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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가보지 않은 길, 조기 대선- 김인혁(창원문성대 사회복지행정학과 교수)

  • 기사입력 : 2017-05-02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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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선이 일주일 남았다. 최선이 아니라도 차선의 선택을 해야 한다. 또다시 최악의 선택이 되지는 않을까? 여러 의구심으로 후보들을 바라봐야 하는 유권자들이 합리성에 기초한 확신투표를 하기는 불가능에 가깝다. 어느 후보를 보아도 정체성이 다 모호하다. 조기 대선 탓이 크다. 유권자가 똑똑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후보의 자질과 언행에서 나타나는 도덕성·전문성의 불확실성, 명쾌하게 해명되지 않는 의문들 때문에 나타난 혼돈이다.

    이는 정치충원 시스템의 모순에서 기인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3가지 패러독스(모순·역설)의 함정에 빠져 있다. ‘1987년 체제’의 모순, 기득권의 모순, 매니페스토(선거공약)의 모순이 그것이다. 조기 대선과 관련해 기득권의 모순, 선거공약의 모순을 바로잡지 않는 한 민주적 선진국가로의 도약은 불가능하다. 이 모순들에 대해 자신의 입장을 명확히 밝히지 않는 후보는 대통령 될 자격이 없다.

    첫째, 기득권의 모순이다. 박근혜의 몰락이 이를 대변하고 있다. 우리사회에 군부 권위주의 독재의 그림자가 아직도 길게 드리워져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 상징적 사건이다. 그 시절 자행됐던 정치권력과 자본의 결탁은 기득권 세력들끼리 끈끈하게 유착·연합(카르텔화)함으로써 지배계층의 이익을 공유하고 권력·부·지위의 확대재생산을 꾀해 왔다.

    탄핵사태는 이런 메카니즘이 1987년 이후 민주화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꾸준히 작동돼 왔음을 보여준다. 진보든 보수든 역대 정권·국회·정당·검찰은 물론, 이에 관여했던 그 어느 정치인도 우리 정치사회 시스템 붕괴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오늘날의 패권적·진영(陣營)적 행태도 이분법적이고 기형화된 기득권적 논리에 해당한다. 대통령 되려는 자 역시 정치질서의 왜곡에 책임이 같이 있었음을 참회하고, 과거 행적과 정책에 과오가 있다면 자아비판적 성찰을 통해 대통령이 가져야 할 덕(德)을 보여주어야 한다. 기득권적 자기합리화에만 매몰되는 후보는 당선된다 해도 좋은 대통령이 되기 어렵다고 보면 된다.

    둘째, 매니페스토(선거공약)의 모순 문제다. 각 후보 공약의 정책적 타당성, 실현 가능성이 구체적이고 검증 가능한 내용이어야 한다. 정확한 예산추계에 대한 검증 없이 백화점 물건 진열하듯 공약을 남발하는 행태는 우리 대의정치의 민낯을 보여준다. 영국의 경우 매니페스토 선거공약집을 선거일 훨씬 이전에 공표하도록 제도화해, 관련 기관이 검증하고 유권자가 찬찬히 들여다볼 수 있게 하지 않는가. 복지공약 하나만 봐도 각 후보들이 표에 얼마나 유혹돼 있는지 잘 보여주고 있다. 중앙선관위에 제출한 10대 공약이 화려한 수사(修辭)로써 그럴싸하게 포장은 했지만, 우선 정책 설계가 엉성하다. 공약이 집행됐을 때 야기될 재정적자의 국가적 위험 예측은 아예 눈감았다. 전형적 포퓰리즘으로 국민을 속이고 있다. 과대 포장한 공약을 선심 쓰듯 하는 후보는 좋은 대통령이 될 자질이 부족하다고 보면 된다.

    결국 대통령이 가져야 할 정직성과 통찰력의 문제다. 북핵과 사드, 중·일의 주권침해, 양극화, 저출산, 노동시장 등 해결해야 할 국가적 과제는 산적해 있다. 네거티브·선동·분열적 이념편향으로는 국민을 통합시킬 수도, 격랑의 21세기 동북아질서를 헤쳐 나가기도 어렵다. 우선 표를 얻기 위해 위선과 얼치기 정책으로 당선된다면 이는 국가적 생존도 장담하기 어려운 위험을 자초할 수 있다.

    니버(Reinhold Niebuhr)는 <도덕적 인간과 비도덕적 사회>에서 집단적 이기심으로부터 발생하는 사회적 부정의에 대해 신랄히 비판한 바 있다.

    이번 조기대선에서의 후보 선택의 핵심은 그와 같은 집단적 이기심과 이데올로기화된 과잉신념을 넘어서는 순수성과 도덕성이다. 국민은 탄핵 이후의 시대정신을 제대로 이끌어갈 수 있는 대표를 가질 수 있기를 희망한다.

    김인혁 (창원문성대 사회복지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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