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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7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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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간이 사람을 움직인다- 내 삶을 바꾸는 공간

공간·인간의 심리, 상관관계 고찰
건축 역사, 공간 발달사 등 담아내

  • 기사입력 : 2016-10-28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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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천국제공항을 인프라로 삼아 세계 최대 규모의 민간 도시개발사업으로 건설된 송도국제도시.


    알랭 드 보통은 ‘행복의 건축’에서 “장소가 달라지면 나쁜 쪽이든 좋은 쪽이든 사람도 달라진다”고 했던가.

    우리는 별빛 찬란한 밤하늘에 압도되고, 상상을 초월하는 규모의 고대 유적을 바라보며 경외감에 사로잡힌다. 사람들로 빽빽이 차 있는 실내에서는 공황상태에 빠지지만, 푸른 숲속을 거닐며 마음을 안정시키기도 한다. 카지노나 쇼핑몰에 들어서기라도 하면, 기꺼이 유혹에 넘어간다.

    장소는 달라도, 다르지 않는 한 가지가 있다. 바로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환경이 우리의 감정과 신체에 크나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캐나다 워털루대학교 도시현실연구소장인 저자는 이 책(원제 Places of the Heart)에서 인간이 건축하는 행위를 통해 현실공간과 가상공간을 어떻게 만들었고, 또 그 공간은 역으로 인간을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흥미진진하게 파헤쳐 놓았다.

    자연이 치유효과를 갖고 있다는 믿음은 ‘창밖으로 푸른 자연이 내다보이는 병실의 환자가 벽돌담만 보이는 병실의 환자보다 빨리 낫는다’는 로저 울리히의 연구결과에 힘입어 상당한 설득력을 얻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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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도심에 있는 한국은행. 건물 소유자의 이미지와 기능을 고려해 1층 전면을 폐쇄형으로 만든 건물의 대표적인 예다.

    테마파크, 카지노, 쇼핑몰 등 쾌락이나 모험과 같은 인간의 ‘욕망’을 좌우하는 공간설계의 영역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지나. 도박꾼들은 십중팔구 돈을 잃을 것을 알면서도 카지노로 몰려들고, 쇼핑족들은 고객의 시선과 동선 등을 고려해 상품을 진열할 쇼핑몰에서 지갑을 열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집은 어떤가. 저자는 뭄바이의 척박한 빈민가에서도 사람들은 집을 개인화함으로써 삶에 대한 통제력을 행사하려 한다는 데 주목한다.

    도시는 ‘권태’와 ‘불안’을 얘기할 때의 배경이 된다. 좋지 않은 도시설계가 지닌 위험성이란 ‘권태의 급속한 확산’이다. 저자는 ‘도시 걷기 실험’에서, 무미건조한 대형빌딩 앞에서는 참가자들이 조용하고 움츠러들고 또 수동적인 모습이었지만, 활기찬 거리에서는 활발하고 수다스러워지는 것을 관찰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건물 하단 3m 정도만 외관과 물리적 구조를 바꿔도 도시를 이용하는 방식에 극적으로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 책을 감수한 정재승 카이스트 바이오 및 뇌공학과 교수의 말대로, 이 책의 마지막 책장을 덮는 순간 내 삶을 담아내는 그릇으로서 내가 있는 공간이 얼마나 적절한가를 성찰하게 될지 모른다. 콜린 엘러드 지음, 문희경 옮김,? 더퀘스트 펴냄, 1만7000원?

    서영훈 기자 float21@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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