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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30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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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가출청소년] (하) 가출 아닌 탈출한 아이들

가정복귀 힘든 아이 ‘사회복귀’가 우선
가정 내 폭력·방치로 가출한 경우
가정 복귀로는 근본적 해결 안돼

  • 기사입력 : 2017-05-18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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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정문제로 가출한 청소년들은 ‘가출’이 아닌 ‘탈출’로 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가출 호기심·공부 부담·자유 등에 따른 단순가출이 아니라 가정 내 폭력과 방치, 갈등을 피해 탈출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따라서 가출을 개인문제가 아닌 환경에 따른 문제로 보는 인식 전환이 우선돼야 하고, 무턱대고 가정복귀만 시키는 대책에서 탈피해 탈출청소년들을 자립하게 해 ‘사회복귀’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 무엇보다 탈출청소년들이 생존을 위해 그릇된 선택을 하기 전에 선제적 발굴이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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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일 창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경상남도 청소년 위기실태조사 결과 발표 및 심포지엄에서 참석자들이 토론하고 있다./성승건 기자/

    ◆가출한 아이들, 단순일탈 아니다= 여성가족부가 지난해 전국 1만7522명의 일반청소년·위기청소년을 대상으로 조사한 ‘2016년 청소년 매체 이용 및 유해환경 실태조사’를 보면 가출의 주된 원인으로 ‘가족과의 갈등’이 74.8%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가출호기심(1.8%), 학교 다니기 싫어서(4.7%), 공부 부담(6.1%), 자유(8%), 친구·선후배의 권유(1.2%) 등 개인적 이유는 21.8%에 불과했다. 경남의 경우도 가족과의 갈등이 87.7%로 나타나 가출청소년을 양산하는 원인은 가정문제에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지난 2012년 전국 청소년쉼터 입소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청소년쉼터 설치 및 운영 내실화 방안 연구’에서는 ‘첫 가출’을 한 이유 1순위로 ‘부모 간의 불화’(24.8%), ‘부모와의 갈등’(20.2%), ‘부모 간 폭행’(8.4%), ‘부모의 폭언 및 폭행’(7.6%), ‘경제적 어려움’(4.4%) 등으로 나타났다.

    창원시단기청소년쉼터에서 만난 A(21)씨는 “아버지의 폭행이 심해 한 달에 27일은 맞았다. 견디다 못해 초등학교 4학년 때 처음 가출을 했다”며 “집에 돌아가도 폭행은 계속됐다. 다신 아버지와 같이 살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단순가출과 탈출 구분돼야= 전문가들은 개인적 일탈에 따른 ‘단순가출’과 가정문제로 ‘탈출’한 청소년들을 구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가정문제는 부모의 이혼, 사망 등 가정해체는 물론이고, 폭력·학대나 방임·방치로 가정의 기능이 상실된 상태까지 포함하기에 그렇다는 말이다..

    경남일시청소년쉼터 이현석 소장은 17일 창원컨벤션센터(CECO)에서 경남청소년지원재단 주최로 열린 ‘경남 청소년 위기실태조사 결과 발표 및 심포지엄’에서 “일반적으로 우리는 가출을 단순가출로 생각해 ‘가정복귀’만 하면 문제는 해결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현장에서 만난 아이들은 가정해체로 탈출한 아이들을 집에 돌려보내기만 해선 근본적인 해결이 되지 않는다”며 “가정복귀가 어려운 청소년들은 자립할 수 있게 도와 사회복귀를 시키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선제적 발굴해야= 탈출한 아이들이 범죄·비행 등 그릇된 선택에 빠지기 전에 선제적 발굴이 중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장 전문가들은 거리에 나온 지 1주일 정도가 지나 개인역량이 급격히 떨어지는 시점이 골든타임이라고 말한다.

    밀양시청소년상담복지센터 정미선 센터장은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위기청소년의 적극적인 발굴과 지역 내 청소년을 위한 사회안전망 구축이다”며 “수동적으로 위기청소년을 의뢰받기보다는 CYS-NET(청소년통합지원체계)의 필수 연계기관과 함께 지역 내에서 협력해 지원을 필요로 하는 청소년들을 찾아내는 것이 우선돼야 할 것이다”고 조언했다.

    청소년통합지원체계는 지역사회 내에 활용 가능한 자원을 모두 연계해 청소년을 효과적으로 돕기 위한 지원 네트워크다. 각 지역의 청소년상담복지센터가 중계 역할을 담당해 상담·보호·의료·법률·교육 등 연계기관을 연결, 각종 서비스를 제공한다. 도움이 필요한 위기청소년들은 ‘핼프콜 청소년전화’ ☏1388을 통해 필요한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안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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