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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대선후보 TV토론 유감- 이종구(정치부 서울본부장·국장)

  • 기사입력 : 2017-04-25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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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3일 밤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최 5개 주요 정당 대선후보 초청 TV토론회를 본 국민들이라면 이틀이 지난 지금 뇌리 속에 무엇이 남아 있을까? ‘외교·안보·대북정책’과 ‘권력기관 및 정치 개혁’이라는 정치분야 토론 주제답게 5명 후보들의 안보 위기 해법과 대통령 권한 분산 등 권력기관 개혁에 대한 비전이 남아 있을까.

    단언컨대 대부분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마 대다수 국민들의 뇌리 속에는 ‘돼지 흥분제’,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기권’, ‘네거티브 논란’ 등을 둘러싸고 후보들끼리 벌인 유치한 말싸움만 남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날 토론회에서 후보들은 후반부에 짧게 다뤄진 권력기관·정치 개혁 토론에서는 나름대로 자신만의 대통령 권한 분산과 검찰 개혁 등 권력기관 개혁에 대한 소신과 철학을 설파했다. 그러나 전반부 외교·안보·대북정책 토론에서는 한반도 위기상황으로 대변되는 엄중한 시기에 정작 국민들이 궁금해하는 안보위기 해법을 내놓지 못했다.

    2시간 토론시간 중 절반을 훨씬 넘게 할애한 외교·안보·대북정책 토론에서 후보들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도발에 따른 한반도 위기 상황을 해소할 자신만의 비전과 정책을 내놓기는커녕 말싸움으로 1시간 이상을 허비해버렸다. 위기 해법이래야 후보들이 모두발언에서 짤막하게 원론적으로 언급한 게 전부였다. 문재인 후보는 다자외교를 통한 북핵 폐기, 심상정 후보는 중재자 역할을 통한 비핵화에 방점을 찍었고, 안철수 후보와 유승민 후보는 굳건한 한미동맹 아래 중국이 대북 압박을 하도록 설득하겠다고 주장했다. 홍준표 후보는 한미동맹에 덧붙여 전술핵 도입을 통한 핵 균형으로 도발을 억제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토론을 시작하자마자 홍 후보가 2005년에 낸 자서전 내용을 놓고 10여 분을 흘려보냈다. 심 후보는 성폭력 범죄를 공모한 후보를 경쟁후보로 인정할 수 없다면서 홍 후보와 토론하지 않겠다고 선언했고, 안 후보는 홍 후보에게 질문하면서 얼굴을 쳐다보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촌극을 연출하기도 했다. 유 후보는 홍 후보의 사퇴를 요구하면서, 문 후보가 이 문제에 대해 강하게 나오지 않는 것은 ‘홍 후보가 사퇴하면 문 후보가 선거에 불리하기 때문에 그런 게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시위를 돌리기도 했다. 이어서는 문 후보를 둘러싼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대북 사전 문의 논란’을 두고 20여 분을 보냈다. 유 후보는 문 후보에게 대북 사전문의 논란을 거론하며 진실을 밝힐 것을 계속 요구했고, 문 후보가 적극적으로 해명과 반박을 하자 유 후보와 홍 후보는 문 후보의 발언에 대해 거짓말이라고 몰아세웠다. 문 후보와 안 후보는 서로에 대한 네거티브를 놓고 한동안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TV토론은 어느 후보가 다음 대통령으로 적합한지 검증하는 가장 중요한 수단이다. 특히 작금의 국가위기 상황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대통령이 되겠다고 나선 후보라면 TV를 통해 국민들에게 구체적인 위기 해법을 제시하는 것은 물론이고 상대 후보로부터 추상같은 검증을 받을 의무가 있다. 그런데도 이날 후보들은 모두발언을 통한 원론적인 해법만 내놓고는 다른 문제로 말싸움만 하다 시간을 허비해버렸다. ‘5·9 대선’까지 앞으로 TV토론이 3번 더 있다. 하지만 이날 토론을 본 느낌으로는 남은 토론도 별반 기대할 게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기우일까.

    이종구 (정치부 서울본부장·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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