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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아이들의 목소리도 들어주세요- 김근용(초록우산어린이재단 경남본부장)

  • 기사입력 : 2017-05-26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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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들과 함께 자주 가는 공원이 있었다. 어느날 공원을 찾았는데 공원 입구에 임시로 설치된 벽이 생겼고, 그 벽에 공원을 없애고 이 자리에 시민을 위한 공공건물을 짓는다는 안내문이 있었다. ‘그러려니’하고 다른 곳으로 향하는데 딸이 화난 목소리로 “아빠! 이 공원은 우리들이 가족과 함께 노는 공간인데 공원을 없애기 전에 우리 의견도 물어봐야 하는 거 아닌가요?”라고 하는 게 아닌가. 어른들의 일방적인 결정에 대해 ‘미안하다’는 말밖에 딸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이 없었다.

    아동복지업무를 담당하던 2001년에 영국으로 선진지 견학을 다녀온 적이 있다. 아동복지기관을 방문했는데 아직도 인상적으로 남아 있는 것은 당시 영국은 아동과 관련된 정책을 결정할 때는 아동대표들이 있어 그들의 의견을 듣고 반영한다고 했다. 그 시기에 정부가 아동들의 의견을 존중한다는 것에 아주 놀라웠다.

    최근 아동권리를 존중하고, 그들의 목소리를 들으려는 움직임이 많아지고 있다. 정부와 민간기관이 공동으로 매년 ‘대한민국아동총회’를 실시하며, 총회에서 선출된 10명의 아동 의장단들이 어린이들의 의견을 제시하고, 정부에 아동정책을 제안,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 더불어 서울, 부산 등 몇몇 지자체에서도 아이들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위원회를 구성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여전히 어른들의 생각으로 결정되는 일이 많으며, 아동 참여권 실현이 아직 미흡한 실정이다.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에서 아이들에게 생활하면서 불편한 것을 묻는 설문조사 결과, ‘학교 화장실 변기가 너무 커서 빠질 뻔했어요’, ‘급식 테이블이 높아 밥 먹는 것이 힘들어요’, ‘급식 수저가 너무 커요’ 등 어른들이 생각하지 못했던 다양한 의견들이 나왔다.

    우리 사회에 아동권리 옹호 활동이 활발해지고 있지만 아직도 아이들의 입장에서 보면 불편하고 무시되는 것들이 많다. 적어도 아이들과 관련된 일들을 결정할 때는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바라보고, 아이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아이들과 함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이들이 행복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우리는 아이들과 함께, 아이들의 목소리를 가장 잘 듣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김근용 (초록우산어린이재단 경남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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