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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14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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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지러움증, 증상은 비슷해도 원인은 달라요

움직임 감지하는 귓속 전정기관 문제로 발생
중심 안 잡히거나 사물 돌땐 ‘뇌졸중’ 의심을

  • 기사입력 : 2016-10-3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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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올해 여름은 유난히 더웠다. 잠을 잘 못 자고 더운 곳에서 일을 하니 몸이 쉽게 피로해지는 시기였다. 그래서인지 진료실에 어지러움증을 호소하시는 분들이 더 많았던 것 같다. 필자를 찾아 온 환자에서 제일 흔히 보이는 어지러움증은 항상 진단이 쉽지 않은 증세이다.

    왜냐하면 어지러움이라는 단어 하나로 여러 가지 증세를 표현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단순히 안개 낀 듯 맑지 않은 느낌에서부터 뇌에 공급되는 혈액량이 부족해 눈앞이 캄캄해지고 무기력해지는 경우, 중심이 잘 안잡히거나, 구역감이나 구토가 동반되면서 눈앞의 사물이 빙빙 도는 경우를 ‘어지럽다’로 표현하곤 하지만, 사실 원인은 각각 다르다. 그리고 어지러움의 종류에 따라 신경과 이외에도 심장내과, 이비인후과 그리고 정신과 등이 협진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이 중에서 특히 중심이 안 잡히거나 빙빙 도는 증세에 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우리 주위에 살아 있는 동물만큼 중심을 잘 잡는 로봇을 아직 본 적이 없을 것이다. 그리고 손떨림 보정기능이 아무리 좋은 카메라라도 사람 눈만큼 정확하게 사물을 주시하지 못한다. 이런 기능을 담당하는 기관에 문제가 생기면 앞서 말한 증세들이 생긴다. 심한 사람은 구역질과 구토를 하기도 한다. 이런 감각기관은 신경을 통해 뇌로 균형을 잡기 위한 정보들을 전달하는데 이 과정 중에 어떤 레벨에서 문제가 생기느냐에 따라 원인은 달라진다.

    특히 움직임을 감지하는 세반고리관에 돌(이석·耳石)이 감각세포를 교란해서 발생하는 양성돌발 현훈이나 귓속의 체액 압력 변화로 청력이 같이 손상되는 메니에르병 등이 말초전정기관에 생기는 문제이다. 그리고 전정계 정보를 전달하는 신경에 문제가 생기는 질환으로는 전정신경염이나 청신경조총 등이 있다.

    결국 이런 신경은 중추신경계로 연결되는데 이 지점에서 문제가 생기는 대표적인 질환이 뇌졸중이다. 편마비 같은 일반적인 뇌졸중 증세와 달리 전정신경계와 관련된 이런 뇌졸중은 어지러움(중심이 안 잡히거나 사물이 도는 증세)만 발생하는 경우가 있다. 나이가 많거나 당뇨, 고혈압, 고지혈증, 흡연 같은 위험 인자가 있는 분들은 뇌졸중 발생 확률이 더 증가하므로 어지러움증을 가볍게 지나치지 않아야 한다. 중심이 잘 잡히지 않는 증세가 부정확한 발음, 부조화스러운 팔다리 움직임과 같이 발생한다면 즉시 내원하는 것이 좋다. 어지러움증의 원인 중 뇌혈관 질환이 차지하는 비중은 비록 크지는 않지만 치료 시기를 놓쳐 손상된 뇌세포는 회복되지 않기에 예후가 나쁘다.

    전정계 이상에 관련된 어지러움을 평가하는 검사는 병원에 따라 보통 신경과와 이비인후과에서 서로 협진해서 진행하게 된다. 환자의 연령, 위험도, 증상뿐만 아니라 검사받을 때의 환자 컨디션에 따라 제한이 있을 수 있어 상황에 맞게 검사를 선택한다. 대표적인 것으로 비디오안진 검사나 전정유발전위 검사가 있으며 일부 뇌졸중 같은 중추성 전정계 이상이 의심되는 경우 뇌 자기공명영상검사(MRI) 등을 하기도 한다.

    뇌혈관질환과 관련 없는 전정계 이상은 질환에 따라 이석정복술(양성돌발현훈의 경우)이나 약물 치료로 쉽게 치료가 되지만 빠르게 회복하는 분들도 재발을 막으려면 주의가 필요하다. 한 번 손상된 전정계는 어느 수준 이상 그 기관에 무리가 가게 되면 다시 증세가 재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회복이 됐더라도 당분간은 수면을 충분히 취하고 장거리 운전은 피하는 것이 좋다.

    또한 전정기관 속을 흐르는 체액의 압력을 줄이기 위해 고혈압 환자처럼 평소 국물음식을 적게 먹는 등의 저나트륨식을 하면 장기적인 청각·전정 기관 건강에 도움이 된다.

    일부 환자들은 전정계 이상이 만성화돼 악화와 호전을 반복하기도 하는데, 안타깝지만 이런 분들을 위한 완벽한 치료는 아직까지 없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정신과와 협진을 통해 불안감 등을 조절한다면 훨씬 편하게 지낼 수 있다. 마지막으로 만성 전정계 이상 환자들이 주의해야 할 것으로는 넘어져서 생기는 골절을 들 수 있는데, 나이가 들어 인지 기능이 떨어지는 환자들은 특히 더 위험하다. 이런 환자는 조기 치매가 있는지 확인이 필요하며 전정재활운동이나 인지 개선제를 투약해서 평형감각을 유지시켜주는 것이 좋다. 이준희 기자

    도움말 = MH연세병원 신경과전문의 김지윤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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