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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롱] 개취 갤러리 (8) 스위스에서 만난 파울 클레

  • 기사입력 : 2017-06-23 14:4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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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위스 뮈렌.

    신혼 여행지를 정하면서 아내가 '스위스'를 언급했을 때 머릿속에는 오로지 한 가지 생각만 들었다. 알프스 산맥 융프라우의 멋들어진 빙하도 아니고, 알프스 소녀 하이디가 뛰어놀던 싱그러운 초록빛 언덕도 아니거니와 명품 시계를 구매하고 싶은 욕구는 더욱더 아니었다. 그것은 바로 스위스를 대표하는 작가 파울 클레(Paul Klee, 1879~1940)의 작품을 직접 눈으로 봤으면 하는 생각이었다. 그렇게 나는 스위스 여행 일정에 슬그머니 수도 '베른'을 넣어놨다. "베른은 왜?"라는 아내의 질문에 나는 "스위스의 수도니까 당연히 들러봐야 하지 않겠어?"라며 천연덕스럽게 말했다. 하지만 속으로는 베른에 있는 '파울클레센터(Zentrum Paul Klee)'에 갈 궁리만 했다. 그곳이야말로 세계에서 가장 많은 클레의 작품을 볼 수 있는 곳이었기 때문이다. 나의 발칙한(?) 생각도 모르는 채 아내는 그렇게 나를 따라 스위스 베른으로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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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울 클레(Paul Klee, 1879~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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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위스 베른 외각에 위치한 파울클레센터.

    비행기를 타고 열차를 타고, 다시 버스를 타고, '베른에서 가장 멋있는 건물이 멋있는 곳이 있다'며 아내를 유혹해 어렵게 도착한 파울클레센터에서 내가 처음 마주한 작품이 바로 클레의 1938년작 'Insula Dulcamara'였다. 여독이 풀리지 않아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Insula Dulcamara'는 마치 꿈속에서나 볼 수 있는 바다와 산이 섞여 있는 형상이었다. 그림 좌측 아래에는 문어와 산이 결합한 듯 보였고, 오른쪽 위에는 바다 위를 유유히 떠다니는 잠수함, 그림 가운데는 새싹, 오른편에는 이러한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는 사람의 표정. 그림 중간중간에는 해석할 수 없는 언어나 혹은 기호가 그려진듯 했다. 또 연두색과 하늘색, 갈색이 등 선명한 색보다는 파스텔 색조의 색이 칠해져 감상자에게 부드럽고 부담스럽지 않은 느낌을 줬다. 마치 어린아이들이 직관적으로 그린 천진난만한 그림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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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울 클레 作 'Insula Dulcamara'. /구글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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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nsula Dulcamara' 옆에 선 고기자. 파울클레센터에서는 자유롭게 작품을 사진으로 찍을 수 있는 분위기다.

    실제로 클레의 작품 대부분은 어린아이들이 그린 그림과 비슷한 느낌이 든다. 이 때문에 생전에 그는 '아동화의 모방'이라는 냉소를 받기도 했다. 그렇다고 클레의 그림이 깊은 사고의 과정을 거치지 않고 그림을 그려졌다고는 볼 수 없다. 그가 "내 그림과 아이의 그림을 연관시키지 마라. 그것은 다른 세계다"라고 말한 것을 보면, 그가 일부러 아이들처럼 그림을 그렸다기보다는 내면의 예술성을 표현하는 방법이 아이들이 그린 그림처럼 표현될 수밖에 없었다고 보인다. 오히려 너무 많은 생각을 담다 보니 그림이 더 아동화처럼 보여진 것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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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울 클레 作 '어린이의 상반신(1933)'/구글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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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울 클레 作 '금빛 물고기(1926)'/구글이미지/

    그의 이름을 딴 미술관이 수도 베른 한 곳에 자리 잡을 정도로 유럽 현대 미술사에서 클레는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인물이다. 클레가 활동했던 당시에는 현실을 똑같이 재현하는 미술 사조를 뛰어넘어 표현주의(Expressionismus)니, 입체주의(Cubism)이니, 초현실주의(Surrealism)니 등 수많은 사조가 넘치던 시대였다. 이러한 가운데 클레는 9000여점에 이르는 다양한 작품을 통해 자신만의 독자적인 예술 노선을 구축해 나갔다. 이를테면 러시아 화가이자 동료 였던 칸딘스키(Wassily Kandinsky, 1866~1944)처럼 회화에 음악적 요소를 넣어 표현하고자 했고, 현실과 꿈을 조합해 마치 어린아이의 그림 같은 동화적 그림을 그려냈다. 또 문자와 기호를 활용한 추상적인 작품을 그리고, 심지어 자연과 과학, 우주까지 작품속에 표현하려 해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자신만의 미술 사조를 창조해 냈다. 결국 클레는 자신이 말했던 "예술이란 눈에 보이는 것의 재현이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하는 것이다"를 꾸준히 실천하기 위해 죽을 때까지 노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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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멀고 먼 스위스까지 와서 궁상맞게 미술관으로 먼저 달려갔지만,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역시 그림은 사진으로 보는 것보다 직접 눈으로 보는 것이 발터 벤야민(Walter Benjamin)이 말했던 특유의 '아우라(Aura)'를 느낄 수 있는 것이라고. 고휘훈 기자 24k@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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