 조두남, 장지연, 문신, 김주열 등의 이름들이 먼저 있다. 마산의 정신문화를 대변하고 상징하는 인물의 성지, 기념관, 추모비가 지난날의 마산의 역사를 말해 주고 있다. 민주성지로서의 마산도 훌륭하고, 아름다운 마산을 노래한 예술인의 작품성도 매우 뛰어나다. 훌륭한 예술 작품과 그의 배경을 관광자원으로 활용해야 한다. 합포만은 이미 많이 매립됐고 현재도 계속 진행되고 있다. 차라리 관광활성화 차원에서 지금의 선착장에서 돝섬까지 사람만이 보행할 수 있는 연륙교를 건설한다면 매우 좋겠지만, 또 마음을 고쳐먹으면 이 매립이 매우 진보적이라고 볼 수 있다.

    가고파의 고향 마산, 물 좋고 인심 좋은 마산의 원형이 무엇일까? 누가 뭐라고 해도 마산의 원형은 어시장과 파란 물이 남실대던 맑고 깨끗한 정서에서 찾아야 한다. 민주화 운동의 발상지 마산 또한 그 원형 위에서 찾아야 한다. 민주주의가 좋고 진보적인 성향도 좋지만 원형의 정서를 못 어루만지는 그런 거칠고 폭언적인 정서라면 마산은 매우 날카로운 면도날 같을 것이다. ‘진보’는 ‘보수’를 잘 섬기며 따르면서 민주적으로 나아가야 하는 마음을 가져야 될 것이며, ‘보수’는 ‘진보’를 잘 다독이며 옳은 것은 흔쾌히 받아들이는 아름다운 상생의 마음을 가져야 한다. 어떠한 난제에 봉착했을 때 해결법을 찾아야지 무조건적인 반대는 삼가야 된다.

    필자의 생각이 다 옳은 것이 아니기 때문에 독자가 받아들일 건 받아들이고 불필요한 말은 걸러서 읽으면 될 것이다. 서로 밀어주고 당겨주는 기분 좋은 말과 행동은 행복한 ‘마음 리모델링’이라 말하고 싶다. 건강한 도시를 꿈꾸는 백 일 된 풋가족이 상생적 마음을 터놓고 힐링의 공간을 만들어 봤다. 단풍물로 점점 더 깊어 갈 멋진 가을에 다 같이 고운 마음으로 리모델링되기를 희망한다.

    임성구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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