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5월 13일 (월)
전체메뉴

정민주 기자의 영화 읽기- 너의 이름은(감독: 신카이 마코토)

잊으면 안되는 사람 … 간절함이 이룬 기적

  • 기사입력 : 2017-01-09 22:00:00
  •   
  • 애니메이션의 가장 큰 매력은 무엇일까? 영상으로 담기 힘든 장면을 구현하고, 현실에서 불가능한 일을 가능케 하는 장르의 특성상 남녀노소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애니메이션의 인기에도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2001), ‘하울의 움직이는 성’(2004)을 제작한 미아자키 하야오 감독 은퇴 이후, 거장이라고 할 만한 감독이 등장하지 않아 한동안 성장 정체기를 겪었다. 이러한 관객의 목마름을 해소해 주기라도 하려는 듯 신카이 마코토 감독이 신작 ‘너의 이름은.’을 들고 찾아왔다.
    메인이미지
    ‘너의 이름은.’은 지난해 8월 일본에서 개봉해 12주간 박스오피스 정상을 지키며 ‘메가 히트’를 기록한 일본 애니메이션이다. 일본에서는 이미 1600만명이 관람했고, 먼저 개봉한 중국·홍콩·태국·대만 등에서도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 냈다. 지난해 10월 스페인에서 열린 제49회 시체스 영화제에서 애니메이션 부문 최우수 장편작품상을, 12월 LA비평가협회에서 주는 애니메이션상을 연거푸 받았다. 흥행 스코어에 작품상까지 거머쥐었으니 주목받는 감독으로 거론되는 것은 당연하다.
    메인이미지

    ‘신사 의식’을 치러야 하는 무녀 집안의 장녀 ‘미츠하’는 시골 마을에 사는 여고생이다. 따분한 마을 분위기와 가업으로 일탈을 꿈꾼다. 어느 날 꿈에서 도쿄에 사는 소년의 하루를 체험하게 되고, 도쿄에 사는 남고생 ‘타키’ 역시 시골 소녀가 되는 이상한 꿈을 꾼다. 꿈이어야 하는데 어쩐지 너무나 생생하다. 몇 차례 반복되자 미츠하와 타키는 이 모든 게 꿈이 아닌 실제로 서로의 몸이 뒤바뀌었다는 걸 알게 된다. ‘나’인데 ‘너’이기도 한 일상에 익숙할수록 그 둘은 서로에게 녹아든다.

    이 영화는 감독 개인의 부채의식에서 출발했다.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감독은 “2011년의 대지진을 겪으면서 기적을 일으키는 이야기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지진으로 고통받은 이들에게 위로를, 사랑과 연애에 주저하는 젊은이들에게 응원을 보내고 싶었다”고 제작 배경을 설명했다.

    메인이미지


    시공간을 초월한 사랑 이야기는 이제 우리나라 관객들에게 진부한 소재다. 게다가 남녀 주인공의 몸이 바뀌는 설정 역시 드라마 ‘시크릿 가든’에서 임팩트 있게 다뤄 새로울 게 없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지루하고 개연성이 부족한 치명적 문제를 영상미로 틀어막고 있다. 미국 애니메이션이 3D를 기반으로 한 실사화에 강점이 있다면 일본 애니메이션은 서정성을 불어넣은 화풍이 감동을 느끼게 한다는 장점이 있다. 감독은 따뜻한 색감과 웅장한 스케일을 갖춘 사실적 영상으로 스크린을 채운다.

    일본 애니메이션의 또 하나의 특징은 극을 아우르는 음악이다. 이 영화의 OST 역시 마음을 치유하는 요소들이 공감대를 형성해 영화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은 신카이 감독은 관객과의 대화 때 영상연출에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가 무엇이냐는 물음에 빛이나 색감이 아닌 소리라고 답했다. 소리와 음성만으로 감정을 느낄 수 있다면 그림은 소리가 주는 감동을 지지하는 바탕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록밴드 RADWIMPS(래드윔프스)가 부른 같은 제목의 OST는 일본 오리콘차트 2주 연속 1위를 차지하며 인기를 누렸다.

    메인이미지

    신카이 감독은 연출, 각본, 작화, 목소리 등 공정을 혼자 맡아 유명해졌다. 혼자서 작업하다 보니 꿈결같은 비주얼에 비해 서사적 밀도가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감독은 이번 영화에서 기존의 영상미에다 ‘초속 5센티미터’(2007), ‘언어의 정원’(2013)보다 한층 더 섬세해진 스토리를 보여주며 성장한 모습을 보여준다.

    이 영화가 내세우는 키워드는 ‘무스비(結び:이어짐)’다. 미츠하의 할머니는 “매듭 끈을 잇는 것도 무스비, 사람을 잇는 것도 무스비, 시간이 흐르는 것도 무스비, 이 모든 것은 신의 영역”이라며 이 애니메이션의 세계관을 압축해 일러준다. 손목끈, 머리끈, 매듭을 계속 등장시켜 꼬이고 엉키고 끊어지고 다시 이어지는 두 주인공의 기적 같은 사랑을 표현한다.

    메인이미지


    이름은 명칭과 완벽한 동의어가 아니다. 시인 김춘수는 ‘꽃’에서 이름에 대한 의미 부여를 명확히 했다. 세상의 수많은 사람, 사물 중 내가 애정어린 눈으로 보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그 자체가 아니라 어떠한 ‘의미’가 된다는 것이다. 주인공들이 절실하게 서로의 이름을 기억해내려 애쓰는 것도 이 때문이 아닐까. 그저 예쁜 애니메이션이 아닌 의미 있는 존재에 대한 고찰을 담고 있는 영화다.

    정민주 기자 joo@knnews.co.kr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정민주 기자의 다른기사 검색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