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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민주 기자의 영화읽기] 공각기동대-고스트 인 더 쉘(감독: 루퍼트 샌더스)

로봇지배 사회 인간 자아찾기
인간·로봇 결합 주제 일본 애니메이션

  • 기사입력 : 2017-04-03 2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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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간과 로봇의 결합’이라는 신선한 주제로 20여 년 전 세계를 강타한 일본 애니메이션 ‘공각기동대’가 동명의 영화로 관객을 찾는다. 과학의 발전과 그에 따라 형성되는 철학을 전면에 내세운 공각기동대는 그동안 마니아층을 양산했다. 이 애니메이션은 메시지뿐만 아니라 실험적인 요소들로 큰 인기를 끌었다. 그중에서도 21세기 SF영화 가운데 백미로 평가받는 ‘매트릭스’ 속 숫자가 쏟아지는 장면과 ‘제5원소’ 속 여주인공 리루(밀라 요보비치)가 고층 빌딩에서 뛰어내리는 장면 역시 이 애니메이션을 오마주한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뤽 베송과 워쇼스키 자매 같은 거장 감독이 검증한 영화인 만큼 개봉 전부터 평단과 관객의 주목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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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89년 일본 만화가 시로 마사무네가 ‘영 매거진’에 연재하면서 시작된 이 시리즈는 이후 1995년 오시오 마모루 감독이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했다. 영화를 제대로 감상하려면 제목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공각기동대의 ‘공각’은 ‘공격형 장갑 외골각’을 줄인 말인데, ‘외골각’은 인간이 옷처럼 입는 암 슈트(Arm Suits)를 뜻한다. 이 둘을 조합하면 ‘공각’을 거느리고 싸우는 기동대가 이 영화가 가진 뜻임을 알 수 있다. 인공지능 로봇의 쓰나미 속에서 이들과 인간의 결합이라는 놀라운 발상이 토대가 됐다. 기계와 인간의 정체성에 대한 물음이 궁극적으로 이 영화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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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과 로봇의 경계가 모호한 가까운 미래가 영화의 무대다. 강력 범죄와 테러 사건을 담당하는 엘리트 특수부대 섹션9는 테러리스트에 의한 폭발 사건으로 몸을 잃은 ‘미라’(스칼렛 요한슨)를 그녀의 두뇌와 인공지능의 몸 (의체)을 결합시켜 특수요원 메이저로 탄생시킨다. 뇌만 로봇에 인식된 메이저는 세계를 위협하는 음모를 지닌 테러 조직을 저지하라는 임무를 부여받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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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첨단 사이버 기술을 보유한 ‘한카 로보틱스’를 없애려는 테러 조직에 충실하게 활약하던 메이저는 사건에 개입될수록 자신의 과거와 존재를 서서히 깨닫게 된다. 누군가 심어놓은 기억과 스스로의 존재를 찾기 위한 고군분투가 영화의 주요 얼개다. 여기에 원작에 없는 인간애를 녹여내 스토리를 풍성하게 하려는 노력을 꾀하고 있다. 메이저를 연구해 탄생시킨 사람은 오우레(줄리엣 비노슈) 박사다. 그녀는 메이저가 의체를 받아들이지 못하자 “너는 인간”이라며 따뜻하게 품어주며 엄마와 같은 역할을 한다. 몸 담고 있는 조직과 메이저 사이에서 갈등하던 그녀는 메이저에게 과거 비밀에 대한 해답을 쥐여주며 결국 기계가 아닌 인간의 정체성에 손을 들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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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 스칼렛 요한슨이 원작의 쿠사나기 소령으로 캐스팅됐을 때 할리우드의 입맛에 맞도록 일본인 캐릭터를 백인으로 설정해 ‘화이트워싱’이 아니냐는 우려가 많았다. 그러나 그녀는 영화에서 냉소적이고 절제된 로봇과 인간의 이중성을 잘 살린 연기로 우려를 말끔히 씻어냈다. 몸에 달라붙는 보디슈트로 강인함을 주지만 복잡미묘한 표정연기로 섬세함도 놓치지 않았다. 액션 연기도 발군의 실력을 보여주는데, 스칼렛 요한슨의 고공낙하 신과 격투 신은 보는 재미를 더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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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체적인 비주얼은 합격점을 줄 만하다. 영화는 상상에서나 가능할 것 같은 장면을 CG와 영상을 활용해 실사로 구현했다. 목 뒤에 코드를 설치해 뇌를 해킹한다거나 신체의 일부가 제 기능을 못하면 의체로 대체하는 등 원작의 분위기를 옮겨오기 위해 애쓴 흔적이 곳곳서 보인다. 특히 CG기술로 스크린에 보여주는 도심 풍경은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메이저가 타인에 눈에 띄지 않기 위해 착용하는 ‘광채미학 슈트’ 역시 생동감과 신비감을 주기에 충분하다. 여기에 65mm 카메라로 촬영한 3D 버전은 영화가 가진 장르의 특징을 십분 발휘하도록 돕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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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작을 보지 않은 관객에겐 새롭겠지만 원작에 큰 감흥을 받은 관객이라면 별점에 인색할 듯 싶다. 특히 이 영화의 강점은 세계관과 철학적 메시지인데, 감독은 대중의 저항을 줄이기 위해 철학적 담론을 줄이고 영상미를 돋보이게 하는 선택을 했다. 영화 도입부의 화려한 비주얼과 기발한 액션 신은 주인공의 자아 찾기라는 뻔한 결말로 이어지면서 영화가 가진 고유의 매력을 스스로 잃는 오류에 빠지고 만다. 그러나 기술의 발달로 영원불멸의 삶을 원하는 인간의 욕망이 의체라는 ‘껍데기’로 투영되는데, 여기에 그치지 않고 기억의 조작 등 ‘알맹이’인 영혼마저 잠식하면서 생기는 윤리적, 사회적 문제는 곱씹어 볼 만하다.

    정민주 기자 joo@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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