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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과 연극- 박승규(부산예술대 연극과 겸임교수)

  • 기사입력 : 2017-02-28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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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지진해일처럼 밀려올’ 4차 산업혁명시대의 생존전략에 관한 논의가 한창이다. 논의를 넘어 뒤처지지 않기 위해 발 빠르게 실행에 옮겨야 한다는 주장이 커지고 있다. 산업관련 연구개발 지원정책을 4차 산업혁명에 맞춰 바꿔야 하고, 단순히 과학기술을 경제발전 도구로 바라보던 것에서 벗어나야 한다면서. 또 인재양성을 위한 교육체계 개편서부터 획기적 정책 전환을 구상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다양하다. 대선 후보들도 4차 산업혁명을 키워드로 정책 구상을 발표하며 서로 적임자임을 자처하기도 한다.

    4차 산업혁명이 얼마만큼 인간의 미래에 영향을 줄지 실감할 순 없지만 지난해 이세돌과의 대국에서 승리한 알파고(AlphaGo)에 경탄과 우려로 들썩이며 인공지능에 대한 담론을 이어오고 있다. 당시 심각하게 우려한 것 중에 하나가 ‘인공지능(AI·Artificial Intelligence)’으로 인해 사람들의 일자리가 없어진다는 것이었다. 전문가들은 이전의 1·2·3차 산업혁명에서는 없어진 일자리보다 새로운 일자리가 더 많이 창출된 반면 4차 산업혁명에서는 사라질 일자리가 더 많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인공지능’이 진화하면 사무직, 전문직, 단순 생산직 등이 사라지고, 인간을 대면하면서 공감능력을 발휘하는 직업군이 살아남는다는데, 그중에 예술가들의 창조행위가 포함된다니 공감한다. 특히 무대 위에서 영감(inspiration)으로 번뜩이는 창조행위와 집단적 교감으로 상호 소통하는 연극의 생동감은 알파고 할아비라도 대체할 수 없는 아날로그 방식이라 여긴다.

    연극은 시초부터 이미 종합예술로서 원시적 융복합의 기능을 수행해 오지만 배우와 관객이 없는 연극행위는 성립될 수 없고, 배우와 관객이 특별한 공간 속에서 함께 참여하겠다는 합의로 이뤄진다 하겠다. 또 그 합의가 지속될 경우에만 가능하다. 그래야 상호간의 역동적이며 생생한 살아 있는 연극상황을 지탱할 수 있다. 그 상황이 연극의 특징을 갖기 위해서는 상호간의 역동적 관계 속에서 참가자 중 어떤 사람은 배우의 역을 맡고, 또 어떤 사람은 관객의 역을 맡게끔 정해져야 한다. 언젠가 ‘인공지능’이 인간과 함께 무대에 올라 적절한 역할을 할 수 있을 수도 있겠지만 궁극적으로 배우와 관객의 감각적 인식 영역에 참여하여 생동감 있는 연극상황을 지속할 수 있겠다고는 보지 않는다. 더구나 무대 위에서 펼쳐지는 연극상황은 실제가 아니라 허구다. 배우의 놀이와 일상의 경험에서 견디기 힘든 상황까지도 공유하며 관객은 진지하게 또는 그 반대로 극 속에서 진실을 발견하거나 진지한 현실을 거나하게 웃음으로 날려 보내기도 하는 시간을 가지게 되는데 이러한 영역에 ‘인공지능’이 비집고 들어올 자리는 아무래도 없을 것이다.

    그러면 공연 현장을 인터넷으로 생중계하고 그 감상을 하이퍼텍스트화한다면 어떨까? 아니다. 연극의 힘은 무대와 객석을 뒤덮는 아우라(aura)에 있다. 그 집단적 교감의 기(氣)는 원초적이며 순간적인 것이어서 그 어떤 디지털의 기술로도 담아낼 수 없다. 지금, 여기, 이곳에서 순간순간 소통되는 무형의 그 무엇이기 때문이다.



    연극을 영상으로 한 번이라도 봤던 사람이라면 그 특유의 현장성이 빠진 맛없는 화면을 계속해서 흥미롭게 바라보진 않을 것이다. 무대가 화면으로 인화되는 순간 연극이 가진 생명력이 사라지고 말기 때문이다. 하지만 배우와 관객의 영역 외의 기술적 요소에서는 4차 산업혁명이 가져올 다양한 메커니즘으로 인해 연극에 풍성한 볼거리를 제공하고 그 기능을 다양화해 내는 효과를 톡톡히 가져다 줄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연극이 이전의 산업혁명들에서 기계와 전기, 영상, 레이저 그리고 컴퓨터의 도움으로 연극의 형식과 무대 메커니즘의 발전을 보아 왔다면, 앞으로 다가올 4차 산업혁명이 이룩한 기술들 또한 배우와 관객을 도와주는 나머지 영역(의상, 장치, 빛, 분장, 음악 등)들과 무대 메커니즘 활용, 연극의 형식의 변화는 물론 빅데이터를 활용한 기획, 운영에 따른 다양한 서비스까지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 기대된다.

    박승규 (부산예술대 연극과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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