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09월 22일 (토)
전체메뉴
  • 경남신문 >
  • 글자크기글자사이즈키우기글자크기 작게 프린트 메일보내기

[다방탐방] 3. 마산다방

(3) 세 번째 다방, 마산다방

  • 기사입력 : 2016-12-30 14:18:49
  •   
  • 메인이미지
    메인이미지
    메인이미지

    여러 곳에서 추천이 들어왔었다. 김 기자. 요새 여기가 핫하던데? 기자님. 여기 어때요? 젊은 애들 사이에 핫해요. 다들 그 곳을 두고 '핫'하다고 말했다. 그래서 찾아가봤다. 옛 마산시청, 현 마산합포구청과 비스듬히 마주보고 있는 좁은 골목길, 그 막다른 곳에 약간은 어둡고 약간은 밝은, 그 자그마한 다방이 있었다. 공교롭게도 이름부터가 다방이다. 개업일자가 11월 25일. 이제 한 달 남짓 됐다고 했다. 그 길지도 않은 시일동안 이 카페가 애초에 내걸었던 슬로건의 방점이 달리 찍힌 듯 보였다. 자의가 아니라 타의에 의해서. '플레이스'가 되고 싶었던 공간은 너무 많은 사람들의, 너무 많은 관심을 받으며 '핫' 플레이스가 되어버렸다.

    메인이미지
    메인이미지
    메인이미지
    메인이미지


     그건 마산다방 서성훈(31) 대표가 건넨 첫 마디였다. "플레이스가 되고 싶었는데, 핫 플레이스가 됐나 봐요." 애초에 서 대표는 이 곳에 건축과 인테리어 작업실을 구상했었다. 낡은 건물을 취향대로 고치고, 가구를 배치하고 짜임새을 구성했다. 하지만 다소 폐쇄적이거나 사적인 공간일 경우가 많은 통상적인 '작업실' 개념과 좀 다르길 바랐다. 사람들이 오가고, 머물러도 좋다고 생각했다. 서 대표가 추구하는 '공간의 점유'란, 친구 집에 놀러 와서 잠깐 머무는 것과 같다고 해야할까? 사람을 머물게 하는 매개는 커피와 와인이 됐고, '친구 집에 왔기' 때문에 서 대표는 낯선 손님들에게도 친구처럼 스스럼없이 말을 건다.


    ? 그러나 그는 그 나름의 방식으로 유심히 손님들을 관찰해왔다. "여담이지만 마산다방을 열고 다방 전체를 완전하게 받아들여 즐기고 있다고 보이는 손님이 딱 한 사람 있었어요. 공간 자체를 아주 편안하게 여기면서도 공간이 주는 느낌을 예민하게 느끼고 있는 것 같았죠. 제가 이 공간에서 추구하는 풍경이란 그런 겁니다. 온전히 점유하고 온전히 머무는 거요." 그런 수준 높은(?) 공간 점유자들을 위한 다방을 표방하기에, 테이블도 몇 개 배치하지 않았다. 회전율을 높이려는 생각이 없기 때문이다.

    메인이미지
    서성훈 마산다방 대표.

     마산출신인 서 대표는 건축을 전공해 직장생활을 하다 3년 정도 프랑스에서 미학과 미술사를 공부하고 마산으로 돌아왔다. 건축학도이자 미술학도 답게, 그는 '도시의 색'에 대해 오랫동안 생각해 왔다고 했다. "도시도 사람처럼 각각의 특징, 그러니까 고유의 빛깔을 지녔죠. 그런데 그 색깔을 점점 잃어오지 않았나 싶어요. 멀리 갈 것도 없이 봉암동, 양덕동, 합성동 같은 마산 구도심만 봐도 그렇죠. 모두 똑같이 생긴 아파트로 재건축 중이거나 이미 재건축 되었잖아요. 앞으로는 다른 도시에 가서 박물관에 전시된 마산의 옛집들을 구경해야 할 겁니다." 그는 '마산다방'을 통해 어떤 색을 찾고 있었다. 그러니까 마산다방은, 사라져가는 도시의 색을 기록으로 남겨보려는 작은 노력의 일환이었다.

    메인이미지
    메인이미지
    메인이미지
    메인이미지
    메인이미지


     장소를 물색하기 시작한 건 2015년부터였다. 장군동에서 오래된 가옥을 하나 발견했다. 1953년 계사년 4월 초파일에 지어진, 상량문이 그대로 남아 있는 집이었다. 노인이 홀로 오래 살았고, 노인이 죽은 뒤 1년 넘게 방치 돼 있다 보니 집이 많이 상한 상태였다. "9월이었는데, 집 마당에 햇빛이 쏟아져 들어오고 있었어요. 대문이 닫히자 도로변에서 들려오는 소리가 완전히 차단되면서 고즈넉한 정취가 느껴졌는데, 그 순간 바로 이 집이다,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

    ? 집주인은 따로 있다. 서 대표는 주인에게 '집을 다시 살려놓겠다'고 호언장담하며 빌렸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집을 치료하고 가꿨다. 지금도 후두둑, 천장 어디선가 흙이 떨어진다는 집. 그러나 한때는 상당히 고급 주택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복도의 형태나, 창살 문양, 복도에 설치된 찬장 등을 미뤄보아 짐작이 가능하다. 반 세기가량 나이를 먹어가면서 사람의 몸처럼 집에도 여기저기 변화의 흔적이 남았다. 연탄 보일러가 있던 자리에 기름 보일러가 들어서고, 하는 식이다. 서 대표는 집을 딱 절반으로 나누어 한 편은 서까래가 드러난 채로 그대로 두고, 나머지는 한 편은 단열재로 천장을 덧댔다. 집은 주방과 방이 이어지는 한 축과, 주방과 방을 등지고 마당과 맞닿은 복도, 외따로 떨어진 사랑채로 이뤄져있다. 사랑채도 허투루 넘길 공간은 아니다. 이곳에 작가들의 미술 작품을 전시하고, 서 대표 자신이 직접 구상한 인테리어 작품을 선보일 생각이다.
     

    메인이미지
    메인이미지
    메인이미지
    메인이미지

     마지막으로 왜 '마산다방'이라는 이름을 붙였는지 물었다. "'Salon' 이라는 단어를 제대로 번역해 쓰고?싶었어요. 예술가, 사상가들이 담소를 나누고 교류하던 모습을 이름에 담고 싶었거든요. 단순히 커피를 마시는 공간이 아니고 싶은 욕심이라고 할까요." 맞다. 그 곳은 단순히 커피를 마시는 공간은 분명 아니었다. 기자가 머문 몇 시간 동안에도 많은 사람들이 그 공간에 들러서 심각하게 이야기를 나누거나 골똘히 무언가를 하다가 자리를 떴다. 그들은 잘 인지하지 못했겠지만, 사실 마산다방에는 '마감시간'은 없고 '입장시간'만 있다. 손님이 올 수 있는 시간을 정했지, 강제로 나가야 하는 시간을 정하지 않았다는 말이다. 따라서 마산다방에서는 "저… 손님, 문 닫아야 할 시간인데요."라며 대화나 사유를 끊어버리는 폭력적인 언사는 없다. 맘껏 머물고 느끼고 교류하고 가시길. 그것이 '마산다방'의 색깔인듯 보였다.
     
    메인이미지
    메인이미지
    메인이미지

     ■매력 포인트
     
     정오부터 오후 2시 무렵까지 주방과 연결된 방의 들창을 통해서 들어오는 자연채광이 좋다. 햇빛을 끌어들이기 위해 일부러 창을 냈다고 한다. 가로로 길게 누운 창은 동향으로 얼굴을 내밀고 해를 유혹해 집 안으로 끌어들인다. 오후 3시부터는 방이 아닌 복도로 빛이 쏟아져 들어온다. 시간의 흐름이나 계절에 따라, 집으로 스며드는 햇빛을 느끼기에 더없이 좋다.
    메인이미지
    메인이미지
    메인이미지

     ■추천메뉴
     

     커피는 한 종류라고 보면 된다. 비알레뜨 모카포트로 추출한 에스프레소.(2shot 4,000원) 유럽에서 마산으로 이식된 모카포트는 묘하게도 1953년생 가옥과도 썩 잘 어울리는 케미를 선보인다. 에스프레소지만 혀에 닿는 느낌이 부드러워 롱 블랙 정도로 느껴진다. 물에 섞으면 아메리카노, 우유에 섞으면 라떼 식으로 변용해서 주문할 수 있다.
     
     ■위치 및 영업시간
     
     창원시 마산합포구 3·15대로 219-2
     (입장 가능 시간)
     주중 정오~오후 8시 30분
     주말 정오~오후 10시
     매주 월요일·법정 공휴일 휴무
     
     글=김유경 기자 bora@knnews.co.kr 사진=김승권 기자?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김유경 기자의 다른기사 검색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