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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세상과 동물 세상 - 황미화 (위드에이블 원장)

  • 기사입력 : 2016-10-25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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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타이타닉’, 오래전에 인상 깊게 본 영화다. 당시 세계 최대 규모였던 이 여객선이 처녀 출항하면서 선상 생활과 침몰 과정을 그렸다. 여객선의 규모와 호화로운 생활, 선상에서 우연히 만난 남녀의 사랑과 아름다운 배경음악, 그리고 여객선의 침몰과 죽음 등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했다.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승조원들이 우선순위를 정해 승객들을 구명보트에 승선시키는 모습이었다. 배는 침몰 직전이고 수십 명의 승객들은 생사의 갈림길에서 구명보트를 타기 위해 필사적이다. 이때 구명보트를 가로막은 승무원들은 승객을 향해 소리친다. “아이와 여성이 우선입니다. 아이와 여성분은 앞으로 나오세요” 이를 무시하고 구명보트에 오르려는 남자에게 권총까지 겨누며 저지하고 아이를 먼저 태운다.

    왜 먼저 탈 수 있는 남자보다 아이와 여성을 우선적으로 태우는 것일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그것은 위기상황에서 힘이 있는 사람이 약자를 먼저 보호해야 한다는 문명사회의 가치를 표출한 것은 아닐까? 이러한 가치체계는 인간사회에만 존재하는 윤리적 규범이라고 본다.


    이와 달리 동물의 세계에서는 어미가 본능적으로 새끼를 보호하는 것 외에는 강자가 약자를 보호하는 사례는 없다고 한다. 오직 먹고 먹히는 먹이사슬의 본능만이 존재한다. 사나운 맹수가 연약한 새끼 사슴을 사냥해 주린 배를 채워도 잔인한 것이 아니다. 그것은 자연의 법칙일 뿐이다. 오히려 그러한 법칙을 통해 자연생태계는 유지되는 것이다. 그래서 인간사회와 동물세계에서 강자와 약자의 관계는 본질적으로 차이가 있다고 본다.

    지난 8일 경기도에 있는 사회복지시설에 입소했던 중증장애인을 쇠막대기를 휘둘러 때렸을 뿐 아니라 굶기기까지 한 시설종사자가 법원으로부터 실형을 선고받았다고 한다. 지난달 9월 27일 한 국회의원의 국정감사 자료에 의하면 최근 2년간 보건복지부가 전국 장애인거주시설 857개소에 대한 조사결과 91개 시설에서 폭행, 체벌, 결박, 감금, 갈취, 성폭행, 성추행 등 120건의 인권침해가 있었다고 한다. 참으로 놀랍고 가슴 아픈 일이다.

    시설의 장애인들은 대체로 정신·신체적 결함과 손상의 정도가 매우 심하다. 그래서 편안하고 안정된 생활공간에서 정서·신체적으로 세심한 케어와 서비스를 받아야 한다. 그럼에도 오히려 폭력이라니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이들은 자신의 의사표현에 서툴고 폭력에 저항하지 못할 뿐이지 무감각한 것은 결코 아니다. 오히려 그 고통과 트라우마는 비장애인에 비해 훨씬 더 크고 깊다. 이들도 한 인간으로 살아 갈 수 있는 권리가 있는 것이다.

    한편 대부분의 복지시설 종사자들은 낮은 급여와 격무, 2교대 근무 등 열악한 근무환경에서도 소명의식을 가지고 묵묵히 일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사건이 보도되면 복지시설 종사자들은 싸잡아 눈총을 받는 경우가 많다. 복지시설 종사자의 한 사람으로서 죄송스럽고 안타까운 심정이다.

    최근 정부는 장애인복지법을 개정해 금년 말부터 복지담당공무원과 복지시설 종사자, 활동보조인, 의료인 등 관계자가 장애인 학대와 성범죄를 알게 된 때에는 의무적으로 신고를 하도록 했다. 내년 1월부터 전국 시도에 장애인 권익 옹호기관을 설치해 장애인 학대 관련 신고접수, 현장조사, 응급보호, 피해 장애인과 학대 행위자에 대한 상담 및 사후관리, 학대 예방 교육 및 홍보 등 사업을 실시하도록 했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은 관련 법령을 제정하는 정부의 의지만으로는 어렵다고 본다. 더 중요한 것은 우리 사회 모두가 관심을 가지고 동참하려는 자세를 가져야 할 것이다.

    우리는 약육강식의 동물세계가 아니라 사람의 세상에서 살아가고 있기에….

    황미화 (위드에이블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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