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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6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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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모르실장’ 김기춘과 거제사람들- 정기홍(거제본부장·국장)

  • 기사입력 : 2016-12-13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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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랑스런 선배님 김영삼 대통령 할아버지께. 대통령 할아버지의 당당한 기개가 그립습니다. 대통령 할아버지의 민주주의를 향한 호통이 그립습니다. ‘닭의 모가지를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던 당신의 목소리가 그립습니다… 국민들의 마음을 누구보다도 잘 헤아리시고 힘 없는 사람들의 편이 되어 주신 대통령님! 하늘에서도 약한 사람의 편에서 정의를 외쳐 주시며 영원히 행복하시길 기도드리겠습니다. 자랑스런 우리의 선배님, 김영삼 대통령님! 존경하고 사랑합니다.”

    지난달 22일 오전 10시. 김영삼 대통령 서거 1주기를 맞아 고향마을인 거제시 장목면 외포리 대계마을 생가 앞 광장 추도식장에서 김영삼 대통령이 졸업한 장목초등학교 6학년 천선화양이 편지를 낭독하자 500여명의 참석자 모두가 숙연해졌다. 참석자들은 국정농단 사태를 목격하며 그가 어느 때보다 많이 그리웠으리라.

    김영삼 대통령의 고향 장목면에는 유명한 대금산이 있다. 신라 때 쇠를 생산했던 곳이어서 대금산(大金山)이라 하고, 봄이면 비단폭 같은 진달래가 온 산을 뒤덮어 크게 비단을 두른 산이라 해서 대금산(大錦山)이라고도 한다.

    그래서일까. 장목면에는 크게 벼슬한 사람들이 참으로 많다. 작은 어촌마을에 자리 잡은 장목리 장목초등학교 졸업생 가운데 이수동(2회) 전 경남도교육감, 김영삼(7회) 대통령, 김정길(23회) 전 행정자치부 장관·청와대 정무수석비서관·국회의원(2선), 김한표(32회) 국회의원 등이 있다.

    김영삼 대통령 생가가 있는 외포리에는 외포초등학교가 있다. 김기춘(3회) 전 대통령 비서실장, 김봉조(4회) 전 국회의원(3선), 홍인길(6회) 전 청와대 총무수석비서관·국회의원 등이 있다. 김영삼 대통령도 당시 간이학교였던 외포초등학교를 3학년까지 다니다 장목초등학교로 옮기는 등 한 시대를 풍미했던 굵직굵직한 인물들이 같은 어촌마을에서 초등학교를 다녔다. 장목면과는 좀 떨어져 있지만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거제면 명진리 명진마을 출신이다.

    세계적으로도 드문 일이다. 이들 가운데 지금 회자의 중심에 있는 인물은 단연 김기춘 전 비서실장이다. 김 전 실장은 유신 때 중앙정보부 대공수사국장을 역임한 데 이어 검찰총장, 법무부장관, 국회의원(3선), 대통령 비서실장을 거치는 등 현대사에서 이처럼 화려한 경력을 가진 사람도 드물고, 현재 이처럼 신뢰받지 못하는 인사도 드물다. ‘비서실장’에서 ‘모르실장’으로 변질돼 있으며, 유신의 잔재물을 연상케 한다.

    주말인 오는 17~18일 그가 졸업한 외포초등학교 바로 옆에 있는 외포항에서는 거제시의 시어(市魚)인 대구 수산물 축제가 열린다. 그의 이름이 더 많이 오르내릴 것으로 보인다.

    김영삼 대통령은 고향마을에서 고향사람들의 존경을 받으며 영원을 살고 있다. 생가와 김영삼대통령기록관을 찾는 방문객들이 연중 이어지고 있다.

    김 전 실장은 계속 입을 다물고 있을 것인가. 외포리 사람들은 여전히 한 가닥 희망을 걸고 있다. 대통령 비서실장 재임 시 모든 것을 털어놓으면 외포리 사람들과 함께 국민은 그를 용서하고, 큰 박수를 보낼 것이다. 김기춘. 화려했던 자신의 인생을 ‘유종의 미’로 장식할 것인가. 아니면 현대사의 ‘어둠의 인물’로 남을 것인가.

    정기홍 (거제본부장·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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