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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6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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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누리예산 갈등’ 어디서 비롯됐나- 이상목(사회부장)

  • 기사입력 : 2016-11-23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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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해 ‘누리과정 예산편성’을 놓고 경남도와 도교육청이 대립 양상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의 재판이다. 왜 이런 일이 되풀이될까. 그 배경이 궁금하다. ‘누리과정’이라는 명칭도 너무 어렵다. 그냥 쉽게 ‘만 3~5세 무상보육정책’이라 하면 될 것을 애써 난해한 용어까지 썼는지 의문이다. 누리는 순우리말로 ‘세계’를 뜻하는데 무상보육과 어떤 상관관계인지 아리송하다. 각설하고.

    정부 설명에 따르면 누리과정 도입 취지는 간명하다. ‘만 3~5세 모든 어린이의 보육은 나라가 책임질 테니, 걱정 말고 아이를 낳으라’는 것이다.

    출발은 선별적이었다. 제도 도입 후 2012년 2월까지는 소득하위 70% 이하 가정의 만 5세 아동에 대해서만 지원을 했다. 증세를 못하는 나라 곳간의 사정을 감안한 것이다. 그러다 대선을 앞둔 2012년 3월부터 이명박 정부가 소득구분을 없애고 모든 계층에 매달 20만원씩 지원하기 시작했다. 보편적 복지로 전환한 것이다. 재원조달 방안은 아랑곳 않고 표를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같은 해 연말 박근혜 대통령 후보는 한 발 더 나갔다. ‘0~5세 보육, 국가 완전책임’을 공약했고, 당선 후 보육수혜 대상을 3~5세까지 확대했다. 나랏돈이 더 수반돼야 할 것은 불문가지였다. 하지만 증세는 않겠다고 선언했다. 재원조달 대책 없는 선심정책이었기에 마찰음이 나왔다. 정부는 누리과정 재원을 새로 만들 생각은 않고 기존의 지방교육재정교부금에서 충당하도록 했다. 매년 내국세 수입의 약 20.27%를 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 시·도 교육청에 교부하는데 이 돈에서 누리과정까지도 충당하라는 것이었다.

    시·도 교육청 입장에선 당연히 볼멘소리가 나왔다. 교육재정교부금 세출이 고정적으로 정해져 있는 상황에서 새 사업에 추가지출을 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시급하고 중요한 교육환경 개선사업 등을 후순위로 밀어야 하기 때문이다. 보육예산이라는 ‘소모성 지출’로 ‘창조적 지출’이 실제로 많이 희생됐다. 이런 상황을 끊기 위해 도교육청은 내년도 예산안을 짜면서 ‘꾀’를 냈다. 누리과정을 별도 편성하지 않는 대신 어린이집 예산 1420억원을 유치원 예산(1415억원)에 올려 총 2835억원을 유치원 유아학비 항목으로 편성했다. 나랏돈 지원을 압박하기 위한 포석이었다. 이러자 경남도가 도청 예산안에 누리과정 사업비를 포함시켰다. 도교육청에 지원하는 교육비 특별회계 전출금에서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만큼 빼고 주는 ‘상계처리’ 방식이었다. 도교육청은 서운함을 표했다. 중앙정부로부터 누리예산을 따기 위한 것인데 속뜻을 몰라준다는 것이다. 그 와중에 박동식 경남도의회 의장도 참석한 전국 시·도의회 의장협의회에서 누리과정예산을 정부의무지출경비로 편성해야 한다는 대정부건의문을 채택했다. 상황이 미묘해졌다. 정부가 만든 사업이니 정부가 감당하라는 것이다. 지방 입장에서는 너무나 타당한 요구였다.

    필자는 어느 한 편을 옹호할 의도는 없다. 이제 도와 도교육청이 머리를 맞대야 한다. 진영논리나 정파이해에 아이들의 깨끗한 영혼이 볼모가 돼선 안 된다. 국민 1인 담세율 20%인 나라가 45% 이상인 북유럽복지를 모델로 삼으니 맨날 잡음만 나온다. 정치권은 솔직해져라. 증세가 해법 아닌가?

    이상목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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