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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6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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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시론] 임원 경쟁력은 기업의 경쟁력- 박승태(창원산업진흥원 미래산업팀장)

  • 기사입력 : 2016-11-09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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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나라 사정을 보면 착잡하면서도 리더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되며, 한 일본 야구감독의 말이 떠오른다. “조직은 리더의 역량 이상으로 발전할 수 없습니다. 팀을 잘 이끌려면 역시 리더를 잘 뽑아야 합니다.”

    2014년 선수들에 대한 호텔 CCTV 감시가 알려진 뒤 롯데 자이언츠의 한 팬이 들고 있던 피켓에는 이렇게 쓰여져 있었다. “무능한 장수는 적보다 무섭다.” 오자병법에 나오는 구절로 스포츠나 전쟁, 혹은 정치나 경영에 있어서도 지도자의 역할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뜻이다.

    기업 경영에서 왕은 오너나 CEO, 장수는 임원에 비견될 수 있다. 무능한 이가 임원이 될 순 없으므로 경제 용어로 바꾸어 보면 ‘나쁜 임원은 경쟁사보다 무섭다’라고 할 수 있겠다. 단언컨대 나쁜 임원을 선발하고 유지하는 것은 조직의 결정적 실수이며 기업성과에 큰 영향을 끼친다. 임원의 자질은 크게 품성과 역량으로 나눠볼 수 있겠는데, 품성에는 인간에 대한 이해와 존중, 진정성 있는 리더십, 대인관계와 열정이 있고 역량에는 지적 능력과 전문지식, 입증된 성과창출 경험, 전략적 사고와 커뮤니케이션 및 실행력이 있다.

    책무에 따른 최적의 임원 선발과 최고경영자를 중심으로 임원진 간의 신뢰와 협업이 승리하는 기업의 필요조건이나 말처럼 쉬운 일이 결코 아니다. 우리에게 흔한 상명하복의 수직적 조직문화에서는 임원의 경쟁력이 특히 중요하다. 최고경영자가 아무리 직원들의 혁신을 강조해도 임원의 오픈 마인드와 변화 의지가 없다면 실행 없는 구호로 끝날 뿐이기 때문이다. 피터 드러커의 말처럼 병목(bottleneck)은 항상 병 위(neck) 쪽에 있다.

    좋은 임원의 자질을 열거하고 슈퍼맨 같은 그 교집합을 추구하는 것보다 나쁜 임원의 유형을 살펴보고 이를 경계하는 것도 임원 경쟁력을 향상시키는 실제적인 대안일 수 있다. 이에 그 유형을 살펴보고자 한다.

    첫째는 화려한 학벌 혹은 경력으로 똑똑함을 자랑하지만 오만과 독선으로 부하에게는 마음 놓고 일할 틈을, 동료 임원들에게는 믿고 협력할 훈훈한 인간미를 못 주는 독성(toxic) 임원이다. 이기적인 성향으로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는 능력이 결여된 이 유형은 인간적인 문제와 실행의 문제를 야기시킨다. 직접적인 헌신을 회피하기 때문이다. 모든 것을 다 안다는 오만, 한 번 성공한 내가 틀릴 리 없다는 독선, 이런 숨막히게 비대해진 자아에는 타인의 마음이건 행운의 손길이건 들어갈 공간이 없어진다.

    둘째는 만사태평형이다. 사람이 둥글고 회사도 둥그니 세상만사가 둥글다. 갈등을 회피하고 좋은 게 좋은 거라는 식으로 일한다. 도전과 배움이 없으며 존재만으로도 부하의 성장을 막는 대표적 무임승차자(free-rider)이다. 위징의 6사(六邪) 중 구신(具臣) 즉 관직에 안주하고 봉록을 탐하며 숫자만 채우는 가구와 같은 신하에 해당하며 정도전이 말하던 밥도둑 유형이다.

    셋째는 솔선수범 없이 시키고 쪼기만 하는 임원이다. 정신적으로 노쇠해 새로운 것을 배우려는 의지가 없고 어떤 일을 직접 소매를 걷어붙이고 추진하며 실행할 열정이 없는 경우다. 이런 임원들은 흔히 통제광(control freak)이어서 부하들을 꼼작 못하게 관리하는 유형이지만, 모든 일을 자신이 다 나서서 간섭하고 조정하려 하면 결국 아랫사람들은 시키는 일만 하게 된다. CEO에게 이들은 조직 장악력이 뛰어 나다고 오해(?)를 받기도 하는데, 부하직원을 불행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진정한 기업 경쟁력에 적지 않은 손해를 끼친다. 최고경영자는 이런 임원들을 경계해야 한다. 360도 평가와 같은 방법도 있지만 조직을 더 깊이 파악해 이런 임원들의 단점을 찾아내고 고치도록 해야 한다. 임원들은 말 그대로 중(重)한 역(役)할이니 평균적인 수준과 대비하더라도 그 기회비용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박승태 (창원산업진흥원 미래산업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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