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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습기자 25시] 49기 이한얼 (3) 팩트 체크

  • 기사입력 : 2017-04-07 13:3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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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년 여름, 내가 캐나다 살몬암(Salmon Arm, BC, Canada)에서 지낼 때의 이야기다. 그 곳에서 나는 미국출신의 캐나다인 알렌(Alen) 아저씨와 스타(Star) 아줌마의 집에서 살았다. 매일 아침 일어나 스타 아줌마와 함께 염소젖을 짜고 아침 식사를 한 후 다른 사람들이 티타임을 가질 때 나는 몇 시간이고 앉아서 토익 문제집을 풀었다.

    그런 내 모습을 본 아줌마 아저씨는 '왜 그런 공부를 하는 거냐'며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짓곤 했다. 심지어는 내게 '헛고생은 던져놓고 함께 티타임을 갖자' 했다. 지금은 그렇지 않지만, 그 말을 들은 당시에 나는 오히려 그들을 이해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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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렌(Alen) 씨와 스타(Star) 씨(오른쪽). 나에게 "헛고생은 던져놓고 티타임을 갖자"고 했었다.
     
    참다못했는지 하루는 알렌 아저씨가 말을 걸어왔다. 내 토익 교재를 보고서는 '왜 영어 공부를 그따위 쓰레기로 하냐'는 것이다. 황당했다. 무려 대부분의 토익 고득점자가 수강한다는 해ㅇㅇ 실전 1000제를 보고 쓰레기라니. 나는 아저씨에게 내가 영어공부를 얼마나 열심히 하는지에 대해 침을 튀기며 설명했다. 아저씨는 잘 모른다고, 토익 점수 높게 받으려면 이렇게 해야 한다고. 나는 영어가 필요했고 내 기준에서 영어는 곧 토익 성적이었다. 아저씨가 말했다.
     
    "haneol(내 이름), 토익 공부는 왜 하니?"
    "내 영어 실력을 증명할 수 있으니까요."
    "영어를 위한거네?"
    "물론이죠!"
    "네가 보는 비디오에 나오는 사람은 한국인이니?"
    "네, 한국에서 엄청 소문난 명강사에요."
    "그 사람이 영어를 얼마나 써봤을까? 난 60년이 넘게 영어를 해왔어."
    "..."
    "캐나다의 그 어떤 사람도 영어를 그렇게 공부하지 않아. 네 공부법은 큰 도움이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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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일 아침 일어나 스타 아줌마와 염소젖을 짰다.
     
    바보가 된 기분이었다. 평생을 영어와 함께한 사람들에게 영어 공부를 하는 법에 대해서 역설하다니. 번데기 앞에서 주름잡은 격이다. 대부분의 한국인은 그렇게 공부하기 때문에, 또 한국에서 명강의라고, 명강사라고 소문났다는 이유로 우리가 해오고 있는 '영어공부 법'에 대해 의심해 본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한 쪽에서 일방적으로 쏟아내는 정보만을 바탕으로 '진실'이라 스스로 규정한 것이다. 이후 그들이 말하는 머저리같은 공부법은 때려치고 티타임에 참석해 수다를 떨었다. 물론, 얼마 후 토익 점수가 500점 이상 올랐다.

     
    요즘 '팩트 체크'에 열을 가하고 있다. 수습기자 교육 중 혼자 취재거리를 찾아보고 고민하는 시간이 주어졌다. 나는 자전거와 관련한 주제를 잡고 취재원을 찾아 나섰다. 마산에서 자전거 상점을 운영하는 한 취재원에게 창원시의 자전거 정책 실태의 문제점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한 시간 가량 취재를 한 후 나는 만족스럽게 수첩을 덮었다. 취재원에 의하면 자전거 특별시라는 창원시가 내세운 정책은 문제투성이였다. 취재한 내용을 선배에게 보고했다. 선배는 '네 말이 사실이라면 기사가 나올 수 있겠다'며 '팩트'를 '체크'해보라 했다.
     
    역시나 '팩트'는 '체크'를 해야 맛이다. 창원의 자전거 전용 도로가 군데군데 끊겨있고 형편없다는 취재원의 말은 반쪽짜리 진실이었다. 관점에 따라 사용자가 불편을 느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창원은 전국에서 가장 긴 규모의 자전거 전용도로를 갖춘 도시라는 객관적 사실 또한 존재했다. 취재원은 도시의 명성에 걸맞은 자전거 관련 사업이 진행되지 않고 있다고 열변을 토했다. 관점에 따라 이 또한 맞는 말이다. 하지만 이러한 관점은 어떤가. 창원시는 폐자전거를 수거해 필요한 사람들에게 나눠주는 자전거 리폼사업을 진행 중이었다. 이 사업은 자활사업의 일환으로 인력난 해소에 도움이 되는 부분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선배들로부터 언론의 힘을 이용해 사익을 취하려는 제보자가 종종 찾아온다는 말을 들었다. 실제로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가짜뉴스가 사회에 미치는 경제적 비용은 연간 30조 900억 원이라고 한다. 제보만을 바탕으로 기사를 쓴다면, 그 기사는 명백한 오보가 되고 마침내 가짜뉴스가 된다.
     
    '팩트 체크'의 중요성을 절실히 느끼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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