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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13일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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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민주 기자의 영화읽기- 신비한 동물사전(감독 데이비드 예이츠)

캐미 ‘마법동물 가방’ 분실하며 벌어지는 이야기
재미 마법사와 인간들의 관계, 다양한 갈등 담아
고전 못 벗어난 심심한 이야기구조 아쉬워

  • 기사입력 : 2016-11-29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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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그란 안경을 쓴 귀여운 해리포터와 ‘똑순이’ 헤르미온느가 그리워 해리포터 시리즈를 몇 번씩 돌려보던 마니아들에게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해리포터가 다시 극장가를 찾아온다는 소식이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해리포터와 같은 마법사 세계를 그린 시리즈를 새롭게 극장가에서 만나볼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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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 시리즈인 ‘신비한 동물사전’은 2년에 한 편씩 총 5부작으로 제작될 예정인데, 해리포터 영화 시리즈 4편을 연출한 데이비드 예이츠가 연출하고, 원작자인 조앤 롤링이 극본을 맡아 제작 때부터 기대감을 모았다. 노련한 감독과 원작자는 활자로 읽기엔 재밌지만 영화화하기엔 역부족일 것이라는 우려를 말끔히 씻어낼 만큼 뛰어난 그래픽과 스토리를 내세우고 있다.

    ‘신비한 동물사전’의 원작은 해리포터 시리즈에 등장하는 ‘마법의 동물 돌보기’ 과목 교과서와 같은 이름의 책으로, 2001년에 실제로 출간되기도 했다. 기본적으로 세계 곳곳에 서식하는 신기한 마법동물의 카탈로그인 만큼 이 책에는 인물이 등장하지 않고 허구의 스토리도 없다. 하지만 현실에 없는 동물들의 외모와 성격, 능력을 설정해 독자들의 상상력을 증폭시키며 이목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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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는 해리포터가 호그와트에 입학해 배우는 교과서의 저자이자 마법동물학자인 뉴트 스캐맨더(에디 레드메인)가 1926년 미국의 뉴욕에 도착하면서 시작된다.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마법동물을 연구하고 불법으로 거래된 마법동물을 구조하는 일을 하는 그는 뉴욕에 도착해 실수로 서류가방을 잃게 된다. 평범해 보이는 서류가방 안에는 상상력을 자극하는 놀라운 동물들이 가득한데, 이들이 평범한 이의 서류가방과 바뀌면서 한바탕 대소동이 벌어진다.

    이 에피소드에는 해리포터 속 해리포터·헤르미온느·론·말포이 4인방 못지않은 뉴트·티나·퀴니·제이콥 4명의 조합이 나온다. 미국 마법의회에서 일하는 공무원 티나 골드스틴(캐서린 워터스턴)과 그의 여동생 퀴니(앨리슨 수돌), 제빵사를 꿈꾸는 평범하고도 따뜻한 매력의 인간 제이콥 코왈스키 (댄 포글러)가 뉴트의 조력자로 나와 비호감 없는 4인조 캐미를 완성하며 영화의 재미를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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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은 존재’가 도시를 쑥대밭으로 만들고 미국의 마법의회 MACUSA의 대통령과 어둠의 마법사를 체포하는 오러의 수장 그레이브스가 이를 추적한다. 하지만 어디에나 존재하는 내부의 적이 어둠의 마법을 이용한 거대한 음모를 꾸미는데, 뉴트와 마법동물들이 그 음모에 휩싸이면서 영화는 절정을 향해 치닫는다. 감독은 불가사의한 마법에 적대심을 품은 인간들과 그들로부터 마법세계를 지키려는 마법의회의 치열한 머리싸움으로 영화를 이끌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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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리포터’ 시리즈와 달리 성인 마법사들을 다루고, ‘호그와트 학교’ 대신 냉철한 도시를 무대로 하는 만큼 마냥 귀엽거나 밝지 않다. 본인들의 입장을 내세우고, 서로를 믿지 못하며 극단적인 폭력을 행사하는 영화 속 마법사와 인간들의 관계는 마치 정치신념과 종교, 인종 간 갈등으로 불협화음을 빚는 현대인들과 닮아 있다. ‘우리’와 다른 ‘그들’을 배척하는 모양새를 취하는 것 또한 닮아 있다. 뉴트를 연기한 레드메인이 “영화의 핵심 주제는 우리가 이해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과 그 두려움에 과격하게 반응하는 사람들의 모습”이라고 말한 것도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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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뜻하지 않게 흘러가는 이야기에도 눈을 뗄 수 없는 이유는 깜찍하면서도 끔찍한 마법동물들 덕분이다. 영화 도입부에서 주인공을 곤란에 빠뜨리는 ‘니플러’는 두더지 혹은 오리너구리와 비슷하게 생겼는데, 반짝이는 것은 몽땅 자신의 배주머니 안으로 훔치는 귀여운 도둑이다. 앙증맞은 발놀림과 표정은 관객에게 마법동물에 대한 경계를 풀어놓기에 충분하다. 용과 새를 섞어놓은 듯한 모습의 오캐미는 두 개의 다리와 날개를 지니고 있는데, 순은으로 된 알을 낳고 공간의 크기에 따라 몸집이 달라지는 특징을 갖고 있다. 해리포터 속 ‘히포그리프’ 벅빅을 쏙 빼닮은 천둥새도 등장한다. 날개짓을 할 때마다 폭풍을 만들어내고 위험을 직감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

    참신한 동물은 창조해냈지만 이야기 구조는 고전을 벗어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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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리포터 시리즈의 절대악 볼드모트를 연상시키는 악의 축 ‘그린델왈드’의 존재를 드러내면서 남은 4편의 시리즈가 선과 악 갈등구도가 될 것임을 암시한다. 선과 악 구도에 힘을 싣기 위해 호그와트의 덤블도어 교수와 애증의 관계를 지닌 그린델왈드를 언급해 관객들에게 기대감을 높이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다소 심심한 이야기에 실망했다면 실감나는 3D영상으로 한층 더 생동감 있게 마법동물들을 만나는 방법을 추천한다.

    정민주 기자 joo@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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