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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창원 ‘팔룡5일장’ 명맥 잇게 해야- 이상목(사회부장)

  • 기사입력 : 2016-10-06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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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003년 개장해 번잡한 도심의 숨통 역할을 해온 창원 ‘팔룡5일장’이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고 한다. 전국의 사람들이 오가는 창원종합터미널 옆 공터에서 13년 동안 소중한 전통문화자산으로 기능해 왔기에 안타까움이 크다. 팔룡5일장이 이런 운명에 처하게 된 배경은 창원시가 현재의 5일장 자리에 문화복합타운을 추진하면서다. 안상수 시장이 108만 시민들에게 새로운 먹거리를 제공할 문화관광산업 육성을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내세우면서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다.

    대신 시는 상인들의 생존권을 감안해 의창구 북면 감계리에 대체부지를 마련, 상인회와 대부계약까지 체결했다. 그러나 전(廛)을 펴는 게 여의치 않은 모양이다. 북면 감계지역 일부 주민들이 강력 반발하고 나선 때문이다. 주민들은 시가 상인회에 내어준 5일장 대체부지야말로 미래 감계지구의 도시품격을 높여줄 ‘공공청사와 문화복지시설’ 예정부지인데 사전에 설명회조차 열지 않고 결정했다며 발끈하고 있다. 아울러 이곳에 5일장이 들어설 경우 복지청사 건립이 늦어지거나 난관에 봉착할 수 있다는 걱정도 하는 것처럼 보인다. 주민들의 입장에선 충분히 이해가 된다.

    하지만 5일장 상인들은 그들대로 할 말이 많다. 시정에 협조하기 위해 기존 5일장터에서 물러섰고, 연간 4000여만원의 임대료를 지불키로 하고 대부계약까지 체결했는데 계약당사자인 시가 적극적인 책임을 져주지 않는다며 볼멘소리를 쏟아내고 있다. 행정적 업무처리가 미숙했다는 불만이다.

    급기야 5일장 상인들이 감계 대체부지에서 첫 전을 펴기로 한 지난 4일에는 우려스런 상황이 벌어졌다. 전을 펴려는 상인들과 이를 막으려는 주민들이 물리적 충돌 일보 직전까지 가는 살벌한 모습이 초래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시 관계자는 개입이나 중재를 하지 못하고 무기력한(?) 모습만 보여 비난을 자초했다. 감계 주민들의 반발을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을 텐데도 착수 단계에서부터 애써 무시한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마저 지울 수 없다.

    더구나 시 관계자의 발언이 이를 방증한다. 그는 “공유재산 관리조례에 따라 대부계약을 체결했고 주민 반대 문제는 방법을 논의 중으로 조만간 해결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어 “주민반대는 일부”라면서 “다수 감계 주민들은 5일장과 같은 상권이 필요하다는 데 이견이 없고, 혐오시설이 아닌 만큼 주민설명회까지 일일이 다 할 수는 없었다”고 말해 현실 인식에 안일함마저 보였다. 이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자면 ‘주민 반대는 극심하지 않고, 결국 시간이 해결해주게 돼 있다’는 의미로 읽힌다. 진정 그럴지는 두고 볼 일이다.

    지역의 5일장은 전통과 현대를 이어주는 역사의 사슬이자 소중한 문화자산이다. 민초들의 치열한 생업 터전으로 혐오시설도 아니다. 속도를 강조하는 현대사회에서 느림의 미학을 일깨워주는 공간이자 치유의 공간이기도 하다. 사람을 모이게 함으로써 낙후된 지역에 활기를 불어넣는 순기능도 한다.

    때문에 보존이 필요한 5일장이 신중하지 못한 일 처리로 소멸되는 결과가 초래돼서는 안 된다. 주민들을 쉬이 설득할 자신이 없다면, 시간만 끌 것이 아니라 일찌감치 제3의 부지를 물색하는 게 사태 해결의 지름길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다.

    이상목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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